함부로 수술해서는 안 되는 병, 부주상골증후군

필자가 군의관으로 군복무를 하던 때의 일이다. 21세 김 아무개 일병은 발목 안쪽 아랫부분 뼈가 튀어 나와서 무척 아프다고 했다. 입대 전에도 약간은 튀어 나와 있었지만 크게 아프진 않았다고 했다. 그러던 게 입대 후 장시간 보초를 서거나 행군을 하면서 점점 더 뼈가 튀어나왔다고 했다. 통증이 심해지면서 발을 절게 되자 군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 받고 정형외과 족부 전문의인 필자를 찾아왔다는 것.

진찰결과 부주상골 증후군. 뒤꿈치를 들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한 상태. 다행히 김일병은 평발이 아니었고, 통증 시작이 2-3주 밖에 되지 않은 상황. 석고 붕대를 1주일 동안 감고 지내게 했다. 이후 제대할 때까지 군화에 끼울 수 있는 맞춤깔창을 착용하도록 처방했다. 김일병은 제대를 했고, 지금은 사회생활 하는데 큰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 김일병은 요즘도 가끔 필자의 병원에 들러 "그때 수술을 안 하게 해줘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그런데 수술을 하지 않아서 고맙다는 것은 또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주상골 증후군은 섣불리 수술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는 수술이기 때문이다.

발목 관절 내측부 아래쪽에 주상골이라고 하는 뼈가 있다. 이 주상골의 내측에 뼈조각 처럼 뼈가 하나 더 있는 경우를 '부주상골'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통계로는 10 여명 중에 한명 꼴로 부주상골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 족부 진료를 해보면 6-7명 중에 한명 꼴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주상골인 셈이다.

부주상골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자신이 부주상골이 있는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대개 발목을 접질리고 난 뒤에 증상이 나타나 부주상골인 걸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평발에 부주상골 통증이 발생하면 낫기가 매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대개는 심하게 걷거나 등산을 하고 난 뒤 또는 체육시간에 많이 뛰고 나서 갑자기 아파서 오는 경우가 많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 지는 경우가 많아 대개는 적극적으로 치료 하지 않아도 될 때가 사실 더 많다. 부주상골 환자 중에 군인들이 많은 이유는, 장시간 서있는 시간과 행군 등 때문으로 보인다. 군화의 부실한 안창과 안감 등이 통증 유발 요인이다. 대개는 보존적 치료가 잘 되나, 통증이 한 두달 넘어가면 치료가 굉장히 힘든 게 사실이다.

부주상골이 있으면서 평발이 있는 경우에는 발 안쪽으로 부주상골이 많이 튀어 나오기 때문에 신발에 맞닿아서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평발 그 자체로 내측 힘줄들에 무리를 주어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부주상골만 떼어내는 수술 뿐 아니라 평발 교정수술도 같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술 이후에도 계속 아플 수 있다.

부주상골에는 후경골근건 이라고 하는 발목에서 가장 중요한 힘줄이 부착되어 있다. 보행시 발목을 들어올리면서 추진력을 주며, 발의 전반적인 아치를 만들어 주는 중요한 힘줄. 이 힘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엔 보행시 다리를 절게 되고 장기화되면 점점 평발로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부주상골 증후군 환자를 수술 할 때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일단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주상골 뼈를 다 떼어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 부주상골 뼈를 떼어내게 되면, 거기에 붙어있던 후경골근건을 원래 주상골 뼈에 반드시 다시 부착시켜 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잘 발생하는데 , 후경골 근건의 길이 단축이 심하여 잘 당겨오지 않는다든지, 힘줄이 당겨온다 하더라도 뼈에 고정이 약하게 되는 경우엔, 후경골 근건이 기능을 하지 않게 되므로 수술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겁도 없이 부주상골 수술을 하고 발을 망치는 케이스가 종종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부주상골 증후군은 반드시 족부 의사의 정확한 진단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수술이 한번 실패하게 될 경우 발목의 큰 기능저하가 따르므로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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