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소화하는 비장과 위장의 역할…체질 맞는 음식물 섭취 중요

필자가 어렸을 적에 여름철에 하루종일 바깥에서 놀고 해거름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가면 어김없이 솥에는 감자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어 만든 수제비나 칼국수가 끓고 있었다. 친구와 다퉈 조금이라도 일찍 집에 갈 양이면 어머님께서는 칼국수를 만들고 남은 끝부분 꼬다리를 형님들 몰래 줘서 연탄불에 노릇하게 구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먹는 것이 참 중요한 일이었다.

요즘은 잘 안 쓰이는 말이지만 과거 호구(戶口) 조사 때 ‘식구’가 몇 명인지 묻는 난이 있었다. 식구란 한자로 食口 즉 먹는 입이란 뜻이다. 요즘은 가족의 구성원 정도지만 먹고 사는 것이 힘든 때는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시급했다.

2008년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우주인이 탄생한 해였다. 그 때 덩달아 인기가 치솟았던 것이 우주인이 먹던 우주식량이었다. 우주에 가도 식사를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과학이 좀 더 발전하면 우리 몸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고농축으로 압축해서 캡슐 하나로 먹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 적도 있었다.

소화를 시켜서 소화된 물질이 쉽게 내 몸의 일부가 되게 만드는 것이 비위(脾胃)의 주 역할이다. 이것을 한방에서는 소식(消食)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먹은 것을 소화한다는 뜻이다. 비장(脾臟)과 위장(胃臟)은 서로 길항작용을 하면서 소화가 적절하게 되도록 한다. 비장(脾臟)은 해부학적으로 보면 췌장(膵臟)과 비장(spleen)을 합친 개념이다.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의 알파(α), 베타(β)세포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과 인슐린은 서로 길항작용을 하면서 혈액속의 포도당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포도당은 인체에 60조개나 되는 세포가 활동하도록 하는 주요 에너지원이다. 이들의 조절작용이 실패한 것이 당뇨병이다. 배고픔을 느낀다는 것은 혈당이 떨어진 것이고 빨리 당분을 섭취해달라는 세포들의 아우성이다. 그래서 비장(脾臟)은 배고픔과 식욕과 관련이 있다.

반면 위장(胃臟)은 섭취한 음식물을 작은창자와 큰창자가 쉽게 흡수할 수 있도록 최소단위인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잘게 부수어 죽처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과식을 하거나 음주를 많이 했을 때 그 다음 날 아침 토하면 멀건 죽 같은 것이 나오는 데 이런 형태로 만드는 것이 위장이 하는 일이다. 위장이 이렇게 빠르게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습도와 온도, 효소의 작용 그리고 맷돌같이 강력하게 갈아버리는 튼튼한 위장의 근육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보면 한 여름 장마철에 음식물이 쉬 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온도와 습도의 작용 때문이다. 시베리아 같이 온도가 낮아 추운 곳이나, 사막 같이 건조해서 습기가 전혀 없는 곳에서는 어떠한 동식물도 썩지 않고 분해되지 않는다. 요즘 우리가 섭취하는 대부분은 냉장고의 도움을 받는다. 조리를 해서 먹지만 기본적으로 찬 것들이 많다. 또한 건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야채나 과일를 과도하게 섭취하는데 이들을 한의학에서는 생냉물(生冷物)이라 부른다. 성질이 차다는 뜻이다. 특히 항상 소화 때문에 고통을 받는 소음인이 야채와 과일을 줄기차게 섭취하면 위장이 차게 되고 소화가 안 되고 명치끝이 딱딱하게 되어 눌러도 들어가지 않는 결흉(結胸)이 될 수 있다. 안 그래도 항상 가슴이 답답하거나 소화가 안 되어 명치끝이 더부룩한 소음인에게는 치명타다. 그래서 소음인은 대개 물도 조금씩 미지근하게 해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음식물을 섭취할 때 물이나 국물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소화를 도와주는 것도 적당한 습도가 소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물 없이 건빵이나 비스켓 같은 마른 음식을 섭취하면 진액이 없어 목이 메이고 속이 부대끼는 것 외에 소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소화효소와 위장의 근육과 한약재와 한약처방에 대해 말해보겠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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