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키워 감기가 몸에 머물 수 없게 하는 게 감기 치료의 본질

EBS 교육방송에서 2008년도 ‘감기’에 대해서 방영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이 다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2007년 건강보험 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외래로 감기를 진료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암으로 입원 치료할 때 들었던 진료비의 2배에 해당되는 2.6조원 정도였다. 폐렴으로 전이 되지 않은 가벼운 감기에 대해 외국의 경우는 특별한 약을 처방하지 않고 집에서 쉬라고 한 반면 한국에서는 해열제, 진통제, 항생제 등 최대 9가지의 약을 처방하고 거기에 더해서 주사까지 맞도록 하였다. 외국의 경우는 질병에 대해 상담하거나 가벼운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고액의 병원비가 드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수가가 낮아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환자를 봐야 하고 여러가지 의료행위에 따라 비용이 차등 지급돼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시작된다. 흔히들 세균이라고 하는 박테리아와 혼동하기 쉬운데 전혀 다른 개념의 미생물이다. 바이러스는 생명체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생물도 아니다. 오직 자신을 나타내는 RNA 유전물질만 가지고 있으며, 소화나 영양 같은 행위는 없이 다른 생명체인 숙주에 기생해서 자신의 유전물질을 복제해서 퍼트린다. 이런 생식기능 때문에 생명체로 취급한다. 반면 세균이라 불리는 박테리아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소화, 영양, 생식, 배설의 기능을 가지고 있고 영양상태만 좋으면 순식간에 번식하게 된다. 감기는 세균에 의해서 발생되는 것이 아니고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다. 요즘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도 역시 바이러스다. 대개 건강한 사람도 1년에 1∼2번은 감기에 걸리게 되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항상 어디에서도 감기환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감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치료약은 없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특성에서 기인된 것이다. 특정 바이러스에 맞는 항바이러스 약을 오랜 시간 돈을 들여 개발해서 그 약을 투여할 때쯤이면 바이러스는 형태가 이미 바뀐 상태라 쓸모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균에 감염된 것이 아니므로 항생제는 더더욱 쓸 수 없고, 항생제로 장내 유익균이 죽게 되면 2차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이다. 감기에 걸렸다는 것은 내 몸 어딘가가 바이러스에 의해 침공당한 것이다. 똑같이 비 맞고 축구했는데 누구는 감기에 걸리고, 누구는 멀쩡한 것으로 보아 면역력의 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며칠 동안 충분하게 푹 쉬고 영양을 공급하면 대개는 1주일이 되기 전에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한가롭게 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면역력을 높이는 한약과 함께 감기약을 복용할 것을 한의사들은 말한다. 컨디션이 나쁘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면 누구나 감기는 금방 걸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누가 컨디션을 빨리 끌어 올리느냐가 감기의 초기 치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진통제, 해열제, 항생제등은 감기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된 증상을 치료하는 약물이지 면역력 약화가 본질인 감기 자체를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감기 자체를 치료하는 약은 면역력을 올리는 약으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보기제(補氣劑)에 해당되고 병원에는 이런 종류의 약이 없다. 감기가 걸리고 10여일이 지나서 낫지 않는 경우 폐렴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어린아이들은 중이염이나 축농증 같이 위중한 질병들이 생길 수 있으므로 특히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감기가 걸리면 감기약을 먹을 것이 아니라 기혈(氣血)과 음양(陰陽)의 갈래를 지워 내 몸의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를 판단해서 그 부분을 보충하면 내 몸이 강건해져서 감기가 더 이상 내 몸에서 머물 수 없게 되고 그것이 바로 감기의 본질적인 치료다. 내 몸이 난공불락의 금강불괴면 어떤 바이러스도 침공할 수 없고 감기는 스스로 물러갈 것이다. <소문 자법론>에 정기존내(正氣存內) 사불가간(邪不可干)이란 말이 이 경우에 꼭 맞는 말이다. 정기가 안에서 튼튼하게 버티면 사기는 침범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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