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창 어촌마을.
코창은 단언컨대 '은밀한 섬'이다. 섬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태국 여행의 단골인 한국인들은 드물다. 코창을 찾는 관광객 1위도 천연의 자연과 햇볕을 탐하는 북유럽사람들이다. 감춰진 섬에는 자줏빛 일몰과 낮은 담소만이 해변을 채운다.

50여개의 섬이 만들어낸 국립공원

은둔의 섬이라고 해서 코창이 작고 외딴 섬은 아니다. 파타야에서 캄보디아를 잇는 길 중간 쯤에 위치한, 규모로 따지면 푸켓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코창의 '코'는 섬, '창'은 코끼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코창 외에도 50여개의 섬들이 대열을 갖춰 국립공원을 이루고 있다. 그중 일부 섬은 리조트가 있어도 전기 공급이 제한돼 밤만 되면 암흑에 휩싸이는 섬이다. 푸켓 파타야에서 즐길수 있는 바나나보트, 패러세일링 등도 없다. 코창은 패키지 여행객들이 올 일이 드물어 자유여행자들이나 하나 둘 들리던 한적한 섬이었다.

유럽 청춘들의 아지트 '론리 비치'

코창의 포구와 해변.
후아힌, 코사무이 등이 태국의 허니문여행지로 새롭게 부각될 때도 코창만은 잠잠했다. 코창 인근 뜨랏공항에 방콕 직항편 항공기가 뜨고, 고급 리조트들이 문을 열고, 몰디브같은 바다빛깔이 알려지면서 코창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코창에서의 휴양은 리조트에 갇혀 휴식이 지루해 지거나, 흥청거리는 숍들만 즐비해 요란스럽거나 하지 않다. 스노클링을 즐기거나, 리조트 풀장에서 놀거나, 맛난 음식을 탐사하는 과정이 모두 은밀하게 진행된다.

코창에서 숙소를 정했으면 다음 할 일이 스쿠터를 빌리는 일이다. 그 스쿠터 타고 쇼핑이나 다니라는 얘기가 아니다. 스쿠터를 빌렸으면 늦은 오후 론리 비치로 향한다. 꼬창에는 크롱 프라오 등 제법 훌륭한 해변이 여럿 있지만 론리 비치를 놓치면 곤란하다. 론리비치에 들어서면 지중해의 한 해변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무게감 가득한 지중해의 노인분들이 계신 게 아니라 20대의 늘씬한 청춘남녀들이 해변을 거닐고 있다. 코창을 찾는 유럽의 젊은 배낭족들이 선호하는 비치인데 분위기가 흡사 홍대 앞을 닮았다.

고색창연한 열대어들의 서식처

코창의 메인비치인 화이트 샌드 비치가 대중적인 관광객들로 채워진다면 론리비치는 고독한 영혼들의 안식처다. 본래 론리비치는 타남비치라는 이름이 따로 있지만 고운 모래사장을 고독하게 찾는 고상한 청춘들 탓인지 론리비치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코창의 골목 정경.
코창에서는 상가 밀집 지역인 화이트 샌드 비치에만 머물지 말 것을 바란다. 하루 정도 그 북적거림을 실감하며 넝마우 등 태국 음식점에서 요리를 맛본 뒤 그 다음 둘러볼 곳은 남쪽 방바오다. 코막 코와이 등 인근 섬으로 가는 선박들이 기항지 일 뿐 아니라 스노클링 스킨 스쿠버 다이빙 투어를 위한 배들의 출발점도 이곳 방바오 포구다. 방바오 근처의 레스토랑들은 해산물을 테마로 다양한 요리를 내놓는다.

배를 타고 코창의 앞바다로 나섰다면 태국의 바다에 대해 폄훼하는 것을 앞으로 삼가길 바란다. 코막 코론 코크랑 등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다양한 산호군이 있고 그곳은 몰디브에서나 볼 수 있다는 하늘색 라군이 모습을 드러낸다. 푸켓 등지와 달리 이곳 산호들은 천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덕분에 고색창연한 열대어들의 서식처가 됐다. 코창 열도 일대는 세계에서 명성 높은 다이빙 포인트이기도 하다. 배위에서 숯불 바비큐를 맛보고 갑판에 누워 상냥한 서비스를 받는 호사스런 하루에 행복감이 기분 좋게 밀려드는 곳이다

● 여행메모

가는길=인천에서 방콕을 경유해 뜨랏공항으로 향한다. 뜨랏공항에서 카페리 선착장으로 이동한 후 코창으로 향하는 배를 탄다. 각 리조트 등에서 공항과 숙소를 잇는 교통편을 제공한다. 방콕 카오산로드 등에서도 코창 선착장까지 직행버스가 운행한다. 태국관광청(www.visitthailand.or.kr)에서 숙소 및 현지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교통=해변과 마을을 이동할 때는 쏭테우를 이용한다. 터사이클(스쿠터)를 대여하면 편리하다. 별도의 면허가 없어도 자전거를 탈 정도만 되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론리 비치의 일몰.
숙소=창부리, 두짓 프린세스 리조트 등이 별 다섯 특급 리조트에 해당한다. 푸켓 등 태국의 다른 리조트에 비해 오히려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각 리조트는 자체 스파, 마사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코창을 찾은 유러피언들.

글ㆍ사진=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