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 불맛, 일식 칼맛, 한식은 삭힌 맛"… '장을 제대로 사용하는 식당'드물어 '백이동골' 단무지 어렵게 찾아… '달래촌'의 '착한 산나물''니르바나'착한 사찰음식으로 꼽을 만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도 이렇게 묻는다. "그거 진짜야?" 프로그램을 보면 '착한식당'을 찾지 못해서 헤매는데 진짜 그렇게 못 찾아서 헤매느냐고 묻는다.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 나면 또 묻는다. "무슨 기준으로 '착한식당'인지 아닌지 그렇게 정확하게 가려내느냐?"는 질문이다. 프로그램 방영 초기에는 "조미료 사용 여부로 판단하느냐?"고 물었지만 이젠 다르다. "어떻게 가려내느냐?"고 진짜 궁금한 표정으로 묻는다. 필자의 대답은 한결같다. '장맛'이다.

'착한식당'의 조건 중 가장 쉬운 듯하지만 까다로운 부분은 바로 '장맛=발효'다.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는 동양 3국의 음식에 대해서 간단하면서 적확한 표현을 남겼다. "중국 음식은 불 맛, 일본 음식은 칼 맛, 한국 음식은 발효의 삭힌 맛"이라는 표현이다. 우리 조상들은 좀 더 간단하게 표현했다. "음식은 장맛"이라는 표현이다.

중국 음식은 8가지 불 조절로 만든다. 불의 강도와 불을 사용하는 시간의 길이에 따라 음식 맛은 달라진다. 일본 음식은 "눈으로 먹는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일본 음식은 정교한 칼질로 만든다.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다. 한국 음식, 한식은 장맛이 우선이다.

문제는 이 '장(醬)'이 무엇인지 우리가 잘 모른다는 점이다. 하도 오랫동안 가짜 장에 길들여져서 이젠 일반인들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 주방 인력들도 '장'을 제대로 모른다.

'장'은 넓게 장, 지(漬), 초(醋)를 포함하는 표현이다. 장은 된장, 간장, 청국장, 고추장 등 아직도 우리가 가까이 하는 수십 종류의 장을 이른다. 두장(豆醬)만 셈하면 수십 종류지만, 어장(魚醬)까지 포함하면 수백 종류가 넘는다. 우리는 콩으로 만든 장뿐만 아니라 생선으로 만든 젓갈도 풍부하게 사용하는 민족이다. 이 장의 맛과 깊이를 정확히 가늠하는 이들이 드물다. 음식점에서 이런 장들을 제대로,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검증 팀도 늘 '장을 제대로 사용하는 식당'을 미치도록 찾고 싶지만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하루 네댓 집을 다녔는데 막바지에 검증 팀이 "아니다"라고 말하면 제작진은 힘이 쏙 빠진다. 시간도 없고 검증할 대상 식당도 없다. 방영 날짜는 다가왔다. 그렇다고 검증 팀 혹은 검증위원들이 눈감고 "그래 이집은 착한식당이야"라고 말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시청자들은 예리하다. "왜 예전의 그 집은 착한식당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이번의 그 집은 착한식당이라고 인정하느냐?"는 글이 게시판에 자주 올라온다. 엄격하게 정했는데도 불만이 있고 지적이 쏟아지는 판에 섣불리 '착한식당'이라고 인정했다가는 프로그램의 신뢰성에도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정한 스스로의 원칙은 김치 제대로 담고, 장 제대로 만들거나 구하고, 장 제대로 사용하는 집이 착한식당이라고 정했다. 그중에는 당연히, 단무지도 포함된다.

'백이동골'의 단무지를 찾기 전에는 '착한 단무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김밥을 쌀 때 사용하는 단무지 하나도 제대로 만드는 곳이 없었다. 단무지 공장들의 실상은 심각했다. 이걸 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엉망인 곳도 많았다.

단무지는 퍽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쌀겨와 소금, 물을 섞은 후 길쭉한 무를 넣어서 버무리면 된다. 한 달 이상의 기간 동안 잘 보관하면 무는 발효한다. 발효한 무, 즉 단무지에는 각종 효소와 미네랄 성분들이 가득하다. 색깔은 엷은 노란색이 되고 약간 칙칙하다. 표면은 쭈글쭈글하다. 우리가 만나는 단무지의 표면이 깔끔한 것은 일주일도 되지 않는 기간에 만든 가짜 단무지이기 때문이다. 색깔은 식용색소를 사용하여 만들고 신 맛은 식초의 맛이다. 이 식초조차도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식초가 아닐 때가 많다. 곡물을 발효시킨 자연산 식초가 아니라 심지어는 빙초산 희석한 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단무지는 발효식품이다.

'백이동골'을 찾았을 때는 방영 2주 전이었다. 급하게 취재를 했다. 장독대에서 처음 단무지를 만났을 때 "휴, 겨우 찾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필자가 아니라 제작팀, 특히 작가가 고생을 많이 했다.

'착한 산나물'을 찾을 때는 팔자에 없는 등산을 했다.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서더라도 '서울-경남 양산-경북 영천'을 하루 만에 주파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게다가 영천에서는 제법 긴 거리의 산도 탔다. 새벽에 서울을 출발, 한밤중에 서울로 돌아왔다. 산나물 채취하는 이를 따라서 몇 시간씩 산을 헤매고 다녔지만, 불행히도 '착한 산나물' 찾기는 실패했다. 800Km가 헛길이 되었다.

엉뚱하게도 '착한 산나물'은 양양에서 찾았다. '달래촌'. 된장이나 기타 반찬은 마땅치 않은 점이 있었지만 산나물은 참 좋았다. 특히 두릅이 나오는 계절이 막 지나면서 개두릅(엄나무 새순)이 풍성했다.

'준 착한식당'으로도 선정되지 않았지만 끝내 안타까웠던 집도 있다. 천안의 '니르바나'다. 사찰음식 선정 차 검증했던 집이다. 된장도 얼마쯤 아쉽고, 오신채의 사용에서 '착한 사찰음식'으로 선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착한 밥집이라고 생각하고 늘 다시 가보고 싶은 집으로 손꼽고 있다. 장독대와 식당 주변에 아기자기하게 산나물, 들나물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음식 맛도 수준급이었다. 그 집을 나서면서 몇 번씩 뒤돌아 봤다. 된장, 오신채에, 그야말로 작은 티끌이 있었지만 진정성이 있는, 대단한 집이었다.


‘백이동골’
‘달래촌’
‘니르바나’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