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흔적 깃든 낯선 동유럽의 도시
미슈콜츠에 들어선 이방인들은 도심 세체니 거리와 에르세벳 거리 주변을 서성거린다. 벤치에 걸터앉아 트램이 오가는 길목에 시선을 고정시키면 시간은 동유럽의 햇살만큼이나 더디게 흐른다. 중세의 흔적인 녹아든 도시는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와 도나우강이 뿜어내는 현란한 모습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거리의 모퉁이를 돌아서면 1700~1800년대 바로크, 고딕 양식의 교회들은 모습을 드러낸다. 그 교회들이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거나 위압적인 모습으로 시선을 자극하는 것도 아니다. 교회 뒷편으로는 소극장과 담배를 뽑아든 청춘들이 맥주 한잔 들이켜는 삶의 골목과 바들이 이어진다.
잔잔하게 도열한 고딕양식 교회들
그중 고딕양식의 트리티니 오소독스 교회는 중부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성화벽이 인상적인 곳이다. 교회 내부벽에는 예수의 삶을 담은 64개의 성화가 16m 높이로 재현돼 있다. 이 그림들은 러시아 황제에 의해 봉헌된 것으로, 교회 앞으로는 옛 그리스인들의 삶터인 흰 담벼락의 골목이 이어진다. 두 개의 시계 첨탑이 우뚝 솟은 바로크 양식의 민드첸트 교회 역시 1700년대 초반에 처음 건립됐으며 입구의 조각상들이 도드라진다.
교회 건물사이로 트램이 오가는 세체니 거리에는 매달 첫째쭈 일요일이면 벼룩시장이 들어선다. 주민들의 삶과 일상을 엿볼수 있는 소담스런 시간이 주어진다. 벼룩시장에는 고가구나 그림, 장신구들이 거래된다. 그 옆으로는 야채시장이 서는 정겨운 풍경들이다.
미슈콜츠 건축물의 우뚝 솟은 상징은 디오죄르성이다. 밤나무 숲이 도열한 바르 거리 너머 위치한 성은 고딕 양식인 정사각형의 탑 네 개가 외곽을 에워싼 특이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14세기경 헝가리 루이스 왕 시절 건축된 성은 중세 시대 유물을 간직한 박물관과 함께 다양한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세계유산인 토커이 와이너리의 관문
폭포 옆에 위치한 안네 동굴은 온천이 아닌 기괴한 석회암 내부 지형으로 발길을 이끈다. 700만년 세월의 사이프러스 나무 밑동을 전시한 헤르만 오토 박물관 등도 도시가 간직한 이색 볼거리다.
미슈콜츠에서 동쪽으로 1시간 가량 차량으로 이동하면 포도밭 세상이다. 와인으로 명성 높은 토커이 지역이 모습을 드러낸다. 동유럽의 와인산지를 대변하는 토커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유서 깊은 곳이다. 이곳 와인은 포도를 늦게 수확해 곰팡이균으로 숙성시켜 당도 높은 와인을 만들어 낸다. 20여개의 와이너리들이 토커이 지역에 흩어져 있는데 이곳 마을에 머물며 전통 방식의 감미로운 와인 한잔을 즐기는 것은 향 짙은 추억으로 남는다.
헝가리인들은 토커이 와인과 함께 '바린카'라는 독주를 즐겨 마신다. 슬픔과 기쁨을 승화시킨 헝가리 무곡의 춤사위도 극과 극의 다른 감정을 전해준다. 편견과 달리, 오랜 유적과 서민들의 낱낱한 일상이 어우러진 헝가리의 도시들은 친근한 감동으로 전이돼 가슴게 새겨진다.
여행메모 가는길=한국에서 헝가리까지 직항편은 없다. 카타르 항공이 도하를 경유, 부다페스트까지 매일 운항한다. 도하~부다페스트 구간에도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해 편리하다. 카타르 항공을 이용할 경우, 경유시간이 5시간 이상이면 도하 무료 시티 투어가 제공되는데 올여름 하마드 공항도 새롭게 문을 열어 함께 둘러볼 만하다. 부다페스트에서 미슈콜츠까지는 차량이나 열차로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된다.
기타정보=헝가리에서는 유로화 대신 자국 화폐인 포린트를 이용한다. 달러, 유로 등은 현지에서 환전이 가능하며 ATM을 통해 출금할수도 있다. 물가는 서유럽에 비해 절반 가량 저렴하다. 전열기구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멀티탭이 필요하다. 헝가리 입국에 비자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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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