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기본… '밥+국+장, 지, 초'의 밥상강화도 '우리옥' 장ㆍ초 제대로 활용포천 '욕쟁이할머니집' 시래기 전문서울 애오개 '착한밥상' 조미료 절제수원 '전라도백반' 간장게장 특색

수원 '전라도백반' 간장게장
한해의 시작은 설날이다. 설날을 바탕으로 1년 365일이 시작된다. 한식의 기본, 바탕은 백반(白飯)이다. 한식의 시작이 백반이다. 사전에서는 백반은 '흰밥' 혹은 '음식점에서, 흰밥에 국과 몇 가지 반찬을 곁들여 파는 한 상의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일부는 맞고 상당 부분은 틀린 이야기다.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아무 것도 없다는 뜻도 있다. 직업이 없는 사람은 '백수(白手)'라고 부른다. '흰 손'이 아니라 직업이 없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손, 사람을 뜻한다.

흰쌀, 흰쌀밥은 흔하지 않았다. 곡물이 귀한 조선시대에 쌀밥을 먹는 것은 대단한 사치였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흰쌀이 12도 도정이라면 당시의 흰쌀은 10도 도정을 넘기기 힘들었다. 벼의 외피(外皮=왕겨)와 내피(內皮-미강, 쌀겨)를 모두 벗긴 흰쌀은 '옥미(玉米)'다. 옥처럼 귀하고 흰쌀이라는 뜻이다. 백미가 귀한 판에 상민들이 귀한 백반을 먹었을 리는 없다.

백반은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이다. 백반은 '맨밥'이다. 30∼40년 전 가난한 시골. 나이 드신 할머니는 손자의 그릇에 물을 부으며 말씀하셨다. "맨밥은 물 말아서 훌훌 먹어야 한다". 국도 제대로 없는 밥상이 바로 백반이다. 반찬이 없는 맨밥이다. 눈여겨 봐야할 것은 '반찬(飯饌)'이라는 존재다.

한식 밥상의 기본은 밥과 국(갱, 羹)이다. 밥은 음이고 국은 양이다. 음과 양이 기본적인 균형을 잡는다. 음과 양이 합쳐져서 '평平'을 이룬다. 한식은 '탕반(湯飯=국과 밥)'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밥과 국이 있으면 크고 작은 그릇에 여러 가지 '밑반찬'을 놓는다. 오늘날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반찬이 아니다. 국도 물론 반찬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나물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넓은 범위의 '지(漬)'에 속한다. 김치도 '지' 혹은 '저(菹)'에 속한다. '지'는 '나물+장류 혹은 식초'의 결합체다. 겉절이는 싱싱한 날 채소에 간장 혹은 된장을 섞고 식초를 넣은 것으로 넓은 의미의 '지'에 속한다. 무채, 시금치무침, 취나물무침, 콩나물무침 등이 넓은 의미의 '지'다. '장'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아우른다. 날것으로 내놓든 끓여서 내놓든 넓은 의미에서 '장'이다. '초'는 말 그대로 식초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강화도 '우리옥'
반찬이 없는 밥상, 백반은 결국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 참기름, 들기름도 반찬이 아니다.

'기(器)'는 접시, 그릇을 뜻한다. 백반 밥상에 '반찬 1기=한 접시, 그릇'이 더해지면 바로 '1기 밥상'이 된다. '1기+백반=반찬이 하나 놓인 밥상'을 말한다. 흔히 3첩, 5첩 등으로 표현하는데 '첩'은 근거가 있는,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찌개백반'은 '백반에 찌개 1가지를 더한 밥상'이라는 뜻이다. 갈치찌개백반, 김치찌개백반이라고 표현한 것은 김치찌개와 갈치찌개를 한 가지 반찬으로 셈한 것이다. 백반 밥상에 반찬 한 가지를 얹은 '1기 밥상'이라는 뜻이다.

'회사후소(繪事後素)'는 "(비단에)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의 뒤에 행한다"는 뜻이다. <논어(論語)> '팔일(八佾)'에 나온다. 한식은 먼저 백반의 의미를 찾고 난 뒤에 가능하다. 흰 바탕을 먼저 찾은 다음에 그림을 그리듯이, 백반의 의미를 찾고 백반을 정확하게 만든 후에 한식을 그리는 일이 가능하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한식 밥상은 심하게 흐트러졌다. 일본과 청나라 음식, 서양음식이 물밀 듯이 들어왔고 조선왕조는 무너지고 있었다. 미처 한식 밥상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최근 한국을 다녀간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 음식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중국 관광객들에게 백반 밥상은 '요리가 없는 밥상' '반찬이 없는 밥상'이다. 중국에는 '가상채(家常菜)'가 있다. 가정식, '집 밥'이라는 뜻으로 반찬이 없는 밥상이다. 가격도 싸고 실제 먹을 것도 별로 없다. 채소 볶음 두어 종류와 장아찌 류가 있다. 그리고 흰 밥 혹은 죽 종류를 준다. 밥상을 보는 순간 허술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관광객들은 그럴 듯한 "대장금"의 밥상을 기대했다가 가상채를 받아든 느낌일 것이다.

경기도 포천 '욕쟁이할머니집'
을 다녀온 사람들 중에는 "별 먹을 것도 없더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백반이기 때문이다. 반찬 아닌 반찬들과 밥과 국이 모두다. 소박하지만 제대로 만든 음식이다. 장이나 초를 제대로 활용한다. 갈치조림이나 회 종류가 있는데 이걸 더하면 '1기 밥상'이 된다.

경기도 포천의 '욕쟁이할머니집'도 마찬가지다. 백반집이다. '시래기 전문'이라고 부르는데 '시래기가 아주 좋은 백반 밥상'이다. 메뉴 중 불고기를 주문하여 더하면 '1기 밥상'이 된다.

서울 애오개의 '착한밥상'도 마찬가지다. 조미료 사용을 절제한, '지(漬)' 종류가 아주 좋은 백반이다. 생선이 한 토막 씩 놓인다. 소박하지만 '1기 밥상'이다.

수원의 '전라도백반'은 이름이 백반집이지만 실제 밥상은 간장게장을 내세운 백반집이다. 대중적인 잡채가 백반에 어울리진 않지만 전체적으로는 잘 만든 호남 식 백반이다.


서울 애오개 '착한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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