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몸의 최고 호위 장군… 잘 유지하고 바른 처방 필요

흔히 자기 능력 밖의 일을 저지르면 주위에서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간땡이가 부었네“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실상 매일 간덩이가 붓는다. 매끼마다 밥을 먹으면 혈액 중에 공급하고 남은 영양분들을 인슐린이 간과 근육에 포도당과 유사한 글리코겐 이라는 물질로 저장했다가 그 다음 식사시간까지 조금씩 혈액에 포도당으로 공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조금 과식이라도 하면 글리코겐이 간에 저장되면서 ‘간땡이’가 최대 100그램이나 더 부풀어 오르게 된다. 글리코겐은 1그램에 4Kcal 정도라 총 400 Kcal를 간에 저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의미로 근육과 간은 글리코겐의 일시 저장처로 동일한 역할을 한다. 한의학에서 간주근(肝主筋)은 이런 의미가 아닌가 싶다.

근육은 간이 주관한다는 뜻으로 근육의 상태를 보면 간의 충실도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간(肝)은 봄에 해당하고 풍(風)의 형태를 띤다는 사실을 이미 지난 칼럼에서 밝힌 바가 있다. 문풍지가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것처럼 눈꺼풀이 떨리거나, 얼굴이 실룩거리거나, 손을 떠는 수전증(手顫症)이나 얼굴을 도리도리하는 두전증(頭顫症) 모두 바람이 분 것이다. 그래서 환자분께 ”풍(風)이 든 것 같다.“ 라고 말하면 화들짝 놀라면서 더 심해지면 중풍이 오느냐고 걱정스레 묻는다. 그러면 우리가 알고 있는 중풍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우리는 풍(風) 즉 바람을 볼 수 없다. 다만 바람이 지나가면 바람개비가 돌아가거나, 나뭇잎이 흔들리는 등의 현상으로 바람이 왔다 갔음을 알 뿐이다. 바람은 산들바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여름 백만 대군의 시커먼 먹구름과 천둥 번개를 거느린 태풍은 그 규모만으로도 위압적이다. 우리 몸이 감내하기 힘든 정도의 충격이나 스트레스는 태풍이 되어 우리 몸을 훑고 지나간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뭐 하나 성한 것이 없듯이, 우리 몸도 그렇게 된다. 외적에 대항해서 임금인 심장 대신 간장이 장군의 역할로 맞서보지만 역부족이다. 그러면 간(肝)이 상하게 되고 간(肝)이 주관하는 근육은 뒤틀리고 망가지게 된다. 이것이 한의학에서 말하는 중풍(中風)이다. 중풍이 와서 그 나마도 간(肝)이 막아내면 근육정도가 망가져서 보행장애나 언어장애, 감각장애 정도로 오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왕인 심장이 다치면 혼수상태에 이른다.

독자 중에는 혼수상태는 뇌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뇌 병변이 원인인 것이 자명한데 왜 심장을 말하는지 궁금한 분도 있을 것이다. 한의학에서 뇌는 넓은 의미로 심장에 배속되어 정신(精神)에 관한 일을 한다. 연수를 제외한 모든 뇌 부위가 손상되더라도 심장만 뛰면 생명체는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심장이 임금인 이유다.

한약으로 간(肝)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헛개나무, 인진쑥, 다슬기, 굼벵이 등이 생각날 것이다. 헛개나무는 지구(枳椇)나무다. 지구나무 껍질이나 나무 전체, 잎, 열매는 모두 주독(酒毒)을 풀고 대변과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평간식풍(平肝息風)하는 효능이 있어 민간에서 간장약으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헛개나무 한 가지만 사용할 경우 다른 쪽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군신좌사(君臣佐使)의 한약 처방원리에 맞게 사용해서 몸이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인진쑥은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나는 코스모스와 비슷한 사철쑥이다. 더위지기도 인진쑥으로 쓰는 경우가 있지만 약효는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인진(茵蔯)은 대표적인 황달치료제다. 특히 소음인 황달에 주로 사용된다. 간(肝)에 열이 갇혀서 습열(濕熱)이 차면 황달이 발생되는데 이 습열을 뺄 때 사용된다. 황달에는 인진(茵蔯)이 군약(君藥)인 인진호탕(茵蔯蒿湯)이 주로 사용되고 황달이 있으면서 소변이 꽉 막혀서 안 나가면 인진오령산(茵蔯五苓散) 같은 처방을 주로 쓴다. 이 두 처방은 함부로 쓸 수 있는 처방이 아니고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에 의해 사용해야 한다. 제조(蠐螬)는 ‘굼벵이’로 제주도 산이 으뜸이며, 고단백으로 태음인(太陰人)에게 사용되는 간장(肝臟)약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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