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발 중 특별한 증상 있는 10% 정도 치료…수술ㆍ비수술 등 다양

7살 여자아이가 제 또래답지 않게 잘 뛰려고 하질 않았다. 조금만 걸어도 장딴지가 아프다고 했다. 발모양을 뒤에서 보니, 발등부터 밖으로 점점 휘는 것처럼 보였다. 부모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정형외과 족부전문의인 필자를 찾아왔다. 평발(편평족)이었다. 교정 깔창을 처방했다. 좀 더 성장하면 수술을 고려해보자고 권했다. 평발 환자가 전체 인구의 15%가 넘는다는 통계로 아이의 부모를 안심시켰다.

필자가 10년 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족부학회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평발 수술 후 결과’에 대해 연구중이던 필자가 미국족부학회에서 구연발표를 하게 되었다. 당시 약 500 여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발표회장 빼곡히 미국 정형외과 의사들이 앉아있었다. 족부학회 발표 주제 가운데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다름 아닌 평발이었다. 당시에 평발이 화두가 되었던 이유는 평발을 치료ㆍ교정하는 획기적 수술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발이 모두 병은 아니다. 겁먹을 거 전혀 없다. 평발이라고 해도 특별한 증상이 있는 사람들만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면 된다. 조금만 걸어도 발에 금세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 발목아래 내측부가 심하게 튀어나와 아픈 사람들, 걸으면 종아리가 너무 당기는 사람들.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10% 정도만이 치료가 필요하다.

사람은 만 1세 쯤 되면 체중을 실으면서 걷게 된다. 만 5세 까지는 발모양이 잡히지 않아 평발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 시기를 전문용어로 ‘생리적 평발 시기’라고 한다. 그러나 만 5세가 넘었는데도 평발이라면 성인이 되어서도 발 모양이 평발인 경우가 많다. 평발인지 아닌지를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신발 어디가 가장 많이 닳는지 혹은 찌그러지는지를 관찰하는 것. 내측 종아치가 낮은 평발 환자들은 신발 발바닥 중앙 안쪽(내측부)가 먼저 닳으면서 찌그러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형외과 족부전문의를 찾아가면 평발임을 알 수 있는 방사선적 지표가 세 가지 정도 제시된다. 하나는 거골-제1 중족골간 각(Miery angle), 또 하나는 종골 높이각(calcaneal pitch angle), 마지막 하나는 뒷꿈치 외반각 (heel valgus angle) 이다. 보통 이 세 가지 각이 모두 정상 범위를 벗어났을 때 중증 평발이라고 한다. 뒷꿈치 외반각만 큰 경우는 그중에서 후외반족이라 부르는 게 맞다. 필자는 최근 다른 병원에서 평발이라고 진단받고 필자의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접하는데, 실제 방사선 지표를 보면 후외반족인 경우가 상당수였다.

실제 발모양을 정확히 알게 되면 지금의 불편함과 통증이 어떠한 원인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 알기 쉬워진다. 또한 그런 증상들이 발모양과 무관한 것인지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 심하지 않은 증상으로 내원한 경우엔 주사치료나 교정안창(깔창)으로 증상완화를 먼저 시도한다. 그럼에도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때는 강직성 평발이 심한 경우, 평발 증상이 매우 심해 20분 이상 연속으로 걷기가 힘든 경우, 다리를 절게 되어 정상 보행이 힘든 경우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축구선수 박지성이나 연예계의 만능스포츠맨 김병만도 평발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자신이 평발이라고 해서 낙담할 필요가 전혀 없다. 자가진단으로 스스로를 평발이라고 속단하지 말고 족부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우선이다. 혹시 통증이나 기타 증상이 심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겐 수술이든 비수술이든 평발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평발이라고 모두 병은 아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