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명 같더라도 증상이 다른 경우는 많다

목과 어깨. 서로 가까이에 있다. 한편으론 이어져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둘 사이의 치료방법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면에서 목과 어깨는 가깝고도 먼 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스포츠댄스 학원장이라고 했다. 여자 환자. 나이는 59세.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표정이 무척 일그러져 있다. 표정만으로도 극심한 통증이 있다는 걸 감지할 수 있을 정도. 팔을 내리면 왼쪽 팔 전체가 너무 저려서 머리 위로 손을 올려야만 그나마 통증이 덜하다고 했다. 또 다른 환자. 44세의 이 환자도 팔을 내리면 오른쪽 팔 전체가 너무 저려서 머리 위로 손을 올려야만 통증이 줄어든다고 했다.

이렇듯 환자가 머리위에 손을 올렸을 때 통증이 감소하는지 알아보는 것을 ‘어깨 외전 호전 징후 (shoulder abduction relief sign)’검사 라고 한다. 이 검사는 경추 신경근증, 즉 경추 추간판 탈출증이 있을 때 시행하는 검사다. 앞서 소개한 두 환자는 전형적인 경추 추간판 탈출증, 즉 흔히 말해 목디스크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목디스크가 있는 환자들은 하늘을 올려다 보기가 힘이 든다. 위를 보려고 목을 뒤로 젖히는 순간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려다보기 동작은 목디스크가 의심될 때 시행해보는 검사이기도 하다. 스펄링 (Spurling test) 검사라고 하는데, 통증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상태에서 의사가 환자의 머리를 위에서 지그시 누른다. 이 때 같은 쪽 승모근이나 견갑골 뒤쪽 또는 팔에 통증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척추신경의 압박을 확인하는 검사법인 것이다.

그런데 환자의 통증양상은 정형외과 의사가 보더라도 목디스크 증상이라고 판단할 전형적인 증상만을 호소하는 게 아니다. 여기에서 흔히 착각이 일어난다. 팔로 내려가는 신경을 눌러서 팔로 뻗는 방사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제일 많다. 그렇지만 목 부위나 견갑골 안쪽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 또는 목에서 내려오면서 연결되는 경사부위인 승모근 통증만 보이는 경우도 많다. 환자들은 대개 승모근 통증을 목의 통증이라고 오인하곤 한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필자가 방송에서 시청한 차마 웃지 못할 상황도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견관절 전문의가 출연해 연예인 패널들과 어깨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방송이었다. 그런데 연예인들이 승모근 통증을 호소하는데 그 유명한 의사는 척추 관련 진료를 받으라고 조언을 하고 있었다. 이렇듯 의사들도 가끔 혼동하는 수가 있는 게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진단명이 같을 지라도 증상이 같은 환자는 없다. 통증은 당기는 듯 아프게도 나타나기도 하지만, 마치 감전된 듯 화들짝 놀라게끔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타는 듯한 통증이나 욱신거리는 느낌 또는 감각저하, 저림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칼럼을 시작하면서 오프닝 부분에서 예로 들었던 환자들은 사실 다른 병원을 거쳐 필자의 병원에 온 사람들이다. 그분들은 인터넷으로 자신들의 증상에 대해서 검색하고 처음엔 어깨에 문제가 있으려니 하는 생각으로 근처 병원을 찾아갔다고 했다. 그런데 차도가 없어서 이런저런 병원을 순례하다가 필자의 병원에 온 그 환자들은 사실 목에 문제가 생겨 통증이 발생한 사람들이었다.

퇴행성 관절 질환 대부분이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모든 질환이 그렇듯,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치료 방법이 적용되지 않으면 가려운데 남의 다리를 긁는 것처럼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들의 통증 양상만 듣고 지레 짐작으로 자신의 병을 자가진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경험해본 사람은 잘 안다. 밝히기가 좀 미안하지만, 서두에서 언급한 두 환자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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