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질환 정확히 알고 치료받아야

정형외과 의사들은 누구나 '통뼈'입니다. 뼈를 다루며 뼈에 통달한 사람들, 또는 뼈에 통달하고 싶은 사람들이니만큼 '통(通)ㆍ뼈'라고 써야 정확하겠지요. 정형외과 병원을 찾는 환자분들이 필자같은 '통(通)ㆍ뼈'들에게 꼭 묻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정형외과 무릎 전문의로서 답을 하다보면 공통질문 목록을 작성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요.

문제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인터넷에서 어느 정도는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는 것이죠. 완성형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부분적 지식 몇 개가 조합되다보니 궁금증과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는 인터넷 어디를 들여다봐도 명확한 대답이 나와 있지 않는 경우도 있긴 있습니다. 그래서 본 칼럼을 포함해 몇 차례에 걸쳐 '환자들이 정형외과 무릎 전문의에게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들'이라는 주제로 쉽고도 정확한 설명을 해볼까 합니다.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들의 궁금증이 모두 풀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① 연골주사를 맞으라고 하는데, 이거 뼈 주사 아닌가요?

연골주사는 히알루론산이라는 윤활액 성분입니다. 이는 우리 관절 내에 모두 있는 성분이기도 합니다. 우리 관절 속에서 적절한 점도를 유지하면서 관절의 마찰을 줄여줍니다. 당연히 연골이 닳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연골이 닳아 관절염이 생기면, 그렇지 않은 관절에 비해 마찰이 많아져 필요량에 비해 관절액의 양이 부족해집니다. 다시 말해 뻑뻑해집니다. 더불어 관절자극이 증가하면서 활액막이라는 관절 속 인대와 연부조직을 감싸는 막이 자라나 관절 속에 물이 차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끈적한 점액성분에 물이 섞여서 원하는 만큼의 윤활작용을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엔 관절염 치료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질문에서 언급한 연골주사를 통해 마찰을 줄여줍니다. 통증도 감소시키고 나빠지는 속도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기 때문이죠. 연골주사가 관절 속에 들어가면 일정 기간 동안 기능합니다. (관절염이 심하면 6개월 이내, 그렇지 않다면 1년까지도 남아 있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주사를 썼다고 해서 환자의 관절이 윤활액을 만들어내는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으므로 안심해도 좋습니다. 자동차 엔진오일이 오래 되어서 새로 넣어주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군요.

② 그렇다면 뼈주사는 뭔가요?

뼈주사라는 것은 스테로이드 주사를 일반화시켜 부르는 용어라고 생각됩니다. 스테로이드라는 성분은 너무나 훌륭한 항염증제(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입니다. 그래서 혈관에 넣어주면 류마티스 관절염같이 혈액으로 인한 염증 질환을 치료할 수도 있습니다. 관절 속에 넣어주면 관절염으로 인한 염증을 대단히 빨리 없애줍니다. 통증이 감쪽같이 없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상당히 일반적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기능과 더불어 겁이 덜컥 나는 부작용도 지닌 게 스테로이드 주사입니다. 인대나 연골의 기본적인 탄성능력(일상적으로 생기는 충격을 받아들이고 완화시키는 능력)을 부족하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관절의 능력을 저하시켜 버리는 것이지요. 쉽게 말해 관절연골이 쉽게 삭아버린다고 말할 수 있겠군요. 이런 사실이 밝혀지고 난 후부터는 스테로이드주사를 무릎 관절에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권장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무릎 전문의들은 스테로이드주사를 절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주사가 관절마다 미치는 영향이 조금씩 달라서 허리 부위에 사용하는 신경 주사나 어깨 인대 부위에 사용하는 주사의 경우엔 소량을 섞어 쓰는 게 허용되고 있습니다. 뼈주사는 무조건 나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구 써도 되는 것도 아닌 주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군요. 주사를 맞을 때, 의사에게 이게 무슨 주사인지 그리고 성분은 뭔지 등등을 묻고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③ 관절약을 먹으면 붓고, 위장도 나빠지고, 내성도 생긴다면서요?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참는 것도 방법 아닌가요?

관절이 아플 때 쓰는 약은 소염진통제입니다. 즉 소염(염증을 가라앉혀서) + 진통(통증을 없애는) 약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의사들이 이런 약을 쓰는 것은 단순히 환자들이 약을 먹고 아픈 것을 모르도록 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약을 쓰는 목적은 환자의 병에 따라 다릅니다. 일단 단순한 근육이나 인대 염좌의 경우, 붓고 아픈 이유는 염증 때문인데 이를 그냥 두면 문제가 생깁니다. 염증물질 때문에 인대나 근육 회복에 필요한 성분이 제대로 접근하지 못함으로써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약을 안 썼을 때도 나을 수는 있지만, 낫는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거죠. 관절염의 경우는 어차피 약을 먹는다고 없어졌던 연골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생긴 염증도 시간이 지나면 또 반복적으로 생깁니다. 그러니 어쩌면 약을 안 먹고 참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엔 약을 씀으로써 환자분이 가능한 빨리 운동(관절염으로 인해 약해진 근육을 보강할 수 있는)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관절염의 악화를 막고, 어느 정도는 계속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바로 재활운동입니다. 근육의 힘으로 관절염이 악화되는 속도를 막고, 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염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재활운동을 시작하기도 어렵습니다. 때문에 운동이 어느 정도 자리잡을 때 까지는 약을 먹는 게 환자에게 유리하다는 게 정형외과 전문의들의 생각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때 단순한 진통제(예: 타이레놀, 게보린 등등)는 항염증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통증을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 못 느끼게 해주는 역할만 합니다. 이런 진통제는 관절염 환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의와 상담없이 약국에서 사서 복용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염진통제는 정말 많은 종류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만약 어떤 소염진통제를 먹고 부었다 하더라도, 다른 소염진통제를 복용한 뒤에는 전혀 붓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물며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그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끝으로 내성이라는 말은 보통 항생제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세균 및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명체계를 변형시켜 특정 약을 이기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특성입니다. 항생제가 아닌 경우 내성이라는 말을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꾸 먹는다고 해서 그 약이 나중에 약효가 없을 리는 만무합니다. 현재는 약이 잘 듣는데 나중에 그렇지 않다면, 그건 시간이 경과하면서 병이 더 진행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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