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척추측만증 관찰로 충분…‘척추측만증 염려증’문제

특발성 측만증엔 관찰, 보조기 착용, 수술 등 방법 있어

병원에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오는 엄마들의 걱정은 대체로 비슷하다. 무거운 책가방이나 바르지 않은 자세 때문에 내 아들딸이 척추가 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척추측만증에 대한 올바른 의학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여겨진다. 그 어느 누구라도 맹자의 어머니라 불러도 좋을 만큼 자녀의 학업과 건강에 ‘올인’하는 21세기 대한민국 ‘맹모’들에게 이보다 더 긴요한 정보는 없을 듯 하다. 먼저 사례부터 살펴보자.

24세 여자 환자. 1주일 전부터 허리 통증이 왔고, 어릴 때 척추측만증 (Scoliosis)진단을 받아 걱정이 된다고 했다. 교정치료를 받고 싶어 병원에 왔다고 해서 진단했더니, 이미 성장이 멈춘 성인으로 측만각 (Cobb`s angle)은 약 17도 정도로 측정되었다. 또 다른 경우. 고등학교 1학년 15살 여자 환자는 몸이 비뚤어진 것 같다며 병원에 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고 교정운동치료를 했다고 했다. 150만원에 20회 정도 교정치료를 받았다고 했고, 그 당시 측만각 (Cobb`s angle)이 14도 정도였단다. 이 여학생은 초경이 5학년 때 시작됐다고 했고, 5년이 지난 현재는 측만각이 14도 정도로 측정됐다.

일반적으로 측만각이 10도 이상인 경우를 측만증이라고 정의한다. 측만증의 유병율은 인구의 1.5~3% 정도. 척추 측만증의 종류는 많지만, 오늘의 주제는 청소년기형 특발성 척추 측만증이다. 대다수의 척추 측만증 환자에서는 여러 가지 검사를 해도 척추가 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다. 이처럼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 특발성 측만증 (Idiopathic scoliosis) 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전체 척추측만증의 약 85% 정도를 차지한다.

그런데 알아둬야 할 사실은 학생들의 잘못된 자세나 무거운 책가방 등이 척추가 휘는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이런 특발성 측만증은 평소 건강하게 잘 지내던 10대 사춘기 전후의 여학생들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남학생은 드물다. 대개는 학교 신체검사 또는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집에서 가족들이 볼 때 한쪽 어깨높이가 다르다는 이유로 발견되기도 한다. 거울을 보다가 자신의 좌우 유방의 크기가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이상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처럼 체형의 이상 이외에 별 다른 증상이 없는 것이 특발성 측만증의 특징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특발성 측만증에서는 통증이 없다. 만약 통증이 있다면 특발성 측만증이 아닐 가능성을 생각하고 여러 정밀검사를 통해 통증원인을 세심히 찾아볼 필요가 있다.

측만증을 걱정해서 병원에 오는 학부모와 학생들 대부분은 학교 검진에서 병원에 가보라는 얘기를 듣고 병원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측만증이라는 병이 정말 학교검진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는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대다수는 문제가 될 정도로 만곡이 진행되지 않는다.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각도인 30도를 넘는 만곡의 빈도는 전체 검진 환자의 0.3%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검진에서 측만증을 가지고 있다고 발견된 환자의 90% 이상이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단지 관찰(observation)이 필요할 뿐이다. 또한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측만증의 경과를 좋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학교검진은 대다수의 정상 학생과 그 부모들을 ‘척추측만증 염려증’에 걸리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검사를 하게 만든다. 나아가서는 교정을 목적으로 불필요한 치료를 함으로써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기도 한다. 물론 필자의 걱정에서 비롯된 생각이란 점을 이해하기 바란다.

측만증의 치료원칙을 살펴보면 성장기 환자에서 20도 이하의 유연한 만곡이거나, 성장이 종료된 환자에서 50도 미만의 만곡은 별다른 치료 없이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측만증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병원광고를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은 교정치료를 하라고 부추긴다. 측만증이 있는 경우 정상으로 교정될 수는 없다. 다만 측만각이 급격히 진행되거나 심해질 수 있는 경향을 보인다면 측만증 악화를 막기 위함이지 현재의 측만증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특발성 측만증의 치료는 크게 관찰(observation), 보조기 착용, 수술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전기 자극요법은 현재는 효과가 없다고 입증됐다. 역시 운동치료도 측만증의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좀 더 깊이 있게 다뤄보려 한다.

달려라병원 조석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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