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울) 증상에 소시호탕 써…증세 심하면 소요산 처방

한의대 본과 2학년 쯤에 한약재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하는 본초학이란 과목과 침에 관해서 배우는 침구학에 대해 자세하게 배우게 된다. 침구학도 본초학도 왕창 외워야 하는 과목이다. 시험을 보려면 한자로 빽빽하게 적힌 것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외워야 해서 동양철학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김용옥’ 교수마져도 나중에 ‘피똥을 쌌다’는 원색적인 말을 할 만큼 힘들다.

그런데 묘한 것이 시험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외우지만 그것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점이다. 요즘도 어떤 한약재가 나오면 자주 쓰지 않아도 어디에 쓰는 것인지는 알 수 있을 정도다. 한약재가 분류는 되어 있지만 실재로 쓰이는 용도가 너무 폭이 넓어 한쪽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기저기 쓰인다.

스트레스 하면 한의사가 제일 처음 떠올리는 한약재가 시호(柴胡)인데 시호가 이런 느낌의 한약재다. 스트레스에 쓰이는 처방하면 어느 한의사도 주저없이 소시호탕(小柴胡湯)을 꼽을 것이다. 소시호탕은 일본에서 참 사연이 많은 한약처방이다. 그리고 한약의 독성 때문에 한약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쓰면 어떻게 되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처방이기도 하다. 칸포우이가쿠(Kampo, 화한의학(和漢醫學))로 불린 일본의 전통 한의학은 일본이 1850년께 명치유신 시기 근대 의료제도를 도입하며 제국주의적인 군진의학을 강조하기 위하여 폐지하였고 침술, 구술, 안마술, 접골술 영업자로 쪼개어 명맥만 유지시켰으며 현재는 한의사는 따로 없고 양의사들이 의료의 전권을 쥐고 서양의학과 함께 일본의 전통의학을 시술하고 있다.

중국의 사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장개석이 집권하던 1929년 비과학적이란 이유로 중의학의 맥이 끊어졌다가 모택동이 1953년 부족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중의학에 숨을 붙여놓은 것이 오늘날의 중의학이다.

일본에서 1990년대에 소시호탕(小柴胡湯)이 간염을 예방하고 간경화 환자가 간암으로 가는 것을 방지하는데 효과적이며 부작용도 거의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의료현장에서 의사라면 누구나 증상의 진단 없이 광범위하게 소시호탕을 투약하게 된다. 결국 부작용이 발생되어 95년에는 B형간염에 대해 소시호탕과 인터페론 병용요법이 금지가 되고, 97년에는 소시호탕을 복용하고 10명이 사망했다는 언론보도에 의해 한약도 독성이 있으며 아무나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한의학 이론에 입각해서 진단하고 처방함으로써 현재 일본에서 한 해에 처방되는 한방과립제의 규모가 1ㆍ2조 이상 되는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와는 규모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소시호탕은 상한론 조문에서 무수히 많이 등장한다. 이도 저도 진단명이 안나오면 소시호탕을 쓰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소시호탕(小柴胡湯)을 써야 할 경우의 증상은 있다. 간이 울결이 되면 담낭에 미쳐서 담즙이 올라오면서 입이 쓰고, 목도 마르고, 눈이 어찔하고, 추웠다 더웠다 하고, 특히 저녁때 열이 확확 달아 오르고, 가슴과 옆구리가 그득하면서 결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번다하면서 헛구역질을 하고, 밥맛이 없어서 잘 먹지 못하는 것이 그것이다(口苦, 咽乾, 目眩, 寒熱往來, 日哺所發潮熱, 胸脇滿而嘔, 心煩, 喜嘔, 口不欲食). 쉰을 넘긴 어머님들이라면 갱년기 증후군의 증상과 같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이란 처방이 있다. 방약합편에 3가지가 나오는데, 하통(下統) 62번에 있는 것은 가래를 뱉는데 가래속에 피가 보일 때 쓰는 처방이고, 신문(神門) 1방에 나오는 것은 부인이 미쳐서 옥상같은 곳에 올라가서 노래부르는 질환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마지막으로 흔히 한의사들이 많이 쓰는 처방은 증보(增補)판 27번으로 간경(肝經) 울화(鬱火)를 치료한다. 스트레스의 강도가 소시호탕 증상을 넘어서서 폭발할 것 같을 때 사용하는 처방이며 이것보다 더 심해지면 목단피(牧丹皮)와 치자(梔子)가 더 들어간 단치소요산(丹梔逍遙散)을 쓴다. 이와는 달리 마르고 기운이 없는 사람이 스트레스가 심할 때 같은 음증에는 귀비탕(歸脾湯)이나 귀비온담탕(歸脾溫膽湯)을 많이 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