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대 젊은층의 요통 원인 되기도

만약 여러분이 허리가 아파서 정형외과에 갔을 때 의사로부터 “환자분의 척추뼈가 분리되어 있군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그 순간 머릿속에는 마술쇼에서나 볼 수 있는 몸이 위아래로 분리되는 무시무시한 바로 그 마술이 떠오를 지도 모릅니다. 척추가 분리되어 있다는 게 과연 무슨 뜻일까요?

20대 남자 환자가 허리가 아프다며 진료실에 들어왔습니다. 간단한 문진과 진찰을 하고 엑스레이 검사를 했습니다. 엑스레이를 보여주면서 척추 분리증 소견이 있다고 말해줬습니다. 척추뼈가 말 그대로 분리되어 있는 상태라고 이야기하자 환자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집니다.

아마 진료실에 온 이 환자의 경우처럼, 척추분리증이라는 병은 병명 자체가 주는 느낌이 공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병명을 듣는 순간 ‘혹시 내가 무슨 큰 병에 걸린 게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환자를 엄습할 거라는 것도 의사 입장에서는 잘 아는 바입니다. 그래서 의사들도 척추분리증을 설명할 땐 조심스럽습니다.

척추분리증은 척추뼈 앞과 뒤를 연결하는 협부라는 부위가 분리 되어있다는 뜻입니다. 팔과 다리뼈처럼 큰 뼈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척추에 조그만 연결부위가 분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원인으로는 선천적인 게 대부분이고 후천적으로 약해진 협부가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분리되기도 합니다.

척추분리증은 젊은 사람들의 요통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척추 분리증이 있는 부위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불안정해지면, 척추 전방전위증으로 이행돼 요통과 하지통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척추분리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증상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요통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도 검사하다가 우연히 척추분리증이 발견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엑스레이 같이 일반적인 검사로도 대부분 확인이 되며, 간혹 애매한 경우 CT 같은 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요추(허리뼈)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검사상 심한 불안전성이나 전방전위증 소견이 없으면 대부분 약물치료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로 충분이 치료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심한 불안정성이 있거나 전방전위증 같은 문제가 있다면 다른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분리증 아래에 위치한 신경근이 눌리면서 하지방사통이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주의를 요합니다. 신경근 압박이 심하지 않고 증상도 심하지 않은 경우는 신경주사치료 같은 비수술적 치료 방법을 사용하고 영상 검사에서 불안정성이 심하고 전방전위증이 심하면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수술은 그 부위가 안정되도록 척추유합술을 시행하게 됩니다.

젊은 나이에 발견되는 척추분리증은 대부분 수술이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보존적 치료에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그러니 미리 겁먹을 필요없이 치료를 잘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미리 척추 근력 강화 운동을 생활화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젊은 시절에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척추 분리증이 있다고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면 주의하셔야 됩니다. 그때는 허리 통증이 금방 좋아져서 잊고 지내다가, 나이가 들어서 허리가 아프고 다리 통증이나 저림이 심해져서 병원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척추 분리증이 심해져서 수술을 해야 되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젊은 시절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운동을 등한시했던 것을 뒤늦게 후회할 지도 모릅니다.

척추분리증이 없는 분들이라도 훗날의 척추건강을 위해서 젊은 날의 건강을 너무 과신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래를 위해 저축한다는 기분으로 운동을 생활화한다면 노년에 분명 척추건강이라는 이자가 듬뿍 담긴 통장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의사로부터 척추가 분리되었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겠죠? 독자 여러분의 척추 건강을 기원합니다.



달려라병원 신경외과 정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