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관절 내 관절와순 파열… 스포츠맨에 주로 발생정확한 진단 우선되야… 비수술적 치료 많아져

정형외과 전문의 그중에서도 어깨전문의로 일하다 보면, 제법 많은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뒤, 수술을 꼭 해야 하느냐며 필자를 찾아오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대개 슬랩(Slap)이라는 어깨병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뒤에 머릿속이 복잡해진 분들이기도 합니다.

20대 건장한 군인이 어깨가 아프다고 찾아왔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촬영한 MRI(자기공명영상)를 내밀면서 슬랩(Slap)이라고 진단 받았으니 수술을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통상적 훈련 외에 특별한 외상 병력은 없었으며, 진찰 소견에서도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또 다른 20대의 사연. 이번엔 헬스 트레이너였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2개월 전 슬랩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전보다 통증이 더 심해졌다며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진찰 결과, 어깨관절의 강직(운동범위의 제한)이 심한 상태였습니다.

슬랩(SLAP)이라는 용어는 어깨관절 내에 존재하는 이두건 장두 부착부위의 관절와순이라는 구조물이 파열되었음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들의 약자로 만들어진 병명입니다. 당연히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라면 의사들에게조차도 익숙하지 않은 용어입니다. 그런 단어가 환자분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때때로 놀라곤 했지만, 그 빈도수가 많아지다 보니 이젠 새삼스럽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정형외과 질병들이 그렇듯, 어깨 진료를 위해 정형외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의 연령대 역시 40대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슬랩이라는 병은 젊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게 되는 원인 중에 하나입니다. 진단을 위해서는 모든 질병이 그렇겠지만 슬랩에서는 특히 자세한 병력청취와 전문의의 진찰소견이 중요합니다.

또한 환자의 나이는 이 병을 진단하는데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데 이는 40대 이상에서는 슬랩과 유사한 자연적인 퇴행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40대 이상에서 슬랩에 합당한 증상과 신체진찰 소견을 보이지 않았지만, 다른 질환으로 인해 관절경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에 슬랩과 유사한 병변이 관찰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환자들에서는 슬랩에 대한 치료가 임상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임상적으로 진정한 슬랩을 동반한 환자는 실질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슬랩은 40세 이하의 스포츠 활동을 많이 하는 남자, 팔이 어깨 위에서 움직이는 동작을 많이 하거나 던지기 동작을 많이 하는 운동선수의 주로 사용하는 팔, 어깨에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로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 및 팔이 몸에서 벌어지고 펴진 상태로 넘어지거나 탈구된 환자에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들 환자에서는 우선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해 볼 수 있습니다. 비수술적 치료에는 충분한 휴식, 진통소염제, 주사치료 및 스트레칭 운동이 있습니다. 비수술적 치료를 수개월 했음에도 지속적 ?증을 호소한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수술적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필자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환자에서 비수술적 치료로 호전이 되는 것을 경험했고, 실제로 수술까지 시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습니다. 한때 젊은 환자들에서 유행처럼 무분별하게 수술적 치료가 많이 시행되었던 시기가 있었으나 비수술적 치료와 치료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다행히 수술적 치료의 빈도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군인의 경우는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되었고, 헬스 트레이너의 경우는 수술 후 발생한 강직을 적절한 재활운동 치료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다행히 증상 호전이 되었습니다. 만약 이분이 수술을 안 하고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시행했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습니다. 그만큼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라는 뜻이겠죠?



달려라병원 박진웅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