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뭄바이에서의 감동은 생경하다. 구식 슬라이드를 넘기다 빠르게 변모하는 현대적 풍광과 맞닥뜨리는 기분이다. 인도 서쪽, 뭄바이에서는 거대한 반도의 뒷모습과 조우하게 된다.

퀴즈쇼에서 억만장자가 된 빈민가 소년의 얘기를 다룬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아카데미상을 8개 부문이나 휩쓸며 화제를 낳았다. 이 인도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뭄바이다. 뭄바이는 뉴욕에 비견되는 곳으로 대규모 주식시장에 인도 교역의 50%를 차지하는 최대의 상업도시다.

도시 어느 곳을 지나쳐도 시끌벅적하다. 북적거리는 도심과 세련된 거리의 뒷골목에는 영화 속에서 봤던 슬럼가도 자리 잡았다. 뭄바이의 집값은 서울 못지 않게 비싼데 도시의 근로자들 중 다수가 슬럼에서, 또 거리에서 생활하며 도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거대한 도심 빨래터 도비가트

도심 어느 곳보다 뭄바이에서 꼭 들려야 할 곳은 도비가트라는 거대한 빨래터다. 이곳은 카스트 제도에도 속하지 못하는 ‘불가촉 천민’들의 일터로 빨래하는 사람인 도비왈라만 1,500여명에 달한다. 영국 식민지 시절, 군복을 한꺼번에 모아 세탁하던 곳이 그 기능을 이어오고 있는데 수백명이 동시에 빨래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뭄바이 중심의 CST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뭄바이의 또 다른 명물이다. 기차역이 세계문화유산으로 기록된 경우는 드문 일이다. 1887년 완공된 역은 영국 식민지 시설 건축물 중에서 가장 우아한 것으로 손꼽히는데 이 역을 통해 드나드는 뭄바이 사람은 하루 3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CST역은 영화 ‘슬럼덕 밀리어네어’에서도 주요 배경이 됐다. 역은 빈민가 출신 두 주인공의 만남과 이별의 매개체로 등장한다.

인도의 뉴욕쯤으로 여겨지는 뭄바이는 인도인의 교통습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지인 사이에서 ‘인디언 헬리콥터’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오토릭샤는 바퀴 세 개를 달고 도심과 시장골목을 전천후로 다닌다. 오토릭샤는 한때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낙인 찍혀 2000년대 초반에는 천연가스를 쓰는 파란색 오토릭샤가 대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오토릭샤 외에도 짧은 거리를 이동할때 사이클 릭샤 등을 타기도 한다. 뭄바이의 택시 역시 오토릭샤 만큼이나 앙증맞다. 택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이드미러가 없는데, 인도 차들은 출시할 때부터 사이드미러를 다는 게 별도 옵션이다.

이국적인 풍광의 건축물들

석굴사원으로 유명한 엘리펀트 섬이나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초호화 타지마할 호텔 역시 도시의 세월을 기록하는 주요 볼거리다. 바닷길을 따라 11km 떨어진 엘리펀트 섬은 450~750년에 걸쳐 조성된 석굴사원의 섬세한 조각상이 인상적인 곳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타지마할 호텔은 서구식 뼈대에 무굴 양식을 결합한 외관이 독특하며, 영국왕이 인도를 방문한 것을 기념해 세운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는 뭄바이의 이국적인 풍광을 덧칠한다.

주말이면 현지인들이 몰려드는 곳은 서쪽 해변도로인 마린 드라이브다. 남쪽 나리만 포인트에서 말라바 언덕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명성 높으며 이른 아침이면 산책을 하거나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로 해변길이 빼곡하게 채워진다. 뭄바이에서 내로라하는 부호들의 고급 주택도 마린 드라이브 주변에 밀집돼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뭄바이지만 관광지의 남자들 의상에서는 전통의 흥미로운 흔적도 발견하게 된다. 치마처럼 생긴 인도 남자들의 하의인 로띠는 신분에 따라 구별 되는데 흰 옷인 ‘문두’는 중간계급 이상의 남자들이 외출할 때 입으며 색깔 있는 ‘룬키’는 하층민들이 착용하는 옷이다. 계급적 차이에 상관없이 이들은 아침이면 ‘짜이’를 마시며 일상의 평화를 함께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여행메모

가는 길=대한항공이 인도~뭄바이간 직항편을 운항중이다. 인도 항공사인 제트 에어웨이스 등도 홍콩을 거쳐 뭄바이까지 운행한다. 인도 입국에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하다.

먹을 거리=외국인의 왕래가 잦은 까닭에 뭄바이에는 전 세계 음식을 맛볼수 있는 레스토랑이 잘 갖춰져 있다. 현지 음식은 바닷가인 만큼 해산물 요리가 유명하다. 포르투갈식이 가미된 해산물 카레 등 퓨전요리가 먹을만 하다..

기타정보=통화는 루피화를 사용하며 호텔 등에서 편리하게 환전이 가능하다. 도비가트에서 빨래하는 사람들을 근거리에서 촬영하는 것은 삼가는게 좋다. 전원기구를 사용하려면 멀티 커넥터가 필요하다.



글ㆍ사진=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