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소피아
터키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오랜 세월 뒤엉킨 두 얼굴의 도시다. 이곳에 발을 디딘 이방인들은 구식 슬라이드 넘기듯 시간과 공간 이동을 함께 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천년을 마주 선 vs

이스탄불의 둥근 모스크들은 옛 도시의 골목사이로 언뜻언뜻 장엄한 얼굴을 내민다. 술탄아흐멧 자미(), , , 예레바탄 사라이(지하궁전)는 구시가지를 대표하는 유적지다.

천년의 세월을 두고 마주 선 와 는 이곳 이스탄불이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접점이었음을 보여준다. 아야소피아는 회교식 모스크의 외관을 지녔지만 예수를 담은 황금빛 벽면 모자이크 성화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푸른색의 미나레트(첨탑) 6개가 상징인 는 이스탄불이 회교도의 도시임을 강변하듯 도심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다.

오스만 술탄의 흔적이 서린

블루 모스크
3대륙을 거느렸던 오스만 시대 술탄(왕)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은 세계 각지에서 노예로 끌려온 여인 등 1500여명의 궁녀들이 죽을 때까지 밖에 나가지 못하며 기거했던 '하렘'이라는 공간이 인상적이다. 광장에서 비둘기 모이를 파는 할머니나 모스크 앞 수돗가에 앉아 손발을 씻는 노인들의 모습 역시 구도심 속 풍경의 단면이다.

구식 슬라이드 같은 이스탄불은 바자르(시장)로 들어서면 다른 템포로 요동친다. 구도심에서 만나는 옛 시장들은 엄청난 규모로 북적거린다.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된 그랜드 바자르에는 3,300여개의 상점이 미로를 따라 빼곡히 들어서 있다. '절반은 깎고 시작해야 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흥정이 기본인데 이들 상인들의 능청스런 호객행위나 흥정솜씨가 결코 만만치만은 않다.

오히려 여유롭고 마음 편하게 쇼핑을 즐기려면 향료 시장으로 불리는 이집트 바자르를 택하는 편이 낫다. 이 지역 주민들을 상대하기에 바가지도 심하지 않고 사람 냄새 나는 시장 풍경도 엿볼 수 있다.

옛 전차 가로지르는 분주한 이스티크랄 거리

아야 소피아 내부 성화.
그랜드 바자르 초입의 쳄베르리타쉬 하맘이라 불리는 터키탕은 이색적이다. 실제로 이곳 터키탕은 한국에서의 편견처럼 외설적이기보다 건전하고 아늑하다. 오래된 3층집 여인숙 같은 실내에는 수건으로 몸을 두른 건장한 아저씨들이 서성거리는데 탕안에 몸을 담그는 것이 아니라 뜨끈뜨끈한 대리석 단에서 땀을 내도록 되어 있다.

골드혼을 건너면 서울의 명동과 같은 분주한 이스티크랄 거리로 이어진다. 고풍스런 건물들 사이로 바, 명품숍들이 늘어서 있고 오래된 전차가 그 사이를 가로지른다. 추리작가 아가사 크리스티가 묵으며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을 구상했다는 페라 팔라스 호텔도 거리 한편에 남아 있다. 거리는 밤이 되면 바와 클럽으로 불을 밝히며 탁심광장에는 그윽한 꽃시장이 형성돼 향기를 더한다.

해질 무렵이면 낯선 바에 앉아 터키식 진토닉 '라크'를 마신다. 노을과 모스크를 바라보며 터키에 오면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글귀를 떠올려 본다. 문명과 바람과 인간이 하나로 정지된 곳. 낯설고 아득한 땅은 푸근함으로 변질돼 가슴 깊이 다가서게 된다.

여행메모

가는길=터키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인천~이스탄불 직항편을 운항중이다. 이스탄불에서는 교통 프리패스인 아크빌을 구입하면 버스, 메트로 등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스티크랄 거리.
숙소=호텔은 신시가지 쪽에 밀집돼 있으나 운치 있는 하룻밤을 원한다면 구시가지의 호텔이나 보스포러스 해협의 부띠크 호텔에서 묵는 것도 좋을 듯.

음식=이스탄불 뒤편의 양고기 레스토랑 '콘얄르'가 먹을만하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조망할수 있는 전망 포인트 아래 위치했으며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터키식 피자인 피데나 터키식 파이인 뵈렉도 시내식당에서 맛 볼수 있다.


토프카프 궁전

글ㆍ사진=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