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사, 저령, 오령산 이수작용 탁월

택사(澤瀉)라는 한약재가 있다. 택(澤)은 못, 연못, 저수지이고, 사(瀉)는 물을 쏟다, 물을 버리다, 흘러내리게 하다라는 뜻이다. 한약재 이름 자체에 효능이 다 결정되어 반영되어 있는 셈이다. 택사(澤瀉)는 질경이 택사와 택사의 뿌리덩이를 건조해서 사용한다. 질경이 택사는 잎 모양이 질경이 잎과 너무 닮아 질경이 택사라고 붙여졌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질경이의 씨인 차전자(車前子) 역시 이수작용이 있는 한약재로 분류된다.

복령은 성평(性平)하지만 택사는 성한(性寒) 즉 성질이 차다. 그래서 복령은 아무 한약하고 잘 어울리고 보(補)하는 데도 쓸 수 있지만 택사는 그렇지 않다. 신장이나 방광의 열로 인해서 소변을 못 보거나 연로해서 마르고 열이 많은 체질의 노인에게 쓸 수 있다. 택사(澤瀉)가 복령 저령등과 함께 오령산(五苓散)으로 쓰이면 부종이나 소변이 잘 안 나오는 소변불리(小便不利)에 사용되지만,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같은 곳에서는 신장의 열(熱)을 끄는 용도로 사용된다.

저령(豬苓)이란 한약제는 생김새가 돼지똥과 비슷해서 저(猪, 돼지)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저령은 상수리 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의 뿌리에서 균사체로 자란다. 저령탕(猪苓湯)은 저령, 복령, 택사, 아교, 활석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오랜 설사로 인해 진액이 말라서 마른 기침을 하고, 갈증을 느끼고, 가슴이 답답해서 잠을 못 이루는 환자에게 쓰는 처방이다. (下利六七日, 咳而嘔, 渴, 心煩不得眠者. 猪苓湯主之.) 또 소변볼 때 피가 나고 따끔거릴 때 쓰고, 신장, 요관, 요로, 방방등에 결석이 있을 때 많이 쓰는 처방이다. 결석에 잘 안 빠지면 작약 감초를 가미하고 그래도 안 되면 활석을 증량한다.

오령산(五苓散)은 방약합편 하통 10번에 나온다. 부종과 설사에 이만큼 많이 쓰는 처방이 없을 정도로 귀중한 처방이다. 택사, 적복령, 백출, 저령, 육계로 이루어져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입이 말라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싶고, 온몸에 땀이 많이 나지만 소변은 시원하게 보지 못할 때 쓰는 처방이다. 그런데 오령산을 탕으로 달여서 주면 수입즉토(水入卽吐) 즉 물을 먹는 순간 토하게 된다. 그래서 물이 없는 가루약인 산제(散劑)로 만들어서 입에 가루를 조금씩 침으로 녹여서 먹게 만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토하기 때문에 한약을 먹일 수가 없다.

오령산은 물을 소변으로 빼는 한약이다. 설사를 오랫동안 하는 사람은 물(소변)과 건더기(대변)이 분리가 되지 않아 한꺼번에 나가는 현상이다. 이럴 때 오령산을 쓰면 대변에 있는물을 뽑아 소변으로 내 보내게 되니 대변이 되직해질 수밖에 없게 되어 설사가 멎게 된다. 혹여 해외 여행 중에 물을 갈아 먹어서 설사로 고통 받으면 약국에 가서 이뇨제를 달라고 해서 복용하면 임시방편으로 쓰일 만 하다. 이것은 사람이나 가축이나 강아지도 예외가 없다. 최근 일인가족이 늘어나면서 반려견이나 애완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데, 이 때도 역시 설사하는 동물에게 쓸 수 있다. 특히 강아지는 설사하면 진액이 빠져나가 탈수증상으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오령산을 사용하여 설사를 멈춰 탈진상태를 막을 수 있어 효과적이다. 아침에 손발이나 얼굴이 붓고 소변이 시원치 않을 때도 쓴다. 또 오령산은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물주머니 같은 형태를 만들어 수종(水腫)이 된 경우 소변으로 잘 배출하게 해 준다. 자궁수종이나 난소수종, 복수, 뇌수종 등등 어디에든 물이 차서 수종이 있는 것은 모두 일차적으로 오령산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저령탕은 오령산과 같이 갈증이 심해서 물을 벌컥벌컥 마실려고 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땀이 많이 나고, 소변이 잘 안 나오는 증상이 같으나 유일한 차이는 불면증이 있다는 것이다.

백호가인삼탕(白虎加人蔘湯)이란 처방이 있다. 이 처방도 오령산과 증상이 대동소이하지만 갈증이 더욱 심해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온 몸에서 열기가 뿜어져서 곁에 있는 사람이 느낄 정도이다. 하지만 이 처방은 오령산처럼 소변을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소변을 시원하게 본다는 차이점이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