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한 두 번씩 얼굴을 비치는 50대 아주머니 한 분이 죽고 싶을 만큼 아프다고 하면서 내원하셨다. 약간 먼 곳에서 내원하시는 분이라 “집 근처에서 진료를 받으시지 그랬어요?” 하니 “TV에 나오시는 유명한 원장님께 한 대 50만원씩 하는 주사를 4대를 맞았는데 여전히 아프기만 하다”고 오히려 필자에게 역정을 내며 말했다.

사실인지는 확인 할 수 없지만 그 선생님께 말하지 않고 왜 필자에게 역정을 내는지 아직까지도 그 속내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두세 번의 치료로 견딜만할 정도로 호전되면서 당연히 내년의 만남을 기약해야 했다. 또 한명의 젊은 환자는 치료할 때 반드시 한약이 필요한 경우라 말했더니 먹고 싶은 데 한약 속의 중금속과 농약이 걱정이라며 사양했다. 치료받고 호전되었지만 한두 달에 한번씩 재발되어 내원하면서 “왜 이렇게 빨리 안 낫느냐?”고 불평을 늘어 놓았다. 요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대부분 건강보험이 되는 침과 부항, 뜸으로 진료받기를 원한다. 물론 거의 대부분이 이런 치료로 호전되지만 반드시 한약이 투여되어야 되는 경우도 있다.

관절이나 근육이 아픈 것은 한의학적으로는 풍사(風邪)나 한사(寒邪), 습사(濕邪)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통증을 제어하는 한약은 이들을 없애는 효능이 있는 것들이다. 먼저 강활(羌活)과 독활(獨活)이 있다. 최초의 본초서인 <신농본초경>의 조문에는 독활(獨活)을 강활(羌活)이라고도 불렀다고 되어 있다. 초기에는 구별이 없었지만 송나라 때부터 두 한약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쓰고 있다. 하지만 강활과 독활의 성미와 귀경은 모두 같다. 강활은 방풍(防風), 백지(白芷), 창출(創出)과 잘 어울려서 감기, 몸살로 어깨나 뒷목 같은 상반신 부위가 저리거나 아플 때 많이 사용하고, 독활은 우슬(牛膝), 모과(木瓜), 오가피(五加皮)등과 잘 어울려 요통, 무릎통, 발목통증 같은 하반신 부위가 저리거나 아플 때 사용된다. 구미강활탕(九味羌活湯)과 독활기생탕(獨活寄生湯)이란 처방이 대표적이다. 진교(秦艽)는 풍약(風藥) 중에 윤제(潤劑)라 윤기가 있고 쫀득거려서 관절을 부드럽게 해서 한열허실(寒熱虛實)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관절염에 두루두루 많이 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때 ‘오독도기’라고 하는 진범, 흰진범이 유통된 적이 있는데 이 약재는 독초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위령선(威靈仙)은 우리나라에서도 자라는 ‘으아리’의 뿌리를 말한다. 위령선은 특히 통증이 한군데 있지 않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풍사(風邪)을 없애는 데 효능이 뛰어나서 풍비(風痹)에 사용된다. 방기(防己)는 분방기(粉防己)의 뿌리를 약용으로 쓴다. 우리나라에서 안나서 한방기(漢防己)란 이명이 있다. 수분(水分)을 잘 조절하는 역할을 하므로 특히 무릎 같은 큰 관절이 퉁퉁 붇고 아플 때 붓기를 빼면서 통증을 없애는 데 많이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댕댕이 덩굴’을 목방기(木防己)로 사용하는데 효능이 다르다. 방기(防己)는 물을 빼서 수분을 조절하는 힘이 강하고 목방기는 풍습사(風濕邪)를 제거하는 힘이 강하다. 오가피(五加皮)는 인삼과 같은 오가과(두릅나무과)에 속해 사포닌이 있으며, 혈당을 떨어뜨리고 특히 허리 무릎 통증에 우수하다는 사실 때문에 한동안 오가피 품귀현상을 빚은 적이 있었다. 오가피는 따뜻한 성미라서 통증을 유발하는 풍한습(風寒濕)의 사기(邪氣)를 쉽게 물리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1첩에 8∼16g을 써야할 정도로 대량으로 투여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모과(木瓜)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것이다. 성질이 따뜻하고 시큼한 산미(酸味)가 있다. 식중독으로 토하고 설사해서 팔다리 근육이 뒤틀리는 전근(轉筋)에 많이 쓰이고 소화가 안 될 때 쓰면 산미가 있어 도움을 주고, 근육을 부드럽게 해 주므로 손발이 딱딱하게 굳어 오그라드는 데 쓸 수 있다. 진한 모과즙은 생선뼈를 삭일 정도로 강한 작용이 있으므로 장복하거나 진하게 먹으면 치아와 골(骨)이 상하고 남자의 생식기인 종근(宗筋) 또한 흐느적거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