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 캐나다 알버타주 캘거리에서는 화려한 카우보이 축제가 펼쳐진다. 북미 최대 야외 축제로 자리매김한 스탬피드 축제 때는 최고의 카우보이들이 부와 명성을 좇아 몰려 든다.

축제기간 도시 전역은 온통 서부 시대로 회귀한 모습이다.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카우보이 모자에 ‘쫙’ 달라 붙는 청바지를 입고, 광 번쩍번쩍 나는 롱부츠를 신고 또각거리며 다닌다.

로데오 경기는 1912년 ‘서부 대 서커스’를 통해 묘기로 선보이면서 시작됐으니 그 역사가 100년쯤 된다. 1929년 캐나다에 불어닥친 경제공황으로 중단됐던 스탬피드는 68년 다시 부활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100만여명 참가 스탬피드 축제

미국 서부에서도 로데오 축제를 펼치지만 수백만달러의 상금이 걸린 캘거리 스탬피드는 프로 선수들에게 가장 권위 높은 경기로 여겨진다. 매년 7월 둘째주에 열리는 야외축제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 100만여명의 구경꾼들이 휴가를 내고 찾아든다.

축제기간의 아침은 무료 팬케이크 식사로 배부르게 시작된다. 역마차를 몰던 마부와 카우보이가 팬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시작됐다는 인심 좋은 전통이 수십년 째 이어져 나이 지긋한 카우보이들이 직접 베이컨을 얹은 팬케이크를 시내 곳곳에서 나눠준다.

축제의 메인 현장은 도심 한편에 위치한 스탬피드 파크다. 주 경기장에서는 카우보이들의 숨막히는 경기가 열흘 동안 이어진다. 한 손으로 고삐를 잡고 중심을 유지한 채 8초를 견뎌야 하는 ‘베어백'은 박진감 넘치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척 웨건’으로 불리는 역마차 경주는 간발의 승부를 가리는 레이스답게 응원열기도 뜨거운데 4마리의 말이 역마차를 끌고 4명의 카우보이가 먼지를 날리며 함께 뒷따른다. 규모와 역동성에 반해 유래는 다소 낭만적인데, 서부개척 시대때 역마차는 움직이는 부엌이었다고 한다.

캘거리의 청춘들에게도 스탬피드는 하루종일 흥청거릴수 있는 멋진 기회다. 일일 티켓을 구입한 뒤 이곳저곳의 바를 순회하며 기분 좋게 취하거나 몸을 뒤흔드는 선남선녀들을 흔하게 볼수 있다. 이때 만큼은 힙합음악이 아닌 컨츄리송이 무대를 장악한다.

도심속 우뚝 솟은 캘거리 타워

도시 캘거리는 영화 ‘슈퍼맨’의 촬영지이자 88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도시로도 익숙하다. 도심의 건물들은 슈퍼맨이라도 실제로 날아 다닐 듯 고층 건물들이 빼곡하다.

여정은 다운타운의 이정표인 캘거리 타워에서 시작된다.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높은 191m의 타워로 꼭대기 전망대까지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18대나 운행하고 있다. 붉은 색이 도드라져 보이는데 캘거리 여행의 필수코스쯤 된다. 전망대에 오르면 도심뿐 아니라 알버타의 드넓은 평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캘거리 사람들의 북점임과 조우하려면 스티븐 에버뉴 워크로 간다. 다운타운의 중심인 8번가에 조성된 보행자 전용 도로로 서울의 명동 격이다. 각종 기념품점, 레스토랑이 즐비하며 주말이면 공연이 풍성하게 열린다. 스탬피드 파크 못지않게 축제 때면 흥정거리는 골목이다.

캘거리의 여름은 백야현상으로 밤 9시는 넘어야 해가 진다. 축제 기간만은 모두 사람들은 밤을 잊은 채 말발굽 템포의 두근거리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행팁

▲가는길=시애틀이나 밴쿠버를 경유해 캘거리로 향하는 게 일반적이다. 여름에 한시적으로 캘거리까지 직항편이 운행되기도 한다.

▲둘러볼 곳=캘거리 헤리티지 파크에는 서부 캐나다 초창기 역사와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마을이 재현돼 있다. 고증을 통해 복원된 100여 채의 가옥 사이로는 증기기관차도 다닌다. 캘거리 인근 카나나스키스와 밴프 일대는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골프 코스가 여럿 있다.

▲숙소, 음식=‘블루밍 인’은 카우보이의 삶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이색 숙소다. 스탬피드 축제를 찾는다면 이런 숙소가 어울릴 듯. 캘거리 도심에서 벗어나 광활한 초원지역의 대목장 중에는 숙박을 겸하는 곳이 많다. 캘거리에서 꼭 먹어야할 음식은 이곳 쇠고기로 만든 비프 스테이크. 비옥한 땅의 목초를 먹고 자란 소들은 육질이 좋다. 스테이크와 립은 양도 두둑하다.



글ㆍ사진=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