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식재료 천연의 맛…휴가철 ‘힐링’인공감미료 이기는 자연의 맛으로 요리제대로 된 식재료라야 천연의 맛 내‘서지초가뜰’ ‘원조초당순두부’ ‘기사문’ 유명

아주 사적인 ‘하소연’으로 글을 시작한다. 휴가가 시작된다. 경기가 어렵다 해도 휴가는 역시 휴가다. 마음이 설렌다. 필자는 은근히 걱정이 된다. 휴가철이면 이래저래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전화를 한다. “맛집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제발 현지에 가서 불쑥 ‘맛집 상담’은 하는 것은 자제해주시길. “나, 강릉인데”로 시작해서 어디 가서 밥 먹을까, 라고 묻는다. 자판기처럼 바로 대답하는 것은 힘들다. 제발 며칠 전이라도 준비를 하시길. 자료를 뒤져보고 준비한 경우와 불쑥 현지에서 전화 한통화로 해결하는 것은 다르다.

대단한 맛집은 없다. 휴가철이면 모든 식당들이 힘들다. 인력 공급이 쉽지 않다. 손님이 한꺼번에 오면 제대로 된 서비스도 힘들고 음식도 무너진다. 주방이든 홀이든 ‘알바’를 채용하면 서비스는 무너진다. 직원들도 실수를 하는데 ‘알바’는 오죽하랴. 게다가 전국적으로 맛이 통일되고 있다. 어디가도 비슷한 음식을 만난다. 제주나 서울이나 같은 식재료, 같은 깡통의 소스를 사용하는 판에 제대로 된 맛집을 찾는 것은 힘들다. 음식은 장맛이다. 제대로 된 장을 사용하는 집은 드물다. 제대로 된 음식 맛을 내는 집도 드물다. 베트남 수입 전복을 제주도에서 먹는다고 맛이 달라질 리는 없다. 식재료의 상당수가 수입산이다. 차라리 포기하라고 권한다.

맥이 빠지는 일은 따로 있다. 기껏 자료를 뒤져보고 심지어는 현지에 전화까지 해보고 그중 정성껏 음식을 마련하는 집을 소개한다. 며칠 후, “그 집, 추천해서 가봤더니 아무 맛도 없더라”고 하면 힘이 빠진다. 요즘 우리가 먹는 음식은 너무 달고 세련된 맛이다. 인공감미료, 조미료의 맛을 이기는 천연의 맛, 자연의 맛은 드물다. 인공적인 맛을 오래 접하다 보니 정작 천연의 재료로, 제대로 만든 음식은 홀대받는다. 조미료, 감미료에 빠져 살다보니 정작 천연의 맛을 내는 음식을 먹으면서 ‘맛이 없다’고 불평한다. 의외로 이런 경우를 자주 본다.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믿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고 판단하는 것이 정확하다. “한 끼 식사를 위해서 자료를 뒤져보고 공부를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그렇다”라고 답한다.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면서 음식, 음식점에 대한 정보는 인스턴트로 편하게 찾는다. 인스턴트로 맛집 정보를 찾다보면 결국 실패한다. 맛집 블로그를 통한 마케팅, 블로그 마케팅은 흔하다. 웬만한 식당들은 다 블로그 마케팅을 한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블로그 마케팅의 대상이 된다. 기대치를 낮추고 자료를 뒤져보고 공부하는 것. 이게 휴가지에서의 맛집을 찾는 방법이다.

여름철 휴가지 중 핫 플레이스인 강릉부터 이야기한다. 대부분 만족하지만 더러는 “음식이 별 맛도 없고 불친절하다”는 말이 나오는 식당이 있다. 강릉의 ‘서지초가뜰’이다. 경포대 들어가는 초입에 있지만 산길을 타고 꼬불꼬불 가야 한다. 네비게이션이 아니면 찾지도 못할 곳이다. ‘못밥’ ‘질상’이 있다. 보기 드물게 ‘반가에서 차린 일하는 이들을 위한 밥상’이다. 강릉에 뿌리 내렸던 창녕 조 씨 문중에서 들일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차린 밥상이다. 반가의 밥상이면서 대상은 일하는 상민(常民)들, 하인들이다.

개인적으로는 고추부각 등이 아주 좋아서 강릉에 가면 찾는 집이다. 수수한 예전 밥상이다. 조미료, 감미료는 절제되어 있다. 대단한 고기반찬도 아니고 돋보이는 음식도 없다. 불과 30-40년 전, 시골의 잘 차린 밥상 정도로 짐작하면 실망하지 않는다. 휴가철에는 손님들이 많다. 당연히 서비스는 그리 좋지 않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강원도의 콩, 옥수수, 메밀 음식은 먹고 싶어서 마련한 음식이 아니다. 곡물이 귀해서 억지로 먹었던 음식을 오늘날 다이어트 음식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잦다. 두부 역시 그러하다. 다만 오래 전부터 강릉과 그 일대의 산지에서는 콩 농사가 잘 되었을 것이다. 예전 명주군 일대는 산지가 많았고 당연히 콩, 옥수수, 감자, 메밀 등이 좋았다. 두부는 이런 연유로 강릉, 속초 일대가 좋다. ‘원조초당순두부’는 이런 강릉 일대 두부의 전통을 오늘날에도 잇고 있다. 공장에서 만들어 물에 담아서 내놓는 두부와는 다르다. 두부의 고소한 맛을 느끼지 못하고 두부가 밍밍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강릉의 ‘기사문’은 아주 재미있는 집이다. 정해진 메뉴가 없다. “메뉴는 동해바다가 정한다”고 말한다. 주인 겸 주방장이 매일 아침 인근 몇몇 항구를 다니면서 식재료를 구한다. 고향이 인근 기사문항이니 어린 시절부터 생선을 줄곧 봐왔다. 가장 좋은, 마음에 드는 생선을 구해서, 그 생선에 맞는 음식을 내놓는다. 예약할 때 인원수와 어느 정도 예산 규모인지만 이야기해두면 자연스레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음식을 내놓는다. 그 시기의 좋은 생선, 요리법을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조미료, 감미료는 절제한다. 맛없다는 평도 가능하다.

강릉 커피가 유명하다. 널리 알려지고 많이 찾으면 모든 음식은 하향평준화된다. ‘크레마코스타’는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집이다. 바닷가도 아니고 경치도 그리 좋진 않지만 커피 맛은 대단하다. 서울에서도 만나기 힘든 커피를 내놓는다. 이집의 ‘커피 투어’를 신청하면 제대로 된 커피 몇몇 종류의 맛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