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급 휴게소 음식, 내공 깊은 맛집 용인휴게소 '현미돌솥된장비빔밥' 손맛… 진부IC 근처 '부일식당' 산채 유명인제 '남북면옥' '전씨네막국수' 수준급… 남양주 '기와집순두부' 내공 깊어설악IC 옆 '들풀'은 '착한식당' 한식

전씨네막국수
먹고 싶어서 먹는 음식이 있다. 오랫동안 "언젠가 먹어야지"라고 마음먹었다가 마침 기회가 닿아서 먹는 음식도 있다. 그 정도 절박하지는 않더라도 "그곳에 가면 먹어야지"라고 마음먹었다가 결국 만나게 되는 음식도 있다.

한편으로는 끼니를 때우듯이 먹는 음식도 있다. 휴가철이면 멀리 떠나서 '만나고 싶은 음식'을 만날 때가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끼니 때우듯이 만나는 음식이 의외로 많다. 목적지의 음식들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출발하는 이들도 막상 길가의 음식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길이 막히면 느닷없이 "이 인근에서 밥 먹고 가자"는 말이 나오고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하면 당황스럽다. "참았다가 현지에 가서 잘 먹자"고 해봤자 공염불이다. 일행 중에는 반드시 "잔칫날 잘 먹자고 사흘 굶을 거냐?"고 불평하는 이도 있다. 여행을 떠나면 의외로 길가의 음식이 문제가 될 때가 많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휴게소에서 음식을 먹지 않기로 결심한 지 오래 되었다. 실제 휴게소에서는 웬만하면 '생수 사마시고 화장실 가는 정도'로 만족했다. 몇 해 전 어느 겨울 영동고속도로 선상의 어느 음식점에서 팥죽을 먹었다가 오후 내내 고생을 했던 적이 있어서 그 후로는 더더욱 휴게소에서는 다이어트 아닌 다이어트를 했다.

용인휴게소의 '현미돌솥된장비빔밥'은 그런 필자의 생각을 바꾼 음식이었다. 대도시의 여느 음식과 비교해도 결코 빠지지 않는 참 잘 만든 음식이었다.

비빔밥의 주인은 밥이다. 이 밥을 '현미(玄米)'로 대체했다. 현미는 색깔이 그리 좋지 않다. 그런데도 대중적인 휴게소에서 현미를 사용했다는 점은 놀랍다. 처음 맛보는 사람들은 까칠한 식감과 쉽게 씹히지 않는 맛 때문에 당황한다. 용인휴게소의 현미는 현미와 백미 사이의 쌀이다. 현미보다는 조금 더 겉을 깎아낸 쌀이지만 백미는 아니다.

‘들풀’
믿지 못할 사실은 직접 된장을 만든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된장은 점점 사라진다. 대도시 음식점에서 장을 빚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 먼 시골에서 만든 재래된장을 가져다 쓴다. 휴게소에서 된장을 빚는 것은 퍽 놀랍다. 영동고속도로 선상의 '용인휴게소_현미돌솥된장비빔밥'은 고속도로에서 식사를 한다면 권할 만한 곳이다.

서울을 기점으로 영동고속도로 진부IC 부근과 강원도 인제는 약 2시간 남짓의 거리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서면 "늦은 아침을 먹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리다. 이 무렵이면 일행 중 한둘은 배가 고프다고 불평을 하기 시작하다.

진부IC에서 가까운 하진부 '부일식당'은 오랫동안 산채로 유명한 집이다. 부지깽이나물, 얼레지나물, 곰취 등 취나물 종류들이 아주 좋은 집이다. 철마다 나물은 바뀌지만 6월 정도가 아니면 늘 묵나물이 대세다. 두부도 직접 빚는 집이다. 산나물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는 불평은 있지만 여전히 산나물 전문점으로는 수준급이다. 심심한 맛의 산나물이나 된장찌개, 두부 등이 좋으니 어중간한 한식 브런치로는 딱 좋다.

인제에서는 메뉴를 두고 얼마쯤 고민을 해야 한다. '어중간한 브런치'가 가능한 곳이 두 곳 있다. 하나는 '남북면옥'이고 또 다른 집은 ''다. 고민을 할 부분은 두 집다 수준급이니 한 집을 고르기 힘들다는 점. 막국수로는 '남북면옥'나 '' 모두 수준급의 막국수를 내놓는다는 점이다. '남북면옥'은 역사가 깊다. 시어머니, 큰 며느리, 작은 며느리로 전해져 오면서 맛은 점점 더 깊어졌다. 방송에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졌고 꾸준하게 수준급의 막국수를 내놓는다. ''는 늦게 알려졌지만 식당 내에 제분기를 설치해두는 등 만만치 않은 내공을 선보인다. 두 집 중 어느 집을 갈지, 해결법은 간단하다. '남북면옥'은 '막국수+돼지고기 수육'이다. ''는 '막국수+두부 부침 혹은 두부전골'이다. '남북면옥'의 돼지고기 수육도 수준급이다. 국산 돼지고기를 어슷하게 썰어낸다. 오전에 막 삶아낸 돼지고기는 향이 뛰어나다. ''의 두부도 마찬가지다. 이른 아침 두부전골을 만나면 이 식당의 주력 메뉴가 막국수라는 사실을 까먹을 정도.

내공 깊은 집은 그리 요란 떨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늘 기억한다.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 남양주 조안면의 '기와집순두부'가 바로 그러하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넓은 주차장에 차가 빼곡하다. 방송에 나와서 혹은 홍보를 잘해서가 아니다. 음식이 20여 년간 꾸준하다. 두부는 강한 맛으로 선택하는 음식이 아니다. 콩의 단맛과 단백질 가열처리한 고소한 맛이 살아 있다. 그러면 된다. 이른 아침 서울을 출발, 일행 중 누군가가 식사를 하자고 조르면 갈 만한 집이다. 부담이 없는 간결한 밥상이다. 두부는 소화시키기에도 편한 음식이다.

용인휴게소 ‘현미돌솥된장비빔밥’
경춘고속도로 선상에는 의외로 휴게소가 드물다. 식사를 하려면 국도로 빠져 나와야 한다. 설악IC를 빠져나오면 '들풀'을 만날 수 있다. 굳이 휴가철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가보라고 권할 만한 집이다. 된장, 청국장 맛이 아주 뛰어난 집이다. 2만원 안팎의 수준급 한식이다. 몇몇 요리를 먼저 내놓고 간단한 식사를 하게끔 상을 차리는 방식이다. 어느 방송사에서 '착한식당'으로 선정했다. 조미료나 감미료 등이 절제된 음식이다. 대학로 등 서울 시내 몇몇 곳에 분점이 있지만 역시 본점의 장맛이 다르다.


‘남북면옥’ 수육
‘부일식당’ 산채
‘기와집순두부’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