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르가다는 홍해의 대표적인 어촌에서 휴양지로 변신한 곳이다. 해변의 산호는 예쁘고, 바다는 투명하다. 전세계 다이버들의 사랑을 받는 포인트도 곳곳에 널렸다.
후르가다를 방문한 이방인들에게 다이빙은 필수 프로그램이다. 사막에서 만났던 베두인 청년들은 낙타나 지프차 대신 요트를 타고 갑판에서 굵은 팔뚝을 자랑한다. 배위에서는 러시아, 북유럽 등의 다양한 언어와 만국의 수영복 패션이 쏟아진다. 낚시를 하고, 푸른 바다에 뛰어드는 청춘들의 얼굴은 죄다 구릿빛이다.
유러피안들이 찾는 다이빙 천국
후르가다 시내는 바닷속 열대어 만큼이나 위치에 따라 갖가지 색이 교차한다. 시가라 지역은 북쪽 다하르와 남쪽 리조트 지역인 코라의 중간지대의 성격이 짙다. 깔끔한 레스트랑들이 해변에 몰려 있고 홍해 건너 시나이 반도를 오가는 쾌속 페리들도 이곳에서 닻을 올린다.
북쪽 다하르 지역은 현지 주민들의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나스르 거리가 가로지르는 다운타운은 제법 번잡하다. 미니 버스가 수시로 오가고 식당이 넘쳐난다. 회교국가라 음주가 금지돼 있지만 노천식당에서는 버젓이 이집트 '스텔라', '사카라' 맥주 간판을 걸어놓고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다하르 지역의 값싼 숙소와 착한 물가는 이곳의 친근감을 더욱 부추긴다.
후르가다의 속살을 엿보려면 나스르 거리에서 이어지는 재래시장 수크에 들러본다. 카이로에서 접했던 번잡한 시장과 달리 이곳은 시골 5일 장터 같은 분위기다. 골목만 접어들면 앙증맞은 테이블 주변에 앉아 도란도란 차를 마시거나 향신료를 파는 정겨운 이웃들을 만나게 된다. 머리에 흰 두건을 얹은 채 물담배 '시샤'를 피어 대는 이집트 할아버지의 표정도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전용해변 지닌 200여개 리조트
후르가다가 담백한 모습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남쪽 코라는 전용 해변을 지닌 고급 리조트의 천국이다. 전세계 내로라하는 체인 호텔들도 이곳에 자리 잡았다. 200여개의 특급 호텔과 리조트들은 전용 해변을 지니고 위세를 자랑한다. 리조트들은 건물 빛깔뿐 아니라 개성 넘치는 해변을 단장하는 데도 한껏 신경을 썼다. 최근에는 고급 쇼핑타운, 나이트 클럽 등이 코라 지역에 앞다퉈 들어서고 있다.
후르가다에서는 골목 어귀에서 촌부를 만나고, 전통시장에서 수줍은 미소를 주고 받는게 아직도 어색하지 않게 반복된다. 능숙한 영어가 통용되지 않고, 곳곳에 투박한 골목과 더딘 호흡이 서려 있는 것은 오히려 정감 가는 대목이다.
■ 여행메모
▲가는길=대한항공이 인천~이집트 카이로 구간을 운항중이다. 중동지역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집트 입국 때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한데 현지 공항에서도 비자 구입이 가능하다. 카이로~후르가다편 항공기는 하루에도 다수 있다. 유럽에서 오는 직항편이 있으며, 룩소르에서 육로를 통해서도 이동이 가능하다.
▲기타정보=후르가다에서는 코라 지역의 숙소들이 쾌적하게 묵을 만하며 리조트에서는 초보자들도 다이빙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본격적인 스킨 다이빙 등은 해변에서 1시간쯤 이동한 산호바다에서 진행된다. 이집트관광청(www.egypt.travel)을 통해 다양한 현지정보를 얻을수 있다.
글ㆍ사진=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