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는 남자는 기(氣)의 성쇠로 보고, 여성은 혈(血)의 성쇠로 주로 본다. 그래서 혈병(血病)의 주범인 어혈(瘀血)은 주로 여성에게서 많이 언급된다. 그리고 대개 여성에게 사용되는 한약재가 많이 포진해있다. 가정 일과 회사 일을 같이 병행해야 하는 이 시대의 커리어 우먼에게 ‘카레라이스’는 커가는 아이들에게 여러 영양소를 함께 보충해줄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아마도 자주 해 주는 몇 안 되는 메뉴일 것이다. 최근에는 카레를 황금푸드로 부른다. 그 안에 ‘커큐민’성분이 혈액이 덩어리지게 하는 것을 지연 시켜 관상동맥질환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카레’ 또한 오래전부터 써온 강황(薑黃)이란 이름을 가진 한약재다. 강황은 생강과로 맵다. 강황은 항상 울금(鬱金)과 아출(莪朮)과 함께 언급된다. 본초학에서 풀의 줄기부위가 땅 속에서 굵어진 것을 근경(根莖) 즉 뿌리줄기라 하고, 뿌리가 덩이모양으로 비대해진 것을 괴근(塊根) 즉 덩이뿌리라 한다. 다년생 초본인 강황의 근경을 ‘강황’이라 하고 강황이나 울금의 괴근을 ‘울금’이라하며, 울금이나 아출의 근경을 ‘아출’이라 한다. ‘아출’은 봉출(蓬朮)이라는 이명으로 더 유명하다. 강황과 울금은 썰어 놓으면 외견상 구분이 어려울 정도이며 맵고 쓴맛(辛苦)까지 비슷하지만 강황이 매운맛이 조금 강해서 성질이 따뜻하고 울금은 쓴 맛이 더 강하고 서늘한 성질이 있다. 강황은 장시간 찬 곳에 노출되어 어혈이 되어 어깨, 무릎 통증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고, 울금은 반대로 스트레스나 과도한 열로 인해 생긴 어혈이 간이나 심장을 공격하면 마음이 불안하고 정신이 혼미할 수 있는 데 이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열 때문에 피가 혈관 밖으로 출혈되면 지혈시킬 용도로 쓰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아출은 삼릉(三棱)과 함께 항상 사용되므로 삼릉과 함께 설명을 하는 것이 옳다. 삼릉은 매운맛은 없고 쓴맛만 있다. 그래서 아래로 배설시키는 힘이 강하다. 삼릉 봉출을 함께 쓰면 어혈을 공격해서 깨 부수는 힘이 너무 강해서 어혈이 있는 주변의 정상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관계로 삼릉과 봉출을 밀기울 같은 곳에 함께 넣고 노릇노릇할 때 까지 볶아서 쓴다. 삼릉과 봉출은 월경이 과다하게 나오는 사람이나, 체질이 허약한 사람, 임산부에게는 사용을 할 수 없다.

예전에 딸이나 며느리들이 어디 아프다고 하면 어머님은 동구 밖에 지천으로 깔려있던 익모초(益母草)를 고아서 조청으로 먹기 좋게 만들어서 주셨다. 요즘도 할머님들이 지하철에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육모초 달여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익모초 대신 ‘육모초(育母草)’가 더 유행하는 말이다. 어미를 기르는 풀이니 의미로는 상통한다. 익모초는 말 그대로 어미를 이롭게 하는 한약재다. 한약재이므로 또한 가려 쓰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성미가 약간 차고, 맛은 시집살이처럼 쓰고 맵다. 대개 혈(血)은 물(水)에 열(熱)이 가해져서 만들어 진다. 피 끓는 청춘 같은 표현에서 보듯이 혈(血)은 뜨겁다. 뜨겁기 때문에 차가워서 병이 생기기보다는 뜨거워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비정상적인 혈이 모여서 어혈이 되면 뜨거워진다. 익모초는 찬 성질로 이들을 없애면 피가 잘 돌게 된다. 그래서 월경이 시원하게 잘 나오게 된다. 산후에 어혈이 다 제거되지 않으면 어혈에 함께 있던 진액같은 성분이 정체되어 부종을 일으키게 된다. 그런 이유로 산후 부종이 있으면 어혈을 제거하는 한약을 투여하게 된다. 익모초는 이런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내는 한약이다. 다만 용량을 하루 40g정도로 많이 해야 효과를 볼 수 있고, 너무 피로하거나, 찬 기운 때문에 생긴 어혈이나, 임부는 일절 금지한다.

익모초의 씨앗 또한 충위자(茺蔚子)라는 한약재다. 그렇게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약간 찬 성질은 익모초와 같지만 충위자는 달고 매운 맛을 가지고 있어 쓰임새가 익모초와 다르다. 씨앗이라 유지(油脂)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익모초는 어혈을 없애고 피를 잘 돌게 해서 월경을 순조롭게 하고, 부종을 없애는 이수(利水)작용이 강한 반면, 충위자는 눈을 맑게 하는 명목(明目)작용이 강하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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