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어떻게 보면 외로운 행성이다. 지구 주변 행성 중에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과학자들이 밝힌 것에 의하면 태양계의 행성이 만들어지던 초기에는 금성도 지구와 거의 흡사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 때 조그마한 차이를 극복하고 금성에서도 물이 존재했더라면 지구는 바로 이웃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을 가지고 있게 되었을 것이다. 금성의 질량은 지구의 90%이며, 태양까지 거리가 지구의 0.7배로 지구와 쌍둥이 별이다. 금성과 지구 같은 행성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거대한 크기가 아니었다. 태양을 중심으로 쥐불놀이가 시작되자 지구나 금성 궤도에 널 부러져 있던 돌덩어리들이 원운동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격렬하게 충돌하게 되고 몸집이 불어나면서 중력이 커지고 더 많은 주변의 돌덩이가 그 행성으로 유입되면서 하나의 큰 행성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때 떨어진 돌맹이 속에 묻어온 물과 이산화탄소가 금성과 지구의 대기를 이룬다. 그 때는 지금과 달리 계속 돌맹이 들이 지구나 금성 표면에 떨어지는 관계로 행성의 표면은 지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고온과 고압의 환경이었다. 둘 다 200기압 하의 높은 기압과 400℃ 전후의 온도를 갖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일반적으로 압력이 높을수록 물에서 수증기로 되는 온도가 높아지게 되는데, 200기압에서는 380℃ 이상에서 물이 끓어서 수증기가 된다. 그 당시 지구의 표면온도는 330℃ 였고 금성은 430℃였다. 그래서 지구에서는 수증기가 물로 변해서 330℃ 나 되는 뜨거운 비가 내려서 물이 보존된 반면, 금성은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면서 우주공간으로 수증기가 흩뿌려지게 된다. 금성이 태양에서 가까워 100℃가 더 높아 생긴 일이다. 현재 금성의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이라 400℃를 오르내린다. 만약 물이 있었다면 지구처럼 생명을 품은 행성이 되었을 것이다. 결국 적당한 물이 있어야 큰 불을 끌 수 있다.

오늘 말하려고 하는 지모(知母)라는 한약재가 이와 닮아 있다. 지난번에 말한 석고와 지모는 바늘과 실같이 항상 따라다닌다. 지모는 찬 성질이 있으면서도 윤기가 있어 끈적거림이 있다. 물이 있다는 말이다. 차기만 한 석고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불에 지모가 들어가면 마른 장작에 물기를 주어 불이 왕성하게 타는 것을 막아준다. 그래서 주치가 자음강화(滋陰降火)다. 음(陰) 즉 끈적임을 보충해줘서 불을 끈다는 뜻이다. 특히 오랫동안 미열이 발생해서 진액이 졸아들었을 때 그 진액을 보충해주면서 미열을 잡는 역할을 한다. 진액이 손상되지 않았으면 석고나 다른 청열약으로 쉽게 그 불길을 잡을 수 있어 구태여 지모를 쓰지 않아도 된다. 지모는 황백(黃栢)과도 잘 어울린다. 마른장작 같은 사람이 부부관계를 많이 하거나, 과로로 열이 올라와서 신장에 갈무리된 수(水)와 진액을 많이 졸였을 때 나타나는 열을 골증조열(骨蒸潮熱)이라 한다. 뼈를 졸여서 나온 열이란 뜻이다. 이 때는 진액을 대량으로 보충해주는 육미지황환에 불을 꺼주는 지모와 황백을 함께 쓴다. 이를 지백지황환이라한다. <경악전서(景岳全書)> ‘신방팔진(新方八陳)’에 나오는 처방이다. 지모의 약효가 신장으로 잘 유입되게 할려면 소금물로 살짝 볶아서 쓴다.

남부지방의 야산에 자생하는 하늘타리란 식물이 있다. 그 뿌리는 과루근(瓜蔞根)이고 그 씨앗은 과루인(瓜蔞仁)이다. 천화분(天花粉)이 과루근이다. 천화분이 물을 만나면 끈적끈적한 점액성이 된다. 진액을 보충해줘서 갈증을 잊게 해준다. 이를 생진지갈(生津止渴)이라한다. 당뇨는 소갈(消渴)이라 부르고 원래는 소갈(痟渴)이다. 당뇨는 다음(多飮), 다식(多食), 다뇨(多尿)의 삼다(三多)병이다.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많다는 뜻이다. 천화분은 갈증을 없애므로 다음(多飮)과 다뇨(多尿) 부분을 해소해 줄 수 있어 당뇨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당뇨는 삼다증상이 특히 두드러지는 소양인에게 잘 나타나는 질병이다. 이제마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 물을 보충해주는 육미지황탕에 천화분을 가미해서 천화분지황탕(天花粉地黃湯)을 만들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