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백은 신장의 허화(虛火)를, 초용담은 간담의 실화(實火) 치료…고삼은 외용약으로 쓰여

앞선 칼럼에서 인체를 크게 음양으로 보면 물과 불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불은 위에 있고 심장(心臟)에 해당되고, 물은 아래에 있으며 신장(腎臟)에 해당된다고 했다. 물과 불이 잘 어우러져 전신에 따뜻한 체온이 유지되게 해주고 관절이나 기타조직에 촉촉한 진액을 공급해서 부드럽게 한다고 했다. 과로나 스트레스 같은 외부의 원인에 의해 이런 정상적인 생리상태가 깨지면 물과 불은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의 속성대로 불은 위로, 물은 아래로 흘러 내려서 위에는 불로 가득해서 얼굴이 불콰해지고 입과 목이 마르고, 배꼽아래는 불의 기운을 못 받아 차갑게 된다.

보통 병이 들면 이런 이유로 배꼽아래 하복부가 차서 문제가 되지 열 때문에 문제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장에는 또 다른 열이 잠재되어 있다. 물과 불이 잘 사귀게 하려면 물이 올라가거나 불이 내려와야 하는데 신장에 있는 양기(陽氣)가 물을 데워 올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면 신장의 물이 올라가서 심장의 불과 합쳐져서 붉은 색의 혈(血)이 되어 전신에 돌게 된다. 배꼽아래 하초(下焦)에 습열(濕熱)을 끄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 황백(黃柏)은 황벽나무의 나무껍질을 벗겨서 사용한다. 역시 성질이 차고, 맛은 쓰고, 질은 건조하다.

신장은 뼈, 정력, 지구력과 관계가 있으며, 여인을 사랑해서 뼈가 녹을 정도로 ‘방에서 과로 하는 것’을 방로(房勞, 성관계)라 하는 데 이 때 정액이 과도하게 빠져나가고 덩달아 신장에 갈무리된 음(陰)부분이 손상되어 신장의 양(陽) 부분의 열만 외롭게 떠돌게 된다. 이를 골증조열(骨蒸潮熱)이라 한다. 너무 오랜 시간 과로하거나, 한 가지 생각에 잠기거나, 몸이 허약한데 자신의 기운보다 초과해서 일할 때도 역시 발생하는 데 이는 기름에 해당하는 음분이 빠져 나가서 생긴 불이라 불길이 맹렬하지 않고 미열이 나는 정도다. 그래서 허열(虛熱) 즉 허해서 생긴 열이라 부른다. 황백을 쓰면 불은 꺼지지만 손상된 음(陰)부분은 보충되지 않는다. 그래서 황백을 쓸 때는 황백이 군약(君藥)이 될 수 없다. 보음(補陰)하는 한약 안에서 불을 잡아 주는 일을 주로 하게 된다. 실(實)한 불을 잡을려면 생 걸로 쓰고, 허열에는 소금물에 적셔 볶아 쓴다. 소금의 짠 맛이 신장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초는 자궁, 월경, 대소변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냉(冷)이 심한 환자에게는 까맣게 될 때까지 볶아서 쓴다.

황금, 황련, 황백은 삼황(三黃)이라고 불리며, 이 셋이 모이면 몸의 온갖 불을 다 제압할 수 있고 여기에 대황(大黃)과 치자(梔子) 석고(石膏)가 들어가면 금상첨화다. 열을 끄는 처방에서 이들이 있으면 어디에 열이 있는지, 얼마만큼 열이 강한지를 알 수 있다. 초용담(草龍膽)이란 한약재가 있다. 웅담은 알겠는데, 전설의 동물인 용(龍)의 쓸개인 용담(龍膽)이라니, 얼마나 쓴지 짐작이 갈 것이다. 필자도 본초공부를 하면서 일일이 맛본 적이 있는데 상대하기 힘든 맛이다. 초용담은 이름에 약효가 나와 있다. 담(膽)과 간(肝)의 습열을 제거하는 데 많이 사용된다. 간 경락은 허벅지 안쪽을 돌아 사타구니와 성기를 지나 하복부를 관통한다. 간담(肝膽)의 경락이 스트레스를 받아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습열로 인해 황달이나 사타구니 습진, 임질, 음낭수종, 여성의 냉증(冷症)같은 자궁질환이 생기는데 이를 치료한다. 인체에 습열(濕熱)이 작용하면 물을 붓고 돼지고기를 삶을 때와 꼭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짓물러지고, 곪아서 물컹해져 ‘헌데’가 생기고 열이 나서 새빨갛게 된다. 황백과 초용담은 둘 다 하초에 작용하지만 황백은 신장의 허화(虛火)를 초용담은 간담(肝膽)의 실화(實火)를 치료하는 차이가 있다. 고삼(苦蔘)의 기미 역시 한고조(寒苦燥)하다. 고삼은 다른 한약들과 섞어 바르는 연고 같은 외용약으로 많이 쓰인다. 살충(殺蟲)하는 효과가 있어 사타구니 습진이나 여드름 같은 피부질환에 바르면 효과가 좋다. 아울러 미백도 되니 피부질환과에 자주 쓴다. 대두황권(大豆黃卷)은 싹튼 검은 콩이다. 위장의 습열을 없애는 역할이 있으나 효과는 미약하다.



하늘꽃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