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M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3부작 '북극의 눈물'은 사람들의 편리함과 안락함 때문에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이 어떻게 생사의 경계선을 넘나드는지에 대해 잘 조명해 주었다. 얼핏 보기에 북극이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여러 생명체들은 지구가 온난화가 되어 북극이 따뜻하게 되어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그들에게는 생존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얼음이 빠르게 녹음으로서 이누이트가 바다의 유니콘이라 불리는 일각고래를 잡는 것도, 북극곰이 바다코끼리를 배불리 먹는 것도, 순록이 툰드라에서 자라는 풀을 뜯는 일도 사라지게 되었다.

<얼음의 나이>란 책을 보면 지구의 나이가 45억년인데 그 끝부분에 해당되는 최근 65만년 사이에 유래를 ?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되어 지구의 온도도 꾸준하게 상승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는 지구를 이불처럼 덮어줘서 따뜻하게도 하지만 이들의 절대량이 증가되면 지구 온난화란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그 결과 지구는 홍수와 태풍, 이상고온 같은 기상현상으로 몸살을 겪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997년 교토의정서를 협약했으나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27%를 차지하는 미국이 탈퇴함으로써 무의미하게 되었다. 사냥을 할 수 없어 열매나 어린 순을 먹거나 인간이 남긴 음식물로 배를 채우는 북극곰의 눈물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곰의 눈물은 중국에서도 볼 수 있다. 웅담(熊膽) 때문이다. 한의학을 포함한 동양의학에서 웅담이 좋다고 하니, 너도 나도 웅담을 구입하려고 해서 품귀현상이 일어나자, 곰을 도축해서 웅담을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곰의 쓸개나 담관 부위로 관을 연결해서 담즙을 매일 채취해서 공급하게 된 것이다. 움직이면 쓸개가 나오는 관이 파손될까봐 자신의 신체크기에 딱 맞는 철창 속에서 꼼짝달싹 못하게 가둬놓고 기계처럼 하루 일정량의 담즙을 채취하는 데 위생상 고름이나 세균 감염이 있을 수 있지만 수요를 못 맞출까 걱정할 뿐이다.

웅담이 들어가서 작용하는 곳은 당연히 간(肝)과 담(膽), 그리고 심장(心臟)이다. 웅담은 우황과는 달리 식풍(息風) 즉 태풍을 잠재우는 효능은 없고 단지 지경(止痙)작용이 있다. 모든 근육이 뒤틀어져서 걸어 다니거나, 말하기 힘들거나 근육이 굳어서 당기는 것 같은 것들을 치료한다. 성질은 차고(寒), 맛은 쓰다(苦). 웅담을 먹어보면 쓰지만 입안 가득히 '화'한 느낌의 방향성이 있어, 얼굴에 있는 일곱 개 구멍인 칠규(七竅, 눈2, 코2, 귀2, 입)를 뚫어주는 역할을 하며 우황의 서늘한 기운(凉)과 달리 찬 기운은 간의 열독을 쳐서 간(肝)과 관련이 있는 눈을 밝게 하거나 각종 안질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소아들이 깜짝깜짝 잘 놀래서 움찔움찔할 때 아주 콩알같이 적은 양을 젖으로 개어서 먹이면 치료가 된다. 사향노루도, 코뿔소도, 호랑이도, 곰도 인간에게 좋은 진귀한 한약재를 몸에 지니고 있어 그것 때문에 심지어 멸종에 이르게 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국제 협약을 맺고 있지만 아직도 그들의 죽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황해도 이북 지방이나 중국의 여러 지방에서 자라는 '가회톱'이라는 식물이 있다. 그 뿌리를 캐서 한약재로 쓰는데 그것이 백렴(白蘞)이다. 독은 없고 성질은 약간 차고(微寒) 맛은 쓰다(苦). 청열해독약 중에서 백렴은 특이한 효능이 있다. 염창생기(斂瘡生肌)가 그것이다. 다른 작용은 여타의 청열해독약과 같지만 상처가 난 곳에 새살을 잘 생기게 해서 종기부위나 칼로 벤 도상(刀傷)부위가 잘 봉합되게 하는 역할이 있다. 적소두(赤小豆, 팥)과 함께 갈아서 계란 흰자로 개어서 상처부위에 바르기도 하고, 백급(白芨)이나 낙석등(絡石藤)과 함께 갈아서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곳에 바른다. 그리고 물에 데었을 때는 가루를 뿌려 치료하기도 한다. 상처부위에 직접 갈아서 도포하기도 하지만 탕(湯)으로 달여서 사용하기도 한다. 모든 청열약은 위장의 불을 끄기 때문에 추위를 많이 타고 아랫배가 찬 사람은 내복약으로 복용하기보다는 상처부위에 직접 바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김철규 하늘꽃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