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발과 오목발의 차이는 접촉면적에 있다

걷다가 걸핏하면 발이 접질리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정형외과 족부전문의인 필자를 찾아온 30대 중반의 남성도 그런 경우. 이 환자는 어릴 때부터 발목을 잘 접질렸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는데, 20대 중반에 군대에서는 발목을 잘 접질려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했다. 군화끈을 아무리 조여도 발목이 삐끗하는 일이 잦았다고 했다. 더구나 발바닥 앞쪽과 뒤꿈치에 물집과 굳은살이 너무 많아 애를 먹었다고 한다. 군복무 당시에는 인대파열이라고 해서 군병원에서 단순 인대 봉합 수술도 받았다. 그러나 전역 후에도 여전히 발목은 불안정했다. 그래서 자포자기하며 지내다가 필자의 병원을 찾아왔노라고 했다.

진찰을 하고 직립 방사선을 보니, 중등도 요족이었다. 신경계통의 기저 질환이 전혀 없음에도 발모양의 아치(arch)가 높고 바닥 접촉 면적이 좁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 환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럼에도 이 환자는 발모양은 고려하지 않고 인대봉합술만 해서 치료에 실패한 케이스였던 것.

이전에 수술 받은 부위도 만성 재파열이 있어 인대봉합술, 뒤꿈치 뼈를 외반으로 틀어주는 수술, 그리고 제1 중족골의 아치를 줄여주는 교정절골술을 동시에 시행했다. 수술 후 1년 쯤 지난 현재는 발모양에도 만족하고 지낸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발을 자주 접질리지 않아서 살 것 같다고 한다.

‘요족’이란 오목발이라고 하는 발 형태를 말한다. 요족이 문제되는 것은 발의 아치가 높아서 발바닥과 지면의 접촉면적이 좁다는 것이다. 발바닥 앞쪽에 굳은살이 자주 생기며 뒤꿈치 바닥이 아픈 경우가 많다. 뒤에서 보면 뒤꿈치가 안쪽으로 틀어지는 형태를 하고 있다. 안쪽으로 틀어져 있기 때문에 발목을 잘 접질리고 걷는 모양이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요족인 사람이 발목을 접질리면 보통 사람 보다 수술하지 않고 낫기가 더 어려운 편이다. 그리고 수술을 하더라도 쉽게 재파열되고 늘어난 인대를 봉합해주기만 해서는 낫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런 변형이 심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경미하나마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맞춤깔창을 해서 보행시에 발을 잡아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맞춤 깔창 바닥의 바깥쪽 부분에 쐐기 모양으로 보형물을 덧붙여 높여주면 (Lateral wedge 라고 한다) 발이 안쪽으로 틀어지는 것을 보완해 줄 수 있다. 맞춤 깔창으로도 교정이 잘 되지않고 계속 접질리는 경우에는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

요족 중에서 심한 경우는 대부분 신경계통의 이상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근본 원인을 다 치료 하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인대 봉합술 뿐 아니라 발의 아치를 줄여줄 수 있는 절골술을 적절히 병행해야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발모양이 특이하다고 낙담하지 말고 족부 전문의를 적극적으로 찾아와 상담하는 게 바람직하다.



달려라병원 장종훈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