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는 쿠바를 사랑했고, 쿠바의 여인을 사랑했고, 쿠바의 럼을 사랑했던 소설가였다. 미국과 쿠바의 관계악화로 헤밍웨이는 쿠바를 떠나야 했지만 그의 흔적은 쿠바 곳곳에 흩어져 있다.
어촌마을 코히마르는 헤밍웨이의 풍류가 서린 고장이다. 수도 아바나 동쪽, 한적한 포구마을인 코히마르는 헤밍웨이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줬던 소설 ‘노인과 바다’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이념도 피부색도 달랐던 공간에서, 헤밍웨이는 카리브해의 아득한 바다를 촉매 삼아 꿈을 포기하지 않은 한 늙은 어부의 삶을 그려냈다.
코히마르 해변 한쪽에는 헤밍웨이의 동상이 서 있고 그가 즐겨 찾았다는 술집도 남아 있다. 헤밍웨이를 기리는 청새치 낚시 대회도 매년 이곳에서 열린다.
‘노인과 바다’의 여운이 깃든 술집
20년 넘는 세월을 쿠바에 머물렀던 헤밍웨이는 코히마르에서 낚시를 즐겼고, 소설 속 노인인 선장과 술잔을 기울이며 풍류를 나눴다. “낚시하기 안 좋은 날이면 당장 글을 쓰겠다”고 할 정도로 낚시에 푹 빠져 살던 시절이었다. 노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그의 후손들은 어촌마을에 남아 옛 추억을 전하고 있다.
레스토랑 ‘라 테레사(La Terraza)’는 유일하게 이 포구마을에서 붐비는 곳이다.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다는 단골 술집으로 내부에는 그의 사진들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이곳에서 창밖 바다를 배경으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그가 마셨던 모히토(Mojito) 한 잔을 기울이는 기분은 묘하다.
소설속 자양분이 된 어촌 사람들
외딴 코히마르의 골목에서는 박물관에서나 볼 듯한, 50년대 올드카들과 마주치는 게 오히려 낯설다. 미군정 시절, 아바나 근교는 미국 부호들의 휴양지였고 그들이 남긴 유흥의 흔적이 수십 년 세월을 지나 그대로 남아 있다. 울퉁불퉁한 올드카들은 외국의 자동차 마니아들이 눈독을 들여도 팔지 않는 쿠바의 명물이 됐다.
20세기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의 숨결은 코히마르 외에도 쿠바의 낯선 해변, 골목과 바에 잔잔하게 녹아 있다. 소설 ‘노인과 바다’ 배경의 다른 한 축을 이뤘던 마리나 헤밍웨이는 요트가 즐비한 관광지가 됐고, 그가 실제로 거주했던 아바나 남쪽의 저택은 헤밍웨이 박물관으로 남아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그의 애장품인 낚싯배도 함께 전시돼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여행메모 ▲가는길=멕시코 코스타리카 등 중미 대부분의 지역에서 쿠바 아바나까지 항공편이 수시로 오간다. 캐나다를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입국 전에는 최종 경유지 공항에서 비자를 구입해야 한다. 아바나와 코히마르간에는 버스가 오간다. ▲현지 교통=쿠바에서 올드카 택시는 미터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흥정이 필수다. 버스가 다니지만 대중교통이 부족해 다수의 출퇴근족들이 히치하이킹을 애용한다. ▲음식, 환전=고기 스튜 '로빠 비에하'와 절인 돼지고기를 구워낸 '레초' 등이 쿠바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야채와 햄인 섞인 복음밥인 '아로츠 프리또'도 한국인 입맛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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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