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무릎이 상했는데 왼쪽무릎이 더 아픈 이유

남북간 긴장상황 속에서 정형외과 질환과 환자를 떠올린 것은 말 그대로 정형외과 전문의의 직업병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무튼 그랬다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얼마전 우리나라와 북한 간에 벌어진 긴박한 상황 속에서 언론들이 특히 관심을 가진 게 바로 북한 잠수함 출동여부였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두 갈래였다. 잠수함이 너무 위협적이라는 의견과 잠수함은 이제껏 북한이 해온 것처럼 다른 곳을 진짜 공격하기 위해 신경을 분산시키는 도구일 뿐이라는 의견.(즉 성동격서 전술이라는 뜻.) 두 의견 모두 그럴듯하다는 생각을 하며 필자는 갑자기 환자들의 무릎을 떠올랐다.

60대 여자 환자였다. 몇 주 전부터 시작된 좌측 무릎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X-ray를 보니 좌측 무릎에는 관절염이 가볍게 있었고, 오히려 우측 무릎엔 심각한 정도의 관절염이 있었다. 무릎만 항상 진료하는 필자 입장에선 이런 경우가 꽤 많기 때문에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일반인이나 환자입장에선 언뜻 보기에도 이상한 상황이니 질문과 설명에 공을 들여야만 했다. “좌측 무릎 말고 우측 무릎은 아프지 않으신가요?”, “혹시 최근이 아니더라도 몇 달 전에 우측 무릎은 아프시지 않았나요?”, “다른 병원에서 X-ray 검사 같은 것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등등.

이럴 때 환자들의 답변은 대부분 비슷하다. 우측 무릎은 예전에 조금 아팠고 잠깐 병원에 다닌 적이 있지만 약과 물리치료에 금방 효과를 봤다는 것. 이후에도 조금씩 불편함이 있었지만 쉬고 나면 좋아져서 크게 신경을 쓴 적이 없었노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환자분께 X-ray 사진을 놓고 설명을 시작했다. 검사 결과, 지금 좌측 무릎은 많이 나빠지기 전이지만, 반대쪽인 우측 무릎은 심하게 나빠져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는 점을 집중 설명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우리 몸은 한쪽이 나빠지면 반대쪽을 좀 더 과하게 쓰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작 나빠진 쪽의 통증을 심하게 느끼지는 못하는 대신, 건강한 쪽을 과하게 사용해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빨리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환자의 표정을 보니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같은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반복했다.

마지못해 수긍하는 표정의 환자가 묻는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되는거죠?”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깊이있는 설명을 시작한다. “현재, 무릎은 이미 한쪽 기둥은 무너졌고, 나머지 기둥도 무너지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환자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사용 연한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주의할 점을 당부한다. “지금까지 하던 생활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당연하게 여기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무릎에 무리를 줄 수 있는 계단 오르내리기나 등산 같은 것은 완전히 그만두시거나 줄이셔야 합니다”. 필자의 설명에 아쉬운 듯 환자가 묻는다. “그래도 앞산 정도는 가도 되지 않겠어요?” 필자는 그 때 단호하게 “그렇게 하시면 정말 1∼2년 사이에 갑작스럽게 양측 무릎이 모두 힘들어져서 크게 병원 신세를 지셔야 할 겁니다” 라고 덧붙였다.

이런 경우를 자주 보다보니 우리 몸의 버티기(?) 능력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지고 그러면서 또한 원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좀 더 일찍 신호를 줬으면 그에 대비해서 조심도 좀 더 하고 치료도 빨리 할 수 있을텐데. 그랬으면 반대쪽 무릎은 건강하게 유지할 수도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앞서 첫머리에서 언급했듯이 ‘성동격서’는 예상을 벗어나 있기에 무서운 법이다. 정형외과 질환도 마찬가지. 왼무릎이 상했는데 오른 무릎 쪽의 통증이 더 심한 것도 그런 이치 아닐까 싶다. 결국 동쪽과 서쪽 모두 방비를 잘하는 것만이 안심하고 잘 수 있는 길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2배로 힘들겠지만 그래야 건강할 수 있다면 그래야만 한다.

양쪽 무릎 중 한 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 쪽은 반드시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때문에 문제가 발견된 순간부터라도 양측 무릎 모두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만이 큰 문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글을 읽는 독자들께 다시 한 번 당부 드린다.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하면 정기적인 검사를 꼭 하셔야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암 같은 질환만 지속적 건강검진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병원에 가면, 값비싼 검사도 해야하고 수술도 권하니까 싫고 두렵다는 생각부터 털쳐버리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경우가 생긴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필자의 간곡한 부탁이자 권유라고 여기고 미리미리 뼈건강을 챙겨서 100세 건강을 누리시길 기원한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