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폐의 수분 증발시키고 가스교환 기능 어렵게 해

한국납세자연맹이 윤호중 의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4년 6.7조, 15년 11.1조, 16년 12.6조로 예상되는 금액이 ‘담배’ 하나로 거둬들이는 세수다. 정부는 흡연자의 건강을 위해서 담뱃값을 두 배 정도 올리면 담배소비가 1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의 흡연율은 이미 과거 수준을 회복했다. 그 결과 흡연자의 건강 악화를 담보로 부족한 세수가 채워지고 있는 대목이다. 반면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비가 1천억원 책정돼 있었지만 그 중 75억원 정도 집행되었다. 6조가 증가되는 내년에 그 세금이 오롯이 흡연자를 위해 쓰인다는 보장이 없어 흡연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나라를 위해 힘을 보태는 그들의 애국심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인조실록에 담배가 1616년 일본으로부터 들어와 불과 5년 만에 담배를 피우지 않은 자가 없을 정도라는 기록이 나온다. 여기서 한술 더 떠 유명한 끽연가인 정조는 초계문신(抄啓文臣) 친시(親試) 때 ‘남령초(南靈草)’ 즉 담배를 과제로 내주기도 했다. 담배는 왜 몸에 해로울까? 단지 니코틴 때문 만일까? 최초의 생명은 바다의 넓디넓은 어머니 품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생명체 내의 체액은 해수의 성분을 닮아 있다. 체내에서 체액의 양과 조성은 신장에서 엄밀하게 조정되고 있고 미네랄 농도가 조금이라도 변하면 즉시 생명유지가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우리가 하루에 대략 2.3ℓ정도의 물을 마시고 그중 1.4ℓ는 소변으로 배출되고 폐와 피부에서 0.7ℓ가 배출된다. 폐와 피부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수증기나 땀이 배출된다고 해서 불감증설(不感蒸泄)이라고 한다. ‘오카다 다카오’의 ‘집중강의 생리학’에 나온다.

앞선 칼럼에서 이미 폐주피모(肺主皮毛)란 한방용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폐(肺)와 피부(皮膚)가 밀접한 관련이 있고 피부가 화상을 입어서 불감증설의 면적이 좁아지면 폐(肺)도 힘들어 짐을 이로서도 알 수 있다. 피부에서 수분이 배출되는 것은 땀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폐에서의 수분 배출은 마스크를 써 본 사람이면 누구나 호흡하면서 마스크가 축축해지는 것을 알 수 잇을 것이다. 이것이 폐의 불감증설이다. 폐(肺)로부터 수분이 증발한다는 의미는 ‘폐에 수분이 필요하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폐에서는 왜 수분이 필요할까? 이는 ‘윌리스’의 ‘생물학’ 호흡 편에 자세히 나온다.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원활한 가스 교환을 위해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충분히 넓으면서 얇은 투과막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투과막이 항상 습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폐가 바다생물에서 진화되어온 관계로 건조한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가스 교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면 그 열기와 탁한 연기가 허파꽈리에 있는 수분을 말려서 끈적거리게 할 뿐 아니라 허파꽈리에 오물을 투척하는 결과를 가져와서 가스교환을 점점 어렵게 한다. 그러면 우리 폐는 우리 몸의 세포들에게 빨리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기침이나 재채기가 필요하다. 한 번에 대량으로 가스를 내보내고 받아들일 수 있다. 폐의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사람에게는 성가신 일이다. 잠시라도 호흡을 멈추면 미토콘드리아에서 필요한 산소 공급이 어렵게 되어 결국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2∼3분만 숨을 참아도 우리는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밖으로 나오는 무색의 투명한 액체나, 끈적이는 누런 것을 ‘가래’라고 한다. 가래를 유식한 한의학 용어로 바꾸면 담(痰)이라고 한다. ‘등 쪽에 담 결렸다,’라는 말은 많이 하면서도 담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요즘 ‘담적(痰積)’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모 한의원에서 위장장애를 설명하면서 쓴 말인데 동의보감에는 담적복통(痰積腹痛)만 있을 뿐 담적에 대한 정의는 없다. 위장에도 가래가 쌓이는데 쉽게 현대의학으로 풀이하면 ‘위산과다’쯤 된다. 담(痰)은 진액이 만들어지고 분산 배포되고 배설되는 과정이나 진액이 졸아드는 경우에 생긴다. 다음 칼럼부터는 폐장(肺臟)에 담이 발생해서 생기는 과정과 그 결과 발생하는 기침과 천식에 대해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치료하는지를 알아볼 것이다.

김철규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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