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의 뱃지에는 은행나무가 새겨져 있다. 성인의 반열에 있었던 공자였지만 변변한 학교 하나 없었던 관계로 제자들을 은행나무 아래서 가르쳤다고 한다. 이를 은행나무 교단이라고 하는 행단(杏壇)이라고 불렀다. 조선시대에는 이런 이유로 행단(杏檀)을 상징하는 은행나무를 성균관과 향교에 모두 심었다. 성균관대학교에는 중종 14년 대사성 윤탁(尹倬)이 심은 은행나무가 있다. 임진왜란 때 명륜당마저 전소되었으나 이 은행나무는 상처하나 없이 살아남아, 이 곳이 나라의 원리와 근본을 가르치는 곳임을 말없이 말해주고 있다. 가을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 거리만큼 예쁜 곳도 없다. 은행나무의 파란 잎(Ginkgo Leavea)에서 추출한 물질은 말초 및 뇌동맥 순환장애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 요즘도 꾸준히 건강 기능식 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눈과 건강을 풍요롭게 해 주는 은행일지라도 가을이 되면 은행 과육이 짓물러 터지면서 인도를 질척거리게 할 뿐 아니라 옷에 묻을라치면 때도 잘 가시지 않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관계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은행의 한약재 명칭은 백과(白果)다. 이명으로 은행(銀杏) 혹은 영안(靈眼) 즉 ‘영혼의 눈’이라고 부른다. 오리 발가락 같다고 해서 압각수(鴨脚樹)라고도 불린다. 은행은 기침을 멎게 하고 천식을 고르게 하는 지해평천약(止咳平喘藥)이다. 성질은 차지도 열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하지만 독성(毒性)이 조금 있다. 맛은 달착지근하고 약간 쓰고 꺼끌꺼끌하다. (平,有小毒,甘苦澁) 성질이 차지도 열나지도 않아서 음식으로 먹어도 된다. 단지 독성이 조금 있기 때문에 반드시 구워먹거나 익혀먹어서 독성을 제거한 다음 섭취해야 한다. 백과는 유일하게 폐경(肺經)으로만 들어간다. 폐의 기운을 끌어모아서(염폐(斂肺) 숨을 고르게 해서 천식을 치료한다. 또한 백과를 익히거나 구워서 먹으면 화장실에 자주 가는 빈뇨(頻尿)나, 소변을 찔끔거리는 유뇨(遺尿, 요실금)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단지 감기로 인해 발생한 기침에 쓰면 수렴하는 기운이 강한 관계로 더욱 심해질 수 있고 독(毒)이 있으므로 너무 많이 복용하면 안 되고 특히 아이들은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상백피(桑白皮)란 한약재가 있다. 상(桑)은 뽕나무다. 상백피는 뽕나무 뿌리 껍질이다. 뽕나무는 민간에서나 한의학에서 버릴게 하나도 없는 소중한 자원이다. 뽕나무의 열매인 오디는 상실자(桑實子), 뽕나무 잎은 상엽(桑葉), 뽕나무 가지는 상지(桑枝), 뽕나무 뿌리껍질은 상백피라 부른다. 최근에 암치료에 각광을 받고 있는 상기생(桑寄生)은 겨울에 뽕나무에 파랗게 기생해서 살아가는 식물이다. 거기다가 뽕잎을 먹고 자라는 누에가 백강잠균에 의해 하얗게 굳은 것은 백강잠(白殭蠶)이라는 한약재다. 상백피는 성질이 차고 독은 없고 맛은 달다. (寒, 無毒, 甘) 이 또한 폐경(肺經)으로만 들어가서 치료한다, 성질이 찬 관계로 폐(肺)가 열(熱)로 인해 발생한 기침과 천식을 치료한다. 이를 사폐평천(瀉肺平喘)이라고 한다. 또한 물길을 열어서 부종을 없애는 효능이 있는 데 이를 이수소종(利水消腫)이라 한다. 부종을 없애는 역할 중에서도 혈관 내의 물을 밖으로 꺼내주면서 혈압을 낮추는 효능이 최근에 밝혀지면서 고혈압 치료에도 효능이 있음이 입증되었다. 실재로 오래전부터 하고초(夏枯草), 희첨(豨簽), 황금(黃芩), 결명자(決明子)와 함께 상백피가 어우러진 희첨환(豨簽丸)으로 고혈압을 치료한 임상례가 몇 건 올라온 적이 있다. 백부근(百部根)이란 한약재가 있다. 백부(百部)의 덩이줄기를 한약재로 쓰고 우리나라에서는 나지 않는다. 백부근은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은 달고 쓰다. 수치하는 것에 따라서 효능의 차이가 크다. 새로 시작했거나 오래된 기침 둘 다에 사용뙤고 주로 꿀에 볶아서 쓴다. 백부근은 오랜 기침에 특히 사용해봄직 하다. 날것으로 쓰면 살충력이 대단히 강하다. 옛날 구충제가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을 때 회충이나 머리에 기어 다니는 이를 없앨 목적으로 사용했다. 우리나라 전국에 자생하는 개미취도 자완(紫菀)이란 한약재다. 가래를 없애서 기침을 치료한다.

김철규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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