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대파열이라구요?

37세 남자가 야구를 하다가 어깨를 삐끗해서 정형외과 어깨전문의인 필자를 찾아왔다. 세밀하게 진찰을 하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단순 엑스레이 검사를 처방했다. 다행히 엑스레이 검사 결과, 뼈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이럴 때 필자는 보통 ‘뼈에는’ 이라는 말을 강조하곤 한다. 환자들은 ‘뼈에는’이라는 말보다는 ‘이상 없다’는 말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형외과 의사들이 만나는 환자 가운데 뼈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골절이나 골종양, 심한 퇴행성 관절질환 등의 경우 엑스레이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단순엑스레이 검사의 한계 때문에 뼈 이외의 다른 조직 손상 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만나는 대부분의 환자는 뼈 손상까지는 되지 않은 인대 및 근육, 힘줄 등에 문제가 있는 분들이다. 따라서 의사의 경험이 중요하고, 필요하면 초음파나 MRI 등의 검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뼈 이외의 손상 중에 가장 흔한 것으로 인대손상, 힘줄손상, 근육손상 등이 있다. 의사들은 의학적인 구분을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모두 비슷하게 들릴 것이다. 어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그냥 모든 경우를 ‘인대가 다쳤어요’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 조직이 손상되었는지에 따라서 치료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본 칼럼에서 간단하게 설명하려 한다.

뼈가 인체에서 기둥 역할을 한다면 인대는 각 뼈대 사이(관절)를 이어주는 섬유조직이다. 인대는 적당한 탄력을 가지만 스스로 수축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관절이 불안정하지 않도록 붙들어 주고, 과도한 움직임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수동적인 조직이다. 근육은 관절을 움직이게 해주는 조직으로 스스로 수축을 할 수 있다. 근육이 수축하는 강도에 따라서 힘을 내는 정도가 결정이 된다. 힘줄은 그 근육이 뼈에 붙는 부분이다. 힘줄은 인대처럼 섬유성 조직이지만, 인대와 달리 근육과 연결되어 있어서 능동적인 힘을 관절에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인들이 가장 혼동하는 것이 바로 인대와 힘줄이다. ‘힘줄이 손상되었어요’라고 말하면 ‘아 인대가 손상되었다구요?’라는 반응을 흔히 보인다. 그럼 필자는 다시 ‘인대가 아니라 힘줄이 손상되었습니다’라고 정정해 준다. 힘줄손상과 인대손상은 치료 방침이 많이 다르다. 힘줄은 스스로 수축하는 근육 끝에 붙어있기 때문에 파열될 경우, 손상된 부분이 그 자리에 있지 않고 근육이 수축하는 방향으로 ‘말려 들어간다.’ 이런 이유로 파열된 힘줄은 저절로 낫는 경우가 없어 대부분 원래대로 봉합해주는 수술을 필요로 한다.

대표적인 경우로 발목 아킬레스 힘줄파열, 어깨 회전근개 힘줄 파열, 손가락 힘줄 파열 등이 있다. 이런 경우는 모두 수술을 필요로 하며 자칫 치료시기를 놓치면 정상적인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대 손상은 대부분 수술 없이 치료된다. 인대는 파열된다 하더라도 손상된 부분이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관절을 적당한 위치로 고정만 해주어도 치료가 된다. 흔히 말하는 기브스 치료로 회복이 되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고정 기간을 최소로 하고 보조기를 사용하는 ‘조기 가동치료’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고정’이 인대손상에 가장 중요한 치료다. 발목 인대 손상, 손목 인대 손상, 손가락 인대 손상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적절한 고정 및 재활만 하면 대부분 잘 회복된다. 물론 무릎 십자인대 파열과 같은 수술을 필요로 하는 인대 파열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형외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료가 필요하다.



달려라병원 박재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