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생선 겨울이 제철, 맛도 풍부

동해 한류성 어종 많아…오징어 등 제철 생선 풍성

속초 ‘아바이마을’ 의 ‘단천식당’오징어순대 유명

‘진양횟집’속초 노포 생선찜 추천할 만

‘봉포머구리집’꾸준하게 운영, 물회 좋아

‘88생선구이’10여 종류 생선 한 판 위에서 맛 볼 수

계절 별로 식재료의 맛은 달라진다. 식재료의 맛이 가장 좋은 계절을 흔히 ‘제철’이라고 표현한다. 육지 산물의 제철은 비교적 알기 쉽다. 늘 곁에서 보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나오는 산물들의 제철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기는 힘들다. 일반인들이 깊은 바다 속의 상황을 알기는 힘들다. 게다가 냉장 혹은 냉동 생선이나 해조류 등을 보면서 제대로 된 철을 알아내기는 힘들다.

간단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대부분의 생선은 겨울이 제철”이라고 생각하면 얼추 맞다. 6월과 10월경에 나타나는 꽃게나 5, 6월의 병어, 4월의 멸치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생선들은 추운 계절이 제철이다. 생선의 생태나 맛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사람들은 알배기 전의 도루묵을 두고 “도루묵은 9월경이 제철”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겨울철, 알을 가득 가진 것을 제철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육지의 온도가 내려가면 당연히 바다 속의 수온도 내려간다. 육지보다 대략 한 달 정도 늦은 시기에 바다 속 수온도 육지처럼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한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슬슬 식기 시작하면 바다도 슬슬 수온이 내려간다. 한반도의 경우 대략 11월경이면, 수온이 낮아진다. 이때부터 갈치를 비롯하여 새우 등이 제철을 맞는다. 방어, 오징어, 고등어, 각종 가자미류 등도 이때가 제철이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도치, 곰치 등도 겨울철에 맛이 좋다. 우리가 식재료로 삼는 가자미는 20종류 쯤 된다. 상당수가 겨울철에 제철을 맞아 동해안 일대에 나타난다.

육지의 동물과 마찬가지로 바다의 해산물들도 낮은 온도에 대비하여 기름기를 몸에 비축한다. 수온을 따라서 움직이는 생선들도 한반도의 바다 곁으로 모여든다. 초여름 무렵 북쪽으로 올라갔던 오징어가 남쪽으로 움직인다. 동해안의 12월이 되면 오징어가 나타나는 이유다. ‘총알오징어’라고 부르는 작은 오징어가 북쪽으로 갔다가 몸을 불려서 다시 나타난다. 겨울철 오징어가 제철인 이유다.

동해안 생선들은 겨울철이 제철인 경우가 많다. 동해안은 남, 서해안과는 달리 한류성 어종이 많다. 당연히 겨울철이 제철이다. 여름에는 보기 힘들었던 생선이 겨울에는 여러 종류 나타난다. 여름 휴가철보다는 겨울철에 동해안에서 맛있는 생선을 만나는 것은 당연하다.

조선시대 기록에도 오징어는 나타난다. 오징어는 ‘오적어(烏賊魚)’다. 조선 말기까지도 지금과 같은 정교한 그물이 없었다. 무명으로 만든 그물로 깊은 바다의 오징어를 잡기는 힘들다. 오징어는 오히려 제주도, 서해안, 남해안 등 비교적 풍랑이 약하고 얕은 바다에서 건졌다. 남해안의 마산 일대와 서해안의 태안반도 일대 등 남서 해안의 거의 전 지역에서 오징어를 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오징어는 지방에서 한양도성으로 보내는 공물로도 사용되었다. 궁중에서는 지방에서 올라온 오징어를 다양하게 사용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중국 사신에게 말린 오징어를 내놓기도 했다. 제사상에 사용하고 더러는 높고 낮은 벼슬아치에게 선사하기도 했다.

오징어 뼈도 요긴하게 사용했다. 질병에 대한 약으로 오징어 뼈를 갈아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오징어 먹물이다. 다산 정약용은 “오징어 먹물로 글씨를 쓰면 오래지 않아 그 글이 지워진다”는 기록도 남겼다.(다산시문선)

겨울철에는 동해안 오징어가 제철이다. 중국 어선이 초여름, 북쪽으로 올라가는 크기가 작은 오징어를 많이 잡으면 그해 겨울의 오징어 생산은 적잖이 타격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오징어는 말리면 건오징어, 꾸들꾸들하게 덜 말리면 ‘피대기’라고 부른다. 속초 ‘아바이마을’에서는 오징어순대를 만날 수 있다. 원래 ‘단천식당’이 순대와 오징어순대로 유명했던 가게다. 몇 해 전 방송국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긴 줄을 늘어서는 경우가 잦다. 인근의 가게들도 비슷한 오징어순대를 내놓는다. ‘멀리까지 간 김에 단천식당을 가본다’고 고집하지 않으면 인근 식당을 가도 비슷한 오징어순대를 만날 수 있다. ‘아바이마을’의 오징어순대는 통으로 된 오징어순대를 썰어서 다시 계란반죽으로 양끝을 붙인 것이다.

오징어순대와 더불어 생선찜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진양횟집’을 권한다. 속초에서는 오래된 노포다. 인터넷에서는 “예전 맛이다. 아니다”로 평이 갈리지만 여전히 예전의 맛을 지니고 있는 노포다. 양끝을 계란반죽으로 붙이지 않는 오징어순대다. 겨울철에는 생선이 좋으니 생선찜을 권한다. 여름철에는 아무래도 생선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으니 생선찜도 다양하지 않다. 겨울철에는 여러 종류의 제철 생선으로 만든 생선찜을 먹을 수 있다. 찜 혹은 조림이라고 하기엔 국물이 많고, 탕이라고 하기엔 국물이 자작하다.

바닷가의 생선 전문점이라고 주인이 늘 고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주인이 바뀌는 집들도 많다. 속초 인근의 크고 작은 항구의 ‘맛집’들은 주인이 오히려 자주 바뀌는 편이다. 맛과 서비스가 완전히 달라지는 맛집들이 많다. 자주 가지 않는 외지 관광객이 이런 사정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봉포머구리집’은 그나마 오랫동안 꾸준하게 운영되는 집이다. 물회가 좋은데, 맛이 단 편이다. 역시 좋다, 나쁘다 평들은 많다.

호불호가 나뉘는 집 중에는 ‘88생선구이’집도 있다. 평범한 생선부터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생선까지 약 10여 종류의 생선을 한 판 위에서 만날 수 있다. 자상한 서비스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시장바닥의 음식점처럼 어수선하다. 여러 종류의 생선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장점을 취하면 된다.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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