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상징하는 꽃은 단연 연꽃이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질퍽거리고 음습하고 축축한 뻘이지만 이번 생의 삶을 선하게 잘 끝내면 저 세상에서 내 영혼이 극락에서 꽃을 피우거나 아니면 다음 생에서 근사한 삶을 꽃 피울 것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하면 반드시 떠오르는 또 다른 단어가 윤회와 업이다. 끊임없는 윤회의 과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오늘의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업(業)이 되어 다음 생에 반영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업(業)이란 참 묘하면서 무서운 말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직업(職業)에도 업이 있다. 그 사람 일생에서 보면 가장 오랫동안 몸담은 직능에서 업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은 윤회와 업은 힌두교의 기본원리다. 3천년전 인도북부를 침입한 소수의 아리안 족은 인도를 지배하기 위해 이 논리를 기본으로 카스트제도를 만들었다. 그들의 말 대로 라면 인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이샤나 수드라 혹은 불가촉천민은 전생에 나쁜 짓을 해서 그 업(業) 때문에 그런 것이니 불평불만하지 말고 지금의 생에서 선업(善業)을 쌓아 다음 생을 기약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현실에서 자신의 권익과 자유를 업(業)때문에 포기해야 된다는 결정론(決定論)이 대두된 셈이다. 마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금수저-흙수저 논란이 이는 것과 묘하게 닮아있다. 영국은 카스트제도를 이용해서 인도의 지배계급이었던 브라만 계급에게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해 주는 대가로 아무 저항 없이 손쉽게 인도를 식민지화할 수 있었다. 이에 바이샤 계급 출신인 간디는 기존의 카스트제도를 인정하면서 식민지를 탈피하자는 반면 불가촉천민 출신으로 ‘인도의 아버지’라고 추앙되는 암베드카르는 인도의 독립보다는 카스트제도 같은 신분제도를 폐지하고 인권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인도 독립을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했던 간디와 많은 충돌을 빚었다.

불교도 인도에서 시작된 것이라 그 영향을 받아 윤회와 업을 핵심교리로 삼은 것으로 대다수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이 논란에 대해 최근에 충북대 정세근 교수가 ‘윤회와 반윤회’라는 저서로 입을 열었다. 결론은 윤회나 업은 힌두교의 것이고 불교는 그것을 비판하고 극복한 것으로 반윤회를 핵심으로 삼는다는 것이고 업이 아닌 무아(無我)와 연기(緣起)야 말로 불교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내가 없으면 윤회를 거칠 일도 없고 현재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세상의 일들은 내가 만든 원인의 결과물이라는 것으로 개인적인 윤리가 강조된 셈이다.

어쨌던 이런 인연으로 연(蓮)은 모든 부위가 다 한약재다. 불교와 인연이 있었던 관계로 전부 심경(心經)으로 들어간다. 연잎은 하엽(荷葉)이다. 더위 먹은 것을 없애고 습기를 잘 처리한다. 코피, 혈변(血便), 뇨혈(尿血), 붕루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연잎을 그냥 먹거나 차로 마시기 힘든 부분이 있어, 연잎으로 쌀과 각종 곡식을 싸서 쪄서 밥으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연자육(蓮子肉)은 연꽃의 씨앗이다. 삽정축뇨지대약의 범주에 속한다. 정기나 소변등을 잘 틀어막아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해서 진액을 잘 보존하게 해서 정액을 흘리고 다니는 유정(遺精), 유뇨(遺尿), 소변을 못 가둬두어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소변빈삭(小便頻數), 여성의 냉대하(冷帶下)등을 치료한다. 연자육은 태음인(太陰人) 한약이다. 태음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변에 변화가 오는데 변비가 되든지, 설사를 하게 된다. 스트레스로 변비가 왔으면 청폐사간탕(淸肺瀉肝湯)을 쓰고 설사가 되었으면 청심연자탕(淸心蓮子湯)을 쓰는데 여기에 주요 한약재가 연자육과 산약(山藥) 즉 ‘마’다. 우절(藕節)은 연꽃의 뿌리줄기의 마디를 건조해서 한약재로 쓴다. 연뿌리정도로 보면 된다. 성질은 차지도 열이 나지도 않아 그 때문에 식용으로 먹을 수 있다. 맛은 꺼끌꺼끌하다. 꺼끌한 것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것을 잘 붙잡아 둔다. 출혈이 될 때 혈(血)을 잘 잡아둬서 못나가게 한 다음 틀어막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코피, 토혈, 피소변, 피똥, 생리가 둑이 터질 때처럼 대량으로 왈칵 쏟아지는 혈붕(血崩)등에 쓰이고 어혈이 있으면 생걸로 쓰고, 수렴해서 지혈시킬 때는 까맣게 태워서 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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