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분단 전 북한 일반 음식…평양 대표적

냉면ㆍ어복쟁반ㆍ만두ㆍ삯국수ㆍ호박김치ㆍ농마국수(함흥냉면)ㆍ가자미식해 등

‘평안도만두집’ 주방 내공 단단, 만두전골 탐스럽고 푸근함 돋보여

‘반룡산’ 함경도 가릿국밥(맑은 갈비국밥) 독특, 만두도 맛 볼만

‘봉산옥’황해도식 호박김치찌개, 삯국수 선보여

‘능라도’업력 짧지만 가장 핫한 평양냉면 전문점, 만두ㆍ수육도 좋아

‘우래옥’ 70년의 노포, 평양냉면과 불고기 유명

‘평양면옥’ 실향민운영, 3대 전승. 맑은 육수 냉명과 평안도식 만두 추천

‘평래옥’ 다양한 북한 음식 ‘서울화’ ‘도시화’, 초계탕ㆍ어복쟁반 유명

북한음식은 무엇일까? 누구나 ‘북한음식’이라는 단어를 듣고 말한다. “북한음식점 가자” 혹은 “북경 가서 북한음식점 다녀왔다”고 이야기한다.

참 먹고 살기 힘든, 지금의 북한음식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말하는 북한음식은, 시기적으로는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기 전에 북한에서 먹었던 음식이다. 북한음식의 주 소비자이자 안내자 격인 ‘한국전쟁 무렵 북한에서 남하한 피난민’ ‘실향민’들이 월남 전, 어린 시절 북에서 먹었던 음식을 뜻한다.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략 북한음식은 평양의 냉면과 어복쟁반, 평안도, 황해도 일대의 만두, 황해도의 돼지고기, 해주비빔밥, 삯국수, 호박김치, 호박김치 찌개, 함경도의 가릿국밥, 농마국수(함흥냉면), 가자미식해 등이다.

‘남에는 진주, 북에는 평양’이라는 표현이 있다. 한양을 제외하고 남쪽에서는 진주가 가장 번성했고 북쪽에서는 평양이 가장 번성했다는 뜻이다. 2, 3위를 다툴 큰 도시였다는 뜻이다. 남의 진주는 조선시대 유학자 남명 조식(南冥 曺植)의 문하생들이 살았던 도시다. 물산도 풍부하다. 이른바 낙동강을 중심으로 왼쪽 편, 경상좌도의 중심지이자 충청, 경상, 호남의 중심지였다. 북의 평양과는 다르다.

북의 평양은 진주만큼 물산이 풍부한 곳도 아니고 이른바 반가나 유학자와도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왜 평양일까? 평양은 해주 등과 더불어 대 중국 교통로의 중심도시였다. 한양-해주-평양-의주를 잇는 길은 조선의 사신, 중국 사신이 오가던 길이다. 평양은 대 중국 외교의 주요 거점도시였다. 평양과 황해도(개성, 해주)음식이 유명해진 까닭이다.

해방 직후의 기록에도 해주, 개성의 배추, 돼지고기가 맛있다는 기록이 있다. 고 홍승면(한국일보 기자)씨는 “일제강점기 개성에 출장 가서, 돼지고기를 사왔다”고 말한다. 돼지와 배추의 품종이 다르고 각별히 맛있었다는 뜻이다.

평양의 만두는 한반도 만두가 아니라 중국만두가 한반도에 정착하는 시작인 셈이다. 중국-평양 일대를 거쳐서 한반도에 정착하는 셈이다. 중국은 당시 선진적인 문물을 한반도에 전해주는 역할을 했다.

‘어복’이, 물고기의 배 부분(魚腹, 어복)인지 소나 돼지의 가슴살 즉, 우복(牛腹)에서 시작되었는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육당 최남선의 전언이 ‘우복’이라고 했으니 ‘우복장국’이 어복쟁반의 시작이지 않을까, 라고 추정할 뿐이다. 어복쟁반은 ‘평양식 전골’이다. 시장 바닥 상인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반가의 음식은 아니고 대중적인 음식이다. 고기도 상품이 아니라 하품을 이용한다. 소의 가슴살, 유통(乳筩)을 사용하고 진귀한 식재료보다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대파, 배추잎사귀 등을 넣는다. 겉모양이 전골과 흡사하다. 마지막에는 국수 종류를 넣어서 식사대용으로 하는 것도 길거리의 대중적인 음식임을 보여준다. 최근 새터민들이 북한음식이라고 보여주는 부분은 상당수 왜곡된 음식들이다. 양배추김치 등이 마치 새로운 형태의 음식인양 하지만 맞지 않다. 양배추김치 등은 가난한 시절 외국에서 공부하던 유학생들도 시도했던 음식이다. 서울에서 전통적인 북한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평안도만두집’은 푸근함이 돋보이는 곳이다. 광화문 뒷골목 오피스텔의 지하에 있다. 방송에도 몇 번 소개가 된 집이다. 만두전골이 탐스럽다. 작은 규모지만 주방의 내공이 단단하다. 주인이 직접 주방 일을 하고 있다. 얼마쯤 도시화, 서울화 된 북한 만두를 만나고 싶으면 가볼 만한 집이다.

‘반룡산’은 함경도 가릿국밥이 독특하다. ‘가리’는 갈비의 조선시대 표기법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쓰지 않지만 함경도 지방에는 남아 있다. 가리국밥은 맑은 갈비국밥이다. 솜씨가 좋았던 어머니의 음식을 선보인다. 크고 두툼한 만두를 곁들여도 좋다.

‘봉산옥’은 황해도 음식을 선보인다. 호박김치찌개가 재미있다. 황해도를 비롯해 서해안 일대에서는 호박을 즐겨먹는다. 호박으로 담근 김치로 끓인다. 이집의 ‘삯국수’는 황해도 지방 고유의 음식이다.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삯을 주고 만들어온 국수라 해서 ‘삯국수’다.

‘능라도’는 업력은 짧은 편이지만 가장 핫한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면이 가는 편이고 메밀 함량도 높다. 정갈한 모양새도 좋다. 만두도 좋다. 크기도 크지만 소가 푸짐하고 피가 두텁다. 수육은 술안주로 곁들이기 좋다.

‘우래옥’은 개업 70년의 노포다. 평양냉면과 불고기가 유명하다. 동치미 육수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순면’ ‘민짜’ 등의 암호 같은 주문으로도 유명했다. ‘순면’은 메밀 100%, ‘민짜’는 고기를 걷어내고 면을 더 준다는 뜻이다. 실향민들이 대부분 단골이다.

장충동 ‘평양면옥’ 역시 노포다. 실향민이 운영한다. 3대 전승. 오래 전 평양에서 ‘대동면옥’을 운영한 집안이다. 맑은 육수. 돼지고기와 소고기 고명이 올라간다. 메밀치고는 면이 가늘다. 덤덤한 맛의 평안도식 만두가 있다.

‘평래옥’은 얼마쯤 아쉬운 집이다. 북한음식점에서 상당부분 ‘서울화’ ‘도시화’되었다. 초계탕과 어복쟁반이 핫 메뉴였는데 맛이 많이 달다.

다행히 가자미식해의 경우 속초 등에서도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 북의 실향민들이 만드는 것도 있고 속초, 강릉 일대의 가자미식해도 수준급이다. 흔한 음식은 아니지만 구하려고 하면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함흥냉면의 뿌리는 함경도 농마국수다. 메밀보다는 전분을 이용한 국수다. 매운 맛이 특징이다. 비빔 면으로 먹다가 국물을 넣고 말아서 먹는다.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사진 캡션

‘평안도만두집’ 만두전골

‘반룡산’ 가릿국밥(맑은 갈비국밥)

‘봉산옥’ 삯국수

‘우래옥’ 평양냉면

‘평양면옥’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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