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에 먹어야 할 약도 있다

임신 중에 산모는 태아를 위해 가능하면 약을 먹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독감이 심하게 걸려 고열이 있어도 태아에 좋지 않을 경우를 염려해 진통제나 항생제 등을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임신 중에도 꼭 약을 복용하는 것이 태아에게 이득이 되는 경우가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인 여성이 임신을 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갑상선 기능저하증 산모의 증례를 소개한다.

37세 여성, 전신 피로감과 건조해진 피부 때문에 병원에 왔다. 4년 전 갑상선 기능저하증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2년간 약을 복용하다가 자의로 약을 끊었다고도 했다. 내원 6개월 전에 결혼해서 임신 6주차에 병원을 찾아온 것. 그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는 갑상선 기능 검사 상으로 free T4 0.76ng/dL (0.85-1.55), TSH 14.68uIU/mL (0.25-5.0), T3 0.46ng/mL (0.58-1.62)으로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어 있었다.

갑상선 호르몬제 (씬지로이드 100ug)의 복용을 시작하였으며 1달 후 검사에서는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 되었다. 이후 산모는 피로감이 거의 사라지고 피부의 건조함이 호전되었다. 4~6주 간격으로 추적 갑상선 기능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임신 30주인 현재 산모와 태아 모두 건강한 상태이다.

기능 저하증이란 체내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정상보다 낮거나 결핍된 상태를 말한다. 갑상선은 목의 앞부분에 위치하며, 뇌 아래쪽 뇌하수체에서 분비하는 갑상선 자극의 신호를 받아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한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의 대사 속도를 조절하는 일을 한다. 갑상선 호르몬이 낮으면 온몸의 대사 기능이 떨어져서 쉽게 피곤하고 무기력해진다. 또한 체온이 낮아져서 여름에도 추위를 탈수 있으며 변비, 체중 증가, 피부가 차고 건조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혈액 검사로 갑상선 기능을 평가하여 갑상선 (free T4)이 감소해 있고, 갑상선을 조절하는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이 증가되어 있으면 진단할 수 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으로 확진이 되면 반드시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여 갑상선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하여야 한다.

갑상선 기능저하증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체내에서 요구되는 갑상선 요구량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갑상선 요구량은 임신 4주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16-20주까지 점점 더 증가하게 되는데 이때 갑상선 호르몬제를 충분히 투여하지 않으면 태아의 신경인지 발달에 나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조산, 임신성 고혈압, 저체중아 출산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평소에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여 기능이 잘 조절되는 여성도 임신을 하게 되면 약 20%의 증량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임신을 확인한 후에 약의 용량을 조절하게 되면 교정이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게 되어서 태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므로 임신을 계획중인 갑상선 기능 저하증 여성은 임신 전에 미리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호르몬제의 용량을 조절하고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을 정상 상한치의 절반인 2.5uIU/mL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임신이 된 후에도 4-6주 간격으로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 검사를 시행해서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달려라병원 최홍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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