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는 화산, 커피, 에코투어의 낙원이다. 니카라과와 파나마 사이에 위치한 중미의 작은 나라는 국토의 25%가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그 자연의 보고에 화산마저 생생하게 숨을 쉰다. 화산재로 다져진 기름진 땅에는 향 좋은 커피가 자라난다.

코스타리카의 수도인 산호세는 해발 1180m 위치한 고산 도시다. 도시의 면면을 들춰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물론 중남미의 다른 나라처럼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것은 유사하다. 스페인 지배 당시에는 '빌라누에바'로 불렸다. 하지만 멕시코의 마야 문명이나 페루의 잉카 문명 등의 혜택이 없었으니 화려한 문명의 혼재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대성당, 국립극장 등에서 옛 풍취를 잠시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산호세 외곽의 길목에는 으레 커피농장이 산자락에 들어서 있다. 화산재와 잦은 비가 빚어낸 비옥한 토양은 커피가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만들어냈다. 해발 1000~1500m에서 자라나는 커피는 맛과 향이 뛰어나다. 커피는 정부에서 고급 품질인 ‘아라비카종’만을 재배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산호세에서 커피 제조장을 둘러보는 것은 필수 코스다. 뭐 딱히 제조공장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삶 곳곳에서 커피 향은 가득하다.

화산토가 잉태한 코스타리카 커피

코스타리카에서는 나이 지긋한 노인들도 커피를 즐겨 마신다. 산호세 식당 어느 곳에 가나 후식으로 커피가 나온다. 투박한 단지에 망을 넣어 내린 전통방식의 커피 한잔에는 독특한 향이 묻어난다. 커피콩이 갈라지지 않고 둥글둥글한 ‘피베리’라는 커피종류는 코스타리카에서도 최상급으로 쳐준다. 본토에서 맛보는 코스타리카 커피의 맛과 향은 정말 매혹적이다.

중미의 외딴 나라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커피애호가만은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코스타리카의 자연을 감상하러 온다. 에코투어의 천국이라지만 이건 좀 유별나다. 국토의 25%가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니 낯선 땅에 들어서면 그곳이 곧 녹색지대인 셈이다.

국토의 25%가 국립공원

코스타리카는 에코투어의 땅으로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다. 산호세의 도심을 잠시만 벗어나도 바로 녹색지대와 연결된다. 열대지역인데도 이곳에는 산이 참 많다. 또 화산, 초원, 늪, 열대우림 등 사막 빼고는 다 있다.

산호세 인근 생태 관광지인 라파즈 공원은 첩첩산중에 들어서 있다. 괴짜 청년이 처음 발견한 원시계곡에 공원을 조성했는데 큰 부리를 지닌 국조 투칸, 벌새, 희귀종인 빨간눈 청개구리 등이 울창한 삼림속에서 서식한다. 이곳에서는 코스타리카의 명물인 나비들의 변태과정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포아스 활화산 역시 산호세에서 차량으로 불과 1시간 거리다. 화산에 가면 분화구 바로 옆까지 다가서 유황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활화산이 인근에 있다고 긴장할 필요는 없다. 산호세는 살기 좋은 도시로 정평이 나 있다. 도시에서 운영하는 놀이공원 입구에 가면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건강한 아이가 아픈 친구를 돕는다.’ 어렸을 적부터 나눔의 정서를 배우고 살아간다. 변두리 집들이 허름해 보여도 안에는 탄탄하게 갖추고 산다. 월드컵 본선에도 몇차례 진출했듯 산호세 사람들의 축구 열기 또한 대단한다. 축구장만은 대부분 잔디를 갖추고 있을 정도로 축구에 대한 애정만큼은 광적이다.

글ㆍ사진=서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팁

▲가는길=코스타리카는 북쪽으로는 니카라과, 남쪽으로는 파나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산호세까지는 미국 LA나 멕시코시티에서 코스타리카 국적기인 TACA 항공이 운항한다. 수도인 산호세 중앙터미널에서 아레날 화산 등 각종 휴양지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음식=토르티라스(tortillas)는 옥수수 팬케익이나 오믈렛에 고기 등을 얹은 요리로 현지인들이 즐겨먹는다. 카사도(casado)는 고기, 스프, 야채 등이 한꺼번에 나오는 정식으로 한국인 입맛에도 맞는다.

▲기타정보=열대지역에 속하나 주요 관광지들이 대부분 고산지대에 위치해 날씨는 상대적으로 선선한 편이다. 화폐는 콜론을 사용한다. 달러를 현지에서 환전 가능하다.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코스타리카 입국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없으나 출국시에는 공항세를 내야 한다. 치안은 안전한 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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