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헬스클럽, 요가학원, 필라테스 학원 등등이 눈에 띄게 증가한 모양새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해, 최근엔 서로 출혈경쟁을 하게 됨으로써 문을 닫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란다. 이런 소식을 접한다는 게 정형외과 어깨 전문의인 필자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이다. 건강열풍의 부작용 또한 만만히 볼 게 아니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얼마 전 50대 여성 환자분이 진료실을 찾았다. 4개월 전 부터 시작된 어깨통증이 문제였다. 그 환자는 방송매체에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근육이 줄어들기 때문에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6개월 전 부터 집 근처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큰 맘 먹고 퍼스널 트레이닝까지 시작했다. 1대1 개인트레이닝을 받으며 꾸준히 운동할 수 있게 되니 삶의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아 기분도 좋았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어깨통증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던 것. 그게 점점 심해지더니 최근엔 옷을 입고 벗는 일, 가사일 등 일상생활에서 지장이 나타났다. 할 수 없이 병원을 찾아왔다는 게 그 환자의 하소연이었다. “처음에 통증이 생겼을 땐 운동할 땐 누구나 그 부위가 조금씩 아픈 거니까, 조금 더 운동하면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젊을 때에도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호전되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 환자는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통증이 생기는 것을 무시하고 더욱 더 열심히 운동에 매진했다고 했다.

필자가 진찰 후 검사를 시행한 결과, 어깨 회전근개 힘줄이 파열되어 있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한 상태였다. 운동을 하다가 건강을 해친 경우였던 것. 정형외과 전문의인 필자의 경험과 지식으로 볼 때, 사람은 저마다 몸 상태가 다르다. 건강한 관절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약한 관절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다. 100만큼 견딜 수 있는 사람에게는 80-90정도의 부담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가 50인 사람은 겨우 60만큼의 부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상태에 맞는 운동을 해야만 탈이 나지 않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관절 기능이 점차 저하되기 때문에, 중년이 넘어서 하는 운동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젊을 때는 대개 일시적인 무리나 외상에 의해서 통증이 생겨도 며칠만 쉬면 곧 회복되곤 한다. 하지만 40-50대 이후의 통증은 반복적인 사용과 무리로 인해 발생한 퇴행성 변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병이 점차 진행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니까 일단 운동은 뭐가 됐든 부드러운 운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볍게 걷기, 맨손 체조 등 부담이 되지 않는 운동이 권장되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가벼운 스트레칭은 모든 운동에 앞서 선행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준비운동’일 수 있다. 관절이 충분히 이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운동을 하게 되면 부상이 필연적으로 따르게 마련.

스트레칭 운동은 한꺼번에 많이 하는 것보다는 조금씩 나누어서 여러 번 하는 게 관절 건강에 더 좋다. 일과 중에도 한 자세로 오래 있는 것 보다는 수시로 자세를 변경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간간이 스트레칭 운동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릎이나 척추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등산이나 뛰는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 체중의 부하를 무릎이나 척추가 많이 받기 때문.

그런 분들은 체중 부하의 영향을 적게 받는 (실내)자전거 타기나 수영 등이 좋은 운동이다. 물론 역기 같은 헬스기구를 사용하는 운동은 근육량을 늘려주는 데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관절에 부담을 많이 주기 때문에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반드시 충분한 준비운동을 미리 해야 한다는 것도 철칙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달려라병원 박재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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