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학교에서 옥수수 빵과 더불어 일명 ‘꿀꿀이 죽’이라고 하는 것을 간식으로 배식 받아서 먹은 적이 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 중의 하나인 우리로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을 때였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던 미국이 옥수수 가루를 원조해줘서 빵으로 혹은 죽을 쑤어서 배급한 것이다. 간혹 옥수수 가루를 봉지에 담아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고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 어린이들에게는 이와 별개로 갓 구워낸 맛있는 빵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이때와 다르게 배급은 없었지만 ‘혼식⦁분식의 날‘이 있어서 점심시간이 되면 선생님께서 아이들의 도시락을 열어 일일이 쌀과 보리의 혼식 비율울 검사했던 적도 있었다. 물론 밀가루로 만든 빵 종류를 가지고 온 아이들은 분식으로 인정해줘서 통과시켜줬다. 전 국민이 먹기에 쌀 수확이 너무 부족했던 터라 정부에서는 쌀을 수입하기 위해서 경제개발에 필요한 피 같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없던 터라 쌀 대신 밀과 보리를 적극 섭취하는 것을 권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맥(麥)에는 대맥(大麥)과 소맥(小麥)이 있다. 대맥(大麥)은 보리고 소맥(小麥)은 밀이다. 그래서 둘 다 재배방법과 서식지가 비슷하다. 이들은 가을 추수가 끝나고 찬 서리가 내려 지상의 모든 생명력이 숨을 죽이고 다음 해에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숨을 고르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시기에 차가운 대지에 뿌려진다. 그리고 그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특별히 먹을 것이 부족했던 춘궁기에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배고픈 것을 잊게 해 주는 고귀한 존재로 금의환향하게 된다. 추운 날 토양의 수분이 얼어 부피가 커지면서 밀이나 보리가 웃자라서 땅에 뿌리를 못 박아서 헉헉거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겨울방학 전후로 보리나 밀 밟기를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또 꼬맹이들은 설익은 밀대를 꺾어 까맣게 태운 밀을 먹은 밀서리를 한번쯤은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전 세대에 비해 특별히 배고픈 것은 아니었지만 놀이의 일종 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오늘 소개할 한약재는 부소맥(浮小麥)이다. 뜨는 소맥(小麥) 즉 ’물에 뜨는 밀‘이라는 뜻이다. 밀은 완전히 익지 않으면 가벼워서 물에 뜬다. 그래서 부소맥은 완전히 익은 밀을 쓰면 안 된다. 부소맥은 심장 경락 하나로만 간다. 성질은 가을 겨울을 견디면서 자라온 터라 서늘하다.(凉) 사상체질 분류에서 대맥 소맥 교맥(蕎麥,메밀) 모두 서늘한 성질을 가지므로 상대적으로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 좋은 식품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밀가루 음식을 소음인이나 태음인이 너무 즐겨 먹으면 소맥의 찬 성분으로 인해서 속이 더부룩해져 가스가 차고 소화가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부소맥은 자한(自汗)이나 도한(盜汗)에 쓸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이 쓰이지 않으며 또한 단독으로 쓸 경우에는 땀나는 것을 전혀 치료할 수 없고 땀이 나는 원인에 따라 기운을 북돋워 주거나 음분을 보충해 주는 한약들과 함께 쓰야 비로소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한약이다. 마황근(麻黃根) 또한 지한(止汗)에 쓰는 한약이다. 마황(麻黃)은 그 이전 칼럼에서 잘못 사용하면 교감신경을 극도로 흥분시켜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떨리고 땀이 계속 나오게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한의사가 처방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 한약재라고 앞선 칼럼에서 언급한 바가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마황이란 전체 식물로 본다면 줄기부분은 마황(麻黃)으로 전신이 찌뿌듯해서 얻어 맞은 것 같이 아픈 몸살감기에 땀을 내게 해서 이런 증상을 치료하는 개념으로 쓰이는 반면 마황근(麻黃根)은 줄기 부분인 마황이 땀을 내는 작용을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한 생명체에서 뿌리와 줄기가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신비롭다. 모든 생명체는 스스로 존재하기 위해서 한 쪽 기능이 월등하게 우세하면 이를 억제하는 다른 기능이 작동을 해서 스스로 생명현상을 획득하는데 필요한 항상성을 유지한다. 이를 길항작용이라 한다. 마황근은 약효가 심폐(心肺)로 들어간다. 부소맥과 마찬가지로 지한약이며, 혼자서는 이 기능을 수행할 수 없으며 보기제(補氣劑), 보음제(補陰劑), 보양제(補陽劑)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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