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성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왼쪽 팔이 아픈지 오른팔로 왼쪽 팔을 감싸 쥔 채 찡그린 얼굴로 자리에 앉습니다. 1주일 전부터 어깨와 왼쪽 팔이 너무 아파 잠을 자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그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목디스크가 발생하면서 생긴 통증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MRI촬영을 해보면 치료방법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건 정형외과 의사로서의 거의 확신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MRI촬영을 한 뒤 영상을 확인해보니, 예상과 달리 너무나도 깨끗한 목 상태였습니다. 목디스크와는 전혀 관련 없는 완벽하게 정상적인 목이었다고나 할까요. 혹시 다른 사람 MRI영상이 잘못 온 게 아닌가 싶어 MRI촬영실에 다시 확인까지 했습니다. 확인결과, 분명히 이 여자환자의 영상이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솔직히 난감했습니다. 이럴 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시작을 해야 되는 거니까요. 다시 검진을 했습니다. “목을 우측으로 돌려보세요~”라고 한 뒤에 목의 좌측 한 부위를 손가락으로 눌렀습니다. 그랬더니 아주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고통스러워 합니다. 살짝 눌러도 이 정도 통증이면 정상적인 반응은 분명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반대쪽의 똑같은 부위를 눌렀을 때는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이런 경우, 흉곽 출구 증후군 이라는 병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 병은 목의 아랫부위와 흉곽의 윗부위 사이를 빠져 나가는 신경과 혈관 다발이 여러 원인에 의해서 압박을 받으면서 증상을 일으키는 것. 원인으로는 선천적인 기형, 우연한 사고, 반복적인 근육 과사용 등등이 지목됩니다. 드물게는 그 부위에 생기는 종양도 비슷한 증상을 일으킵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이런 원인들로 인해 팔로 가는 신경이 압박을 받아, 팔에 통증이나 저림 증상. 감각저하 등이 나타납니다. 그 외 혈관을 압박을 하면서 생기는 혈관 관련 증상들도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신경다발 옆 사각근이라고 부르는 목 근육을 과사용 하면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제일 높아 보였습니다.

장시간 고개를 숙이고 작업을 하거나 팔을 오래 들고 일을 하는 경우 목옆에 붙어있는 사각근이 과도하게 긴장하게 됩니다. 따라서 신경을 자극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이 환자의 경우, 문제가 있는 중사각근 부위에 근육이완 주사 치료와 약물치료를 시행했습니다. 며칠 뒤 병원을 찾은 그 환자는 통증이 많이 줄어들어서 잠도 잘 잤다고 했습니다.

완치된 것은 아니어서 남아있는 불편감은 목근육의 과도한 긴장을 줄여주고 잘못된 자세를 교정으로 치료하기로 했습니다. 운동도수 치료와 스트레칭을 병행하면서 완치로 유도하자는 것이었죠. 이후, 치료결과는 다행히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이처럼 흉곽 출구 증후군은 증상이 목디스크나 어깨 질환과 비슷합니다. 그러다보니 잘못된 치료를 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어깨나 팔이 저리고 아플 때 무조건 목디스크를 의심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목 검사에서 이상이 없을 때에는 이 병(흉곽출구증후군)을 한번쯤은 의심해 봐야 합니다.

달려라병원 정호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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