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족부전문의인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여름이 되면서 갑자기 많아지는 골절 중 하나가 바로 발가락 골절이다. 추웠을 땐 늘 신발 속에 감싸져 있다가 여름철엔 슬리퍼를 신고 다니거나 맨발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것. 발등을 접질리거나 발가락으로 땅을 잘못 짚었을 때 혹은 책상 모서리 같은 강한 물체에 보행 중 부딪힐 때, 무거운 물건이 직접적으로 발 위에 떨어졌을 때 골절은 발생하게 된다.

30대 초반의 여성환자. 다른 병원에서 발가락 골절로 핀고정술을 받고 감염이 되어 필자의 진료실을 찾아왔다. 진단 결과, 발가락 근위지골 분쇄 골절이었다. 발가락 위쪽 피부를 절개하고 k강선이라고 하는 핀을 3-4개 정도 박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엑스레이를 살펴보니 매우 훌륭하게 골절편들이 맞춰져 있었지만, 피부 밖으로 여러 개 나와 있는 핀을 타고 세균 감염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골수염이 되어 버린 상황.

"좀 부족하게 맞춘다 하더라도, 피부 절개 없이 수술을 하는 게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필자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웠다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필자는 그 여성환자의 피부 밖으로 나와 있는 핀을 모두 제거했다. 이후 몇 주일에 걸쳐 감염된 창상부분과 감염된 뼈를 모두 절제해 내는 수술을 시행했다. 길고 긴 치료와 수술을 마치고서야 그 여성환자는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발가락은 손가락과 마찬가지로 근위지골, 중위지골, 원위지골 이라는 세 가지 뼈로 이루어져 있다. 근위지관절과 원위지 관절이라고 하는 두 가지 관절면을 가지고 있다. 발가락뼈가 손가락뼈 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발등뼈(중족골)는 손등뼈 (중수골) 보다는 더 크고 튼튼하지만, 발가락뼈는 손가락 뼈 보다 더 작다.

길이도 훨씬 짧을 뿐 아니라 뼈의 두께도 작다. 따라서 다른 골절처럼 쉽게 생각하고 함부로 절개하고 분쇄된 면을 다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더군다나 뼈가 작기 때문에 나사 종류는 거의 박을 수 없다. k강선이라고 하는 핀으로 고정해야 되는데 주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다양한 각도로 박아놓은 핀을 대부분 피부 밖으로 빼놓아야 하므로 수술 후 감염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설사 약 4주 정도 핀감염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환자분들의 불편감이 심하여 보행이 불편한 경우도 많다. 치료를 위해서 시행한 수술이 오히려 환자에게 불편함만 안겨주는 경우랄 수 있겠다. 정형외과 골절 치료의 원칙상, 관절면의 골절은 가능하면 정확하게 복원해야 한다. 견고한 고정을 하라는 원칙에 입각해서, 아직 경험이 부족한 일부 의사들이 발가락에도 관혈적 정복 (피부 및 연부조직을 절개하여 골절면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맞추는 행위) 을 시행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에 합병증 없이 낫게 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수술 합병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아무쪼록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발가락 골절인 경우엔 수술 전에 한번 더 심사숙고해서 가장 현명한 치료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점을 권하는 바이다.

여기서 약간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발가락 관절은 다행히도 손가락 관절만큼 정교한 움직임을 하는 관절이 아니다. 뼈가 붙기만 하면 추후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오히려 약간은 모양이 정확하지 않게 유합되더라도 수술 후 감염이나 불유합 같은 합병증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추천할 만한 한 가지 수술방법은 골수강 내 핀 고정술이다. 옛날부터 해오던 방법으로 직접 골절이 된 부분을 절개하는 것이 아니라 발가락 끝 발톱아래에서 부터 어묵꼬치 하듯이 세 가지 뼈를 관통하는 핀 한개만 박는 방법이다. 이 때는 핀끝이 외부로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가락 골절은 자체 깁스를 만든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고정력을 얻기는 힘들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간접적으로 발가락 고정을 하는 개념인 것이다. 골절면을 정확히 맞추지 않아 걱정도 좀 될 수 있지만, 대부분 6-8주에 뼈에서 진이 나오면서 리모델링 된다. 발가락 고정력이 좋아 부어오르는 증상도 빨리 회복되고 골절면의 움직임이 없어 골유합도 오히려 잘된다. 핀을 피부아래에 묻어놓기 때문에 감염도 되지 않고 ,1주 정도 지나 붓기가 빠지고 나면 발목에 깁스나 반깁스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6주 혹은 8주에 핀을 한번 더 제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결과는 대개 매우 훌륭하다.

'과유불급' 이란 말이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발가락 골절 특히 분쇄 골절인 경우에 의사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게 바로 과유불급일 수 있다. 무리한 절개수술을 하게 되면 오히려 더 못한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달려라병원 장종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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