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필자의 병원을 찾아왔다. 진료실에 들어와서도 서로 재미있게 말을 주고받는다. 의사와 간호사를 유쾌하게 만드는 기분 좋은 부부였다. 정형외과 전문의 입장에서 볼 때 진료실에서 밝은 표정을 짓는 분은 드물다. 어쨌거나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증상을 먼저 들어보고, X-ray에서 보이는 소견을 확인했다. 진찰을 하면서 남편분의 어깨 통증에 대한 진단을 내린 후 설명을 해 드리려고 하는 순간, 옆의 아내분이 한 마디를 거든다. “오십견 맞죠? 오십견이라고 병원 안 온다는 걸 제가 억지로 데리고 왔어요. 치료는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 말을 들은 남편분이 “아니 내가 나이가 60이 넘었는데 무슨 오십견이야, 육십견이지.” 진료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남편분에 대한 필자의 진단은 회전근개 파열이었다.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MRI 검사를 권유했다. 회전근개 완전 파열이 확인되어 결국은 관절경을 이용한 회전근개 봉합술을 받으셨다.

부부가 자리를 바꿔 앉았다. 이번엔 아내분의 증상을 확인했다. 남편에 비해서 본인은 너무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훨씬 중병인 것 같아서 진료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오는 김에 남편도 진료를 보도록 설득해서 같이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아파서 잠도 못 잘 지경이고, 팔을 들거나 돌리는 등의 동작을 할 때마다 통증이 생긴다고 했다. 본인도 모르게 팔을 무의식적으로 뻗거나 돌리게 되면 자지러질 정도의 통증이 발생해서 한참을 가만히 있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X-ray를 확인하고 어깨 진찰을 하고 있는데 아내분이 걱정스런 말투로 “저도 파열된 것 같나요? 수술 받기는 너무 싫어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내분의 진단은 흔히 말하는 오십견, 즉 유착성 관절낭염이었다. 오십견의 증상이나 질병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등은 아내분이 말씀하신 내용 중에 고스란히 잘 드러나 있다. 아내분은 어깨의 가동범위가 심하게 감소되어 있어 일상생활 중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가동범위란 무엇을 말하는가? 말 그대로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각도의 범위를 의미한다. 어깨는 우리 몸 관절 중에서 가장 큰 가동 범위를 자랑한다. 거의 360도 회전이 가능할 정도이고, 앞으로는 반대쪽 어깨 뒤까지 닿을 수 있고, 뒤로는 등 윗부분까지 돌아갈 수 있다.

오십견은 이러한 가동범위가 거의 전 방향에 걸쳐서 감소하게 되는 질병을 말한다. 병의 의학적 정의는 “특별한 이유 없이, 어깨 관절에 다른 질병이 없으면서 가동범위가 줄어든 상태” 이다. 바꿔 말하면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고, 관절 내부에 이상이 없기 때문에 가동범위만 회복시켜주게 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전체 인구의 약 2-5%가 일생을 사는 동안 일정 시기에 불편과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50세 전후의 연령에서 많이 생기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고, 40대나 6-70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부부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십견에 대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오십견은 따로 치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그냥 두면 저절로 좋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 전문의에 의한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호전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중에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은 치료가 꼭 필요한 질환이지만, 한 가지 좋은 소식은 대부분의 경우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만 된다면 운동치료를 통해서 서서히 관절의 운동범위를 늘려 가면 회복된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 주사치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치료를 지속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전이 없다면 관절경을 이용한 수술적 치료를 생각해 볼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수술 치료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질병이다.

달려라병원 박진웅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