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2012년 간행된 한방의약학잡지(韓方醫藥學雜誌)에서는 ‘내일부터 사용할 수 있는 한약 시리즈’를 기획해서 ‘암 치료와 완화 케어 영역’에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한약을 제일 먼저 언급했다. 암 환자에게 투여한 다양한 한약에 대한 결과자료를 가지고 내일 당장 일본 내 모든 의사들이 써도 괜찮은 한약을 자신 있게 추천하겠다는 뜻이다, 그들이 추천한 한약을 한번 들여다보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로할 때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같은 보제(補剤) 한약을, 구토와 명치부분이 막힌 듯 한 증상에는 육군자탕(六君子湯)을, 장 폐색이나 변비, 설사에는 우선 대건중탕(大建中湯)을 쓰고, 이 한약으로 효과가 없으면 소건중탕(小建中湯)이나 계지가작약탕(桂枝加芍薬湯)을 쓴다고 했다. 하리(下痢)와 설사(泄瀉)에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을 투약하고, 골수 억제에는 치료가 시작되기 전부터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을 투여하면 몸이 무리가 없어 자주 쓸 수 있다고 했다. 신경장애에는 특히 냉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따뜻하게 해야 하며 우차신기환(牛車腎氣丸), 진무탕(眞武湯), 팔미지황환(八味地黃丸)등을 사용하고 중추성 흡인성 폐렴에는 Substance P를 올리는 작용이 있는 반하후박탕(半夏厚朴湯)을 쓴다고 했다. 암환자 치료에 처음부터 무수히 많은 한방처방을 나열해서 독자들이 혼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암치료의 호전여부는 ‘암 부위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제 복용’으로 대별되는 항암치료 3대 본령을 어떻게 체력적으로 버텨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이 점은 보익약(補益藥)이 해야 할 영역이다. 우리가 흔히 보약의 대명사로 불리는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이 함암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니 낮 설고 정감 있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양방 병의원에서 입원하면 으레 링거주사를 꽃는다. 링거는 갑자기 구토하고 설사해서 우리 몸의 체액이 빠져 나가 생명이 위태롭게 될 때나, 오랫동안 끼니를 걸러 영양상태가 많이 결핍되어 있을 때 쓸 수 있는 명약이다. 음식물을 먹으면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우리의 핏속을 타고 세포에게 영양을 공급하게 되는데, 음식섭취와 소화를 건너뛰고 소화해서 얻으려고 했던 최종제품인 포도당과 아미노산을 직접 혈관을 통해서 공급하는 원리다. 그래서 혈액농도와 유사하게 물 1L에 5% 정도 포도당을 타고, 4%정도의 아미노산을 태워서 혈액에 공급한다. 애초의 목표는 설사 때문에 탈수로 목숨을 잃는 것를 잡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요즘은 몸에 좋다는 여러 성분을 함께 섞어서 영양주사란 이름으로 혈관으로 주입하는데 그 종류가 비타민주사, 감초주사, 마늘주사, 태반주사, 은행 칵테일 주사등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비용도 싼 편이 아닌데 환자가 몰리는 이유는 편리하고 기운이 난다는 그 두 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다. 목동의 한 의원에서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 간염이 창궐하고 나서야 조금 진정되는 듯이 보이지만 아마도 또 다시 영양주사를 맞으려는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한의원에도 영양주사를 선호하는 매니아 층이 침 맞으러 오는 경우가 있다. 영양주사를 맞으면 처음에는 반짝하는데 그 다음에는 별무효과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다 너무 피곤해서 어쩔 수 없이 한약을 선택하여 복용하고서 나중에 와서는 1-2년은 잘 견뎠다고 하는 사람이 꽤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보익약(補益藥)은 ‘허즉보지(虛卽補之), 손자익지(損者益之)’라는 치료원칙에서부터 출발된다. 허(虛)한 것은 보충해주고, 손해 보거나 잃은 것은 보태주라는 뜻이다. 신체가 선천적으로 허약하거나, 지병으로 만성적으로 체력이 저하되었거나, 과로나 고령 등으로 인해 인체 내의 음양기혈(陰陽氣血) 증 어디가 결핍되고 부족할 때 이를 메워서 건강을 회복하게 하는 한약이다. 기(氣)가 허하면 보기약(補氣藥)을, 혈(血)이 허하면 보혈약(補血藥)을, 양(陽)이 허하면 보양약(補陽藥)을, 음(陰)이 허하면 보음약(補陰藥)을 투여하고 이들이 겹칠 때는 경중을 가려서 함께 처방하면 되는 데 제일 부족한 부분의 한약을 군약(君藥)으로 세워서 쓰면 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