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소양강댐 나루에서 연락선을 탄다. 관광객이나 등산객보다는 낚시꾼들이 훨씬 많다. 낚시터로 이름난 포인트가 소양호 일원에 숱하게 널린 까닭이다. 하루 두 차례 떠나는 정기 연락선은 동쪽 멀리 가리산 자락을 바라보며 물살을 헤친다. 좌우로 펼쳐지는 호반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북으로 봉화산, 남으로 후봉과 곧은봉을 바라보면서 푸른 호수를 가르는 뱃길의 낭만을 50분 남짓 즐기는 사이, 배는 조교리 나루에 이물을 들이민다.

북산면 조교리는 행정구역상 춘천시에 속해 있지만 시내버스도 들어가지 않는 오지다. 험준한 산악으로 빙 둘러싸인 이 마을도 오지라는 누명(?)을 벗을 기회가 일찌감치 있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홍천군 두촌면 원동리로 통하는 홍천고개 도로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1973년 소양강댐이 들어서면서 북산면 소재지였던 내평리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되었다. 그래서 육로를 따라 조교리로 들어오려면 미완성 홍천고개를 힘겹게 넘어야 했다. 주민들은 뱃길로 춘천을 오갔고 생활필수품은 지프형 자동차를 이용해 홍천에서 구입해 오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다가 2003년 홍천고개가 포장되면서 차량 통행이 원활해졌다.

마을버스 운행으로 오지 굴레 벗다

그러나 자동차 없는 주민에게 바깥나들이는 여전히 힘겨운 일이었다. 홍천군과 시내버스 운행을 논의했으나 여러 문제로 성사되기 어려워지자 춘천시는 주민과의 협의를 거쳐 마을버스 운영방안을 세웠다. 조교리 마을기금으로 차량을 구입하고 춘천시에서는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윽고 2013년 4월 29일 조교리 마을버스가 개통되었다. 마을버스는 11인승 승합차인 코란도 투리스모이며, 운행노선은 조교2리 농촌체험관-조교1리 보건진료소-홍천군 원동사거리-홍천군 두촌면 버스정류장 사이의 약 15㎞ 구간으로 하루 3회 왕복한다. 조교리 마을버스는 2014년 5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최우수 농촌형 교통모델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조교리는 바위산(858m), 매봉(800m), 매봉남봉(710m) 등의 준봉을 뒤로 하고 소양호를 바라보는 배산임수의 명당에 파묻힌 아늑한 마을로 60여 가구가 살아간다. 삽다리고개를 경계로 남쪽은 1리, 북쪽은 2리로 나뉘는데 특히 조교2리는 누리삼마을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장뇌삼(산양삼)의 명산지인 까닭이다.

조교리를 에워싼 준봉들은 700∼800미터급 산치고는 제법 웅장한데다 인적 드문 비경의 골짜기들을 허리춤 곳곳마다 품어 심산유곡의 정취가 그윽하다. 특히 매봉 서쪽 기슭의 중밭골은 수많은 쏠(작은 폭포라는 뜻의 순우리말)과 깊은 웅덩이들이 이어져 빼어난 자태를 뽐낸다.

한여름 무더위 씻기 그만인 선녀탕

무애골 입구 삼거리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아랫길로 내려선 뒤에 조교2교를 건너 200미터 가량 가면 계곡이 둘로 갈라진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곧장 이어지는 계곡은 무애골이고 왼쪽으로 뻗은 지류가 중밭골이다. 무애골 쪽으로는 여러 민가가 흩어져 있으나 중밭골 쪽으로는 민가가 전혀 없어 물이 맑고 경관도 한결 아름답다.

평범한 모습을 보이던 중밭골은 상류로 오르면서 운치를 더해 간다. 돌돌 흐르던 맑은 물은 작은 벼랑을 만나 어쩔 수 없이 쏠을 이루고 그 아래로는 푸른 못이 입을 벌린다. 다만 2011년부터 2013년 사이에 임도를 내면서 예전 정취가 반감되어 아쉽다.

어디선가 무당개구리가 튀어나왔다가 인기척에 놀라 수북한 낙엽 위에 몸을 납작 엎드린 채 죽은 척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특산인 이놈이 사는 것으로 보아 물이 맑은 것은 분명할 터. 벌컥벌컥 계곡 물을 그냥 마셨다. 달고 시원하다.

40분쯤 계곡 길을 헤치면 10번째로 물을 건너는 지점에서 짤막한 폭포수와 만난다. 높이는 5미터 남짓하지만 주변 암벽이 그럴싸한 자태로 박혀 있고 물줄기 아래로는 넓고 푸른 웅덩이가 드리워 경탄을 자아낸다. 달 밝은 밤이면 선녀가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이 어린 선녀탕이다.

한바탕 수영하면서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리기에 딱 알맞은 곳이다. 가족 여행이 목적이라면 여기서 쉬면서 도시락도 먹고 맑은 공기도 마음껏 들이마시며 휴가를 즐기는 것이 좋을 듯싶다. 한데 왜 이리도 인적이 드물까?

글ㆍ사진=신성순(여행작가)

▲ 찾아가는 길=홍천에서 인제 방면 44번 국도를 달리다가 원동리에서 좌회전하면 홍천고개를 넘어 조교리에 이른다.

대중교통은 홍천에서 두촌면까지 직행버스나 시내버스를 탄 다음, 조교리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두촌에서 조교리로 가는 마을버스 시간은 오전 8시 40분, 12시 20분, 오후 6시(동절기 5시)이며 조교리에서는 오전 7시 40분, 11시 20분, 오후 5시(동절기 4시)에 출발한다.

춘천 소양강댐 나루에서 조교리로 가는 배는 하루 2회 뜨는데 철따라 운항 시간이 달라지므로 문의한다. 033-241-4833.

▲ 맛있는 집=홍천은 순대국밥으로 이름난 고장으로 버스터미널과 시장 주변을 비롯하여 읍내 곳곳에 순대 전문점이 즐비하다. 돼지 뼈를 푹 고아 우려낸 사골육수에 순대와 돼지내장, 머리고기 등을 듬뿍 넣어 푸짐하며, 얼큰하고 시원하면서 깔끔한 국물 맛도 일품이다. 많은 집 가운데 풍년식당(033-434-4304), 가보자토종순대국밥(033-433-1577), 원조시동순대(033-433-1399)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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