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人蔘)은 모든 사람에게 다 맞는 영험한 한약재로 항상 곁에 두고 장복하면 연년익수(延年益壽) 즉 해마다 더욱 건강하게 되어 목숨 줄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요즘 대세인 홍삼을 1년 내내 장복하는 사람도 있고, 내 몸이 건강해질 거라는 믿음으로 인삼과 함께 몸에 좋다는 이것저것을 섞어 달여서 매일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소박한 믿음과는 달리 동의보감 탕액서례(湯液序例) 초부(草部) 인삼 편에 보면 인삼의 금기증이 나온다. 인삼이 아무리 유명한 한약재고 성약(聖藥)이라 해도 체내로 섭취되는 한약이나 음식들은 모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매일 먹는 밥이나 반찬은 성질이 한열(寒熱)에 치우치지 않고 독이 없기 때문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허준은 인삼의 금기증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직설적으로 피력한 것이 아니라 단계심법부여(丹溪心法附餘)라는 책의 일부분을 인용해서 대신 말한다. 그리고 옆에다 그 책에서 따와서 수록했다고 하는 표시로 단심(丹心)이라고 적어놓았다. 이런 방식의 편찬은 유학을 사상적 기초로 여겼던 조선에서 유행했던 방식이다. 논어의 술이(述而)편에서 공자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 술이부작(述而不作)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술이부작이란 자신의 뜻을 과거의 문헌을 인용해서 피력한다는 뜻이다. 폐에서 산소-이산화탄소 가스교환을 할 때 폐의 표면에 물기가 촉촉이 젖어 있어야 하는데 오랫동안 폐병(肺病)을 앓으면 미열이 생겨 그 수분을 말려버리게 된다. 그러면 가스 교환이 안 되서 가쁜 숨을 몰아쉬게 되고 한꺼번에 부족한 산소를 받아들이려고 기침을 하게 된다. 이게 계속되면 폐에서 출혈이 되어 객혈(喀血)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음분이나 혈분이 부족해서 미열이 날 때 인삼을 쓰면 열을 더 보태주어 객혈이 심해지거나 기침이 심해질 수 있다. 이 때는 인삼 대신 사삼(沙蔘,더덕)을 써야 한다. 아울러 여름철이 땀을 많이 흘리면 음분(陰分)이 줄어들어 위장의 진액이 마르게 되고 이 상태에서 인삼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명치가 꽉 틀어 막힌 적취(積聚)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스트레스로 명치가 꽉 막힌 상태에서 인삼을 먹으면 열이 위로 치받아서 명치끝이 뻐근하게 아플 수 있으므로 복용을 하면 안 된다. 수많은 처방에 인삼이 등장하는 데, 그 비싼 인삼을 명(明)이나 청(淸)나라 때 중국 한의사들은 어떻게 처방했을까? 인조 때 인삼 80근의 값어치가 은(銀) 약 2000냥에 해당된다는 기록이 있다. 1근(300g)으로 따지면 25냥 즉 은(銀) 250돈에 해당되고 이걸 현 시세로 치면 못해도 60여만 원이 된다. 대개 한 첩 당 1돈을 쓰면 1제 20첩에 인삼이 20돈(75g) 들어가게 되고 인삼 값만 약 15만 원 정도가 된다. 응급환자가 아니면 이렇게 비싼 고려인삼을 쓰기에는 부담이 될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 인삼을 경작하거나 아니면 인삼을 대신할 수 있는 한약재를 ?았을 것이다. 그게 당삼(黨蔘)이라는 한약재다. 이명으로 만삼(蔓蔘), 상당인삼(上黨人蔘)이 있다. 한(漢)나라 이후 산서성의 상당(上黨)지방에서 인삼이 생산되어 상당인삼(上黨人蔘)이 있었으나 멸종되었고, 그 이후 상당 지역에서 나는 당삼(黨蔘)을 상당인삼이라 불렀다. 당연히 인삼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인삼대신 상당인삼 즉 당삼을 인삼의 두 배 용량으로 해서 많이 사용해왔다. 당삼은 인삼과 같이 폐와 비로 들어간다. 인삼이 건조한 성질이 있는 반면 당삼은 약간 윤(潤)이 있다. 맛은 달다. 당삼은 인삼에 비해 모양도 칙칙하고 맛도 칙칙하고 쉬 벌레가 꼬이는 단점이 있다. 중병환자나 응급환자에게 대보원기(大補元氣)하거나 고탈생진(固脫生津)할 때는 인삼 외에 어떤 것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기허(氣虛)나 진액고갈이 심하지 않을 때는 당삼을 대체한약으로 사용해 봄직하다. 특히 위가 진액이 없어서 말라있을 때는 인삼보다 진액이 풍부한 당삼을 사용한다. 특히 인삼의 부작용인 토혈(吐血, 피를 토함), 창만(脹滿, 배가 가스참)이 있을 때는 인삼 대신 당삼을 많이 쓴다. 진액이 있어 생혈(生血)작용이나 양혈(養血)작용이 있어 여성에게도 좋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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