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 추락으로 인한 종골골절 치료법

“아,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합니다.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엔 장애인 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지요. 그런데 이렇게 멀쩡히 걷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요.”

59세 남성 환자는 평소 건강한 체력이 자랑이었다. 건설현장 근로자인지라 체력이 재산이었다. 하루는 공사현장에서 2m 정도 되는 높이에서 발을 헛디뎌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도 머리나 허리를 다치지 않아서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 한데 한쪽발의 뒤꿈치부터 착지하고 난 뒤 심한 통증이 계속 됐다. 퍼렇게 멍도 들었다. 119 앰뷸런스에 실려 온 그 환자는 발뒤꿈치가 곰 발바닥처럼 부어있었다. 통증 때문에 말도 잘 못하는 지경이었다.

x-ray 촬영 결과, 관절면을 침범한 뒤꿈치뼈(종골) 골절 이었다. 마침 사고 직전에 식사를 하지 않은 터라, 사고 당일 오후 바로 수술을 시행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그 환자는 가끔 병원에 들러 정형외과 족부전문의인 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곤 한다.

환자와 필자 모두에게 참 다행스러운 경우. 발 뒤꿈치뼈 골절, 즉 종골골절에 대해 한 두 번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본인의 경험이든 아니면 주변사람들의 일이든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개 이 종골골절을 겪어본 환자들은 “뒤꿈치 뼈 골절이 한번 생기면 1년 넘게 아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통증이 심한 골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의학전문용어로 발 뒤꿈치 뼈를 종골 (calcaneus) 이라 부른다. 종골 위에는 뼈가 하나 더 얹혀 있는데, 그 뼈를 거골(talus)이라고 부른다. 거골은 우리 몸의 뼈 중에서 가장 강한 뼈 중의 하나. 발목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거골과 종골은 위아래로 존재하면서 관절을 형성하는데, 그 관절을 거골하 관절(subtalar joint) 이라 한다. 주로 발목의 내전/외전(발바닥이 안쪽으로 기울거나 바깥쪽으로 기우는 것) 을 담당한다.

낙상 사고가 일어날 때는 강한 거골에 의해 상대적으로 약한 종골이 마치 호떡 찌그러지듯 뭉개지는 종골 압박 골절이 발생한다. 그 외력이 다소 약한 경우는 거골하 관절면 손상 없이 몸통부분에 금만 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엔 굳이 피부절개 없이 경피적 나사못 고정으로도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 이후의 거골하 관절의 관절염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예후가 양호 하다.

다만 사고 당시의 외력이 강했다면, 관절면도 깨지게 되고 골절편의 분쇄도 심하다. 종골의 모양도 넓적하게 찌그러져 있게 되어 발모양도 편평하게 변하게 된다. 이런 경우 피부를 다소 많이 절개하여 뼈의 모양을 원래 모양대로 복원시켜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이 수술의 성공을 위해서는 약 3가지 정도의 유의할 점이 있다. 첫 번째, 수술이후 피부의 괴사가 생길 수 있다. 다칠 당시 피부에 전해진 강한 충격에 의해 피부 및 연부조직 부종이 심각하게 발생한다. 보통 만 하루가 지나면 뒤꿈치 주변 피부에 수포가 발생하고, 말초 혈액순환도 좀 떨어지게 된다. 이럴 때 멋모르고 피부절개를 많이 하게 되면 십중팔구 수술 후 피부 괴사가 오게 된다. 뼈 수술이 아무리 잘 되더라도 피부 괴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입원기간이 2-3배로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2차, 3차 피부 이식까지 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보통 피부는 수상 후 약 1주 정도가 지나야 다시 주름이 약간 잡히는 정도로 회복한다. 절개를 해야 하는 종골 골절 인 경우, 약 1주 정도 수술을 미루었다가 하는 것이 피부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두 번째, 찌그러진 뼈를 들어 올려 반대편 발처럼 종골 아치의 높이를 유지 시키는 수술적 스킬이 필요하다. 전문용어로는 ‘Bohler angle을 맞춘다’라고 하는데, 이 높이를 못 만들게 되면 수술이 잘된다 하더라도 발이 평발로 변하게 된다. 세 번째, 거골하 관절면을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후 약 1-2년 뒤 거골하 관절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를 만족시키는 수술을 했다면, 이제는 수술의 결과를 약 6개월에서 1~ 2년 이상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어렵게 수술을 잘 해놓고도 대개의 환자분들은 약 6개월 정도는 많이 힘들어 한다. 그렇지만 잘된 수술과 좀 부족했던 수술은, 수술 후 1-2년 뒤에 결과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게 보통이다. 종골골절, 즉 발 뒤꿈치 골절은 숙련된 족부 전문의이 손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달려라병원 장종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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