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한동안 원주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데 여름만 되면 원주 토지문화관 근처 숲속에 있는 삼계탕집에서 가끔 끼니를 때운 적이 있었다. 한여름 대낮에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하는 안방마님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내린 결정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내가 몸보신할 목적으로 그 식당을 찾는다고 지레 짐작해서인지 별 고마움을 못 느끼는 것 같았다. 그 집에서 삼계탕을 먹으려면 적어도 점심시간 2시간 전에 가야 한다. 삼계탕을 주문하면 그 때부터 닭을 잡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삼계탕의 주재료인 닭들은 눈치가 빨라 모르는 차가 시골 담장을 넘어서면 야산 여기저기에 꼭꼭 숨어버리는 통에 주인도 애를 먹는 눈치다. 닭 손질이 끝나고도 무려 2시간 정도 압력밥솥에 푹 고아서 내놓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다. 꼬맹이들은 그 2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둥근 모양으로 지어진 헛간에 가서 농기구도 보고, 매미가 껍질을 벗어 놓은 선태(蟬蛻-한방피부과약으로 쓰임)도 보고, 여기저기서 이것저것 만져보기도 한다. 정말로 배가 고플 때가 되면 드디어 기다리던 삼계탕이 나오고 그 크기에 한번 놀라고 시중에서 파는 삼계탕과는 달리 질겨서 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닭의 몸통을 열면 찹쌀 속에 밤이며 대추, 잣, 그리고 인삼이나 황기가 들어있다. 닭에서 우러나오는 기름을 잡으려고 엄나무 즉 해동피(海桐皮)도 몇 조각 들어있는 것을 보면 재대로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삼계탕은 대개 닭에 인삼이 들어가지만 헛땀을 잡는 데는 황기만한 것이 없다고 알려지면서 여름에는 황기삼계탕을 즐기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에 있다. 삼계탕에 인삼이 들어가나 황기가 들어가나 큰 차이를 못 느끼는 이유는 이들 둘은 약효가 비슷하고 잘 어울려서 항상 붙어 다니는 친구 같은 사이이기 때문이다. 기운을 보하는 처방에는 인삼과 백출 그리고 황기가 꼭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인삼만큼이나 황기도 많이 쓰인다. 필자가 누누이 강조하지만 무릎관절에 좋다고 우슬이나 두충, 오가피 같은 것을 달여 놓고 일년 내내 먹는 것은 건강을 해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적어도 음양기혈(陰陽氣血)중에 어느 부분이 모자란 지를 살펴서 그 한약과 함께 우슬이나 두충을 투약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운이 없으면서 무릎이 아프다면 우슬, 두충, 오가피에 인삼, 백출, 황기를 함께 넣어서 달여 먹으면 분명히 그 이전과는 다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황기는 콩과식물 황기의 뿌리다. 황기는 인삼과 같은 비경(脾經)과 폐경(肺經)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황기는 인삼보다 폐경(肺經)으로 더 많이 유입된다. 그래서 폐와 그들의 부속기관인 피부 쪽으로 많이 작용해서 피부에서 땀이 그치지 않는 증상을 완화시킨다. 하지만 밖으로 기운을 끌어올려 피부 쪽으로 보내야 하므로 성질이 가벼워야 하므로 따뜻하고 물기가 적고 메말라야 한다. 그래서 황기는 습윤한 성질은 상대적으로 적다. 생(生)으로 쓰면 피부, 코 쪽으로 작용을 해서 피부나 코의 일차 면역 방어선을 촘촘하게 해서 나쁜 기운이 침범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피부에 생긴 부종이나 종양을 없애는 이수소종(利水消腫)작용이 있는데 대표적인 처방이 방기황기탕(防己黃芪湯)으로 금궤요략(金匱要略)에 나온다. 물론 황기가 군약(君藥)이다. 이 처방은 진짜 살이 안 빠지는 비만환자에게 꼭 써봄직하다. 하루 종일 한 숟가락도 안 되게 밥을 먹는데 배는 흡사 ‘이웃집 토토로’ 배처럼 되고, 뱃살은 몰캉몰캉해서 특히 꼬마들이 그 위에서 장난하기를 좋아할 정도로 출렁거리고, 살갗이 하얗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내리고, 숨이 차고 저녁이 되면 발목이 한 짐이 되는 것처럼 무겁고 부종이 심할 때 이 처방을 쓴다. 자신은 먹는 것도 없는 데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부분의 비만환자가 이에 해당된다. 피부에 있는 독소물질을 배출하고 새 살이 잘 돋아나게 하는 것을 탁독생기(托毒生肌)작용이라 한다. 대표적인 처방이 탁리소독음(托裏消毒飮)이다. 역시 여기서도 황기가 한 자리 차지하고서 탁독생기(托毒生肌)에 대해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탁독생기할 목적에는 소금물을 축여서 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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