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회성 건염과 통증 -

제목에서처럼 통증이 심할수록 심각한 병이란 게 사실이라면? 만약 항상 그러하다면 환자든 의사든 질병에 대한 접근이 조금은 더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질병에 따라 이 말이 정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질병의 심각도와 증상의 심한 정도는 항상 일치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중년 여성이었다.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고 세상의 고통은 다 짊어진 것 같은 표정으로 진료실로 들어선다. 이틀 전부터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했다. 어깨를 어떻게 가누어야 될지 모를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고 했다. 동행한 남편 분도 걱정 때문에 매우 심각한 표정이었다. "특별히 다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아플 수가 있는 거죠?" 그가 필자에게 따지듯 물었다.

필자가 환자의 팔을 잡고 어깨를 조금만 움직이려고 해도 통증이 너무 심해 진찰조차 할 수 없는 상황. 통증의 강도가 얼마나 센지는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이 될 정도였다. 정형외과 어깨전문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일은 심하게 다치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진료 현장에서 아주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보통 이렇게 극심한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으시는 분을 만나게 되면 정형외과 의사로서 몇 가지 병을 떠올리게 된다. 그 중에 하나가 석회성 건염이라는 병이다.

면리장침 (綿裏藏針) 이라는 한자 성어가 있다. 솜뭉치 속에 바늘을 감춘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품은 바늘을 꽂을 의도를 가진 흉악함을 의미하는 한자 성어이다. 이를 굳이 질병에 적용해 보자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병이 이에 해당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우리에게 매우 좋지 않은 병이다. 그렇지만 석회성 건염은 이와는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것으로 생각한다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석회성 건염의 드러나는 증상은 매우 심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드러나는 것만큼 심각한 병은 아니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석회성 건염은 환자의 병력, 진찰 소견 및 단순 방사선 촬영 (X-ray) 검사만으로도 충분히 진단이 가능한 병이다. 물론 자칫 심각할 수도 있는 다른 어깨 질병과 감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정밀검사가 시행될 수도 있다.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으시는 성인들 중에 7% 정도에서 석회가 확인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지 않은 비율이다. 하지만, 석회가 똑같이 있어도 질병의 단계에 따라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시기가 있다. 앞의 여성분의 경우와 같이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은 보통 회전근 내에 위치한 석회 침착물의 염증화에 의한 것이다. 이 경우에 석회성 건염이라는 진단을 붙이게 된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석회가 있지만 큰 불편감 없이 지내는 시기도 있다는 의미이다.

몇몇 연구들에 의하면 10년 후에는 70% 이상에서 석회가 소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통증만 없다면 특별한 치료 없이 지내도 무방하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석회가 침착되어 있는 것이 확인된 경우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이들 중 약 25% 정도에서는 회전근 개 파열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대개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어떤 분이 어깨가 불편하고 통증이 있기는 하지만 극심한 통증은 없는 상태이며, 어깨에 석회가 끼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는 경우이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회전근 개 이상에 의한 통증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라면 당연히 회전근 개에 대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사실 석회성 건염이 생기게 되면 정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환자의 불편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증상만큼 심각한 병은 아니며, 보존적 치료만으로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은 한편으로 다행인 점이다. 보존적 치료에는 통증 경감의 효과가 큰 약물을 사용하는 약물치료, 주사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 다양한 치료가 있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극심한 통증이 있는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설혹, 보존적 치료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수술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겠고, 이 또한 치료 성공률이 매우 높다.

달려라병원 박진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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