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는 폐(肺)와 비(脾)로 작용한다고 했다. 폐는 피부와 코 같은 바깥쪽을 담당하고, 비위(脾胃)는 안쪽에서 음식물을 소화해서 전신에 영양을 공급한다. 황기는 따뜻하고 건조해서 가벼워 피부 쪽으로는 잘 갈 수 있지만 비위(脾胃) 즉 안쪽으로 보내려면 힘들다. 이 때는 그 쪽으로 황기의 약기운을 끌고 가는 인경약(引經藥)을 함께 쓰든지 아니면 황기를 묵직한 습윤의 상태로 만들면 된다. 비장과 위장에서 약효가 발현되도록 인도하는 인경약은 승마(升麻)다. 기운이 딸리는 소기(少氣)환자에게 쓰는 거원전(擧元煎,상65),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상22), 익위승양탕(益胃升陽湯,상23)에 모두 황기(黃芪)와 승마(升麻)가 같이 들어 있다. 황기를 묵직하게 만드는 또다른 방법은 황기를 꿀에 볶는 것이다. 이를 밀자(蜜炙)라 한다. 꿀에 볶은 밀자황기는 달달하고 맛있어 특히 아이들이 기운이 없거나 힘들 때 많이 쓴다. 보중익기(補中益氣)란 가운데에 있는 토(土)의 기운을 가진 비위를 보해서(補中) 이들이 소화를 잘 시키면 저절로 기운이 생겨(益氣)난다는 뜻이다. 황기를 이런 용도로 쓰는 처방이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이다. 황기가 약량이 가장 많아 군약(君藥)이 되고 임금대접을 받는다. 보중익기탕은 기운이 없어 걷기가 힘들어 누워서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고 심하면 잠만 자려고 하고, 목소리가 힘이 없어 나지막하고 가늘고, 오래된 질병으로 몸이 파김치가 되어 극도로 피곤한 것을 느낄 때나 특정 질병에 어떤 한약이나 양약을 써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 처방한다. 일본에서 암 환자에게 양약을 투여하면서 함께 기운을 보(補)하는 보중익기탕을 쓰면 양약이 훨씬 더 잘 듣는다는 통계가 있는 이유다. 도성을 에워싼 성곽을 외부의 적들로부터 날래고 용맹한 병사들이 지키듯이, 우리 몸으로 침입하는 외적을 가장 바깥쪽에서 제일 먼저 방어하는 기운을 위기(衛氣)라 하는데 황기는 가볍고 용맹한 기운이 있어 위기(衛氣)를 강화시켜서 표(表) 즉 피부를 촘촘하게 해서 감기를 예방한다. 또한 우리 몸의 중요한 자원인 진액이 도둑놈들에게 함부로 강탈당해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틀어막는다. 이를 익위고표(益衛固表)라고 한다. 옥병풍산(玉屛風散,중95)이란 처방이 있다. 옥병풍은 귀한 옥으로 우리 몸을 병풍처럼 감싼다는 뜻이다. 여기서 핵심은 역시 황기다. 옥병풍산의 주치가 표허자한(表虛自汗)이다. 이 병은 겉이 허해서 진액을 가둬둘 수 없는 관계로 땀이 저절로 나는 증상이다. 자한이 심해서 기허증상이 있으면 위의 보중익기탕과 처방을 합방해서 쓴다. 당귀육황탕(當歸六黃湯,하67)이란 처방이 있는데 황기가 군약(君藥)이다. 도한(盜汗)의 성약(聖藥)이라고 부른다. 도한은 ‘도둑놈 땀’인데 밤에만 땀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 아닌가 한다. 침한(寢汗)으로도 부른다. 잠잘 때 나는 땀이란 뜻이다. 반면 낮에는 멀쩡하다. 당귀보혈탕(當歸補血湯,상17)은 1첩에 황기 20g 당귀 8g이 들어가서 황기는 기(氣)를 보하고 당귀는 혈(血)을 보해서 기혈을 동시에 보하는 처방으로 진액 부족으로 살갗이 뜨겁고 갈증이 끊이지 않을 때 당귀로 진액과 혈을 만들고, 황기는 그 기운을 피부로 바로 끌고 가서 살갗의 열을 끄는 처방이다. 먹은 게 체하거나, 스트레스로 가슴이 꽉 막힌 상태에서 기운을 보(補)한답시고 황기를 대용량으로 사용하면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인삼, 당삼, 황기는 모두 보기약이다. 하지만 이들을 사용할 때 차별점을 모른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인삼은 기운을 보하는 효능이 탁월해서 우리 몸의 주인인 심장의 기운을 올려서 심장 속에 깃던 정신을 편안하게 하는 안신(安神) 작용과, 진액이 새 나가는 것을 틀어막아 진액을 생기게 하는 고탈 생진의 작용이 있다. 당삼은 인삼보다 기운을 보하는 정도는 적지만 인삼보다 윤(潤)이 있어 혈(血)이나 음(陰)이 적을 때 사용된다. 황기도 역시 보기작용이 인삼에는 못 미치나 가볍고 경쾌해서 인체에 가장 바깥쪽에서 인체를 호위하는 폐와 피부 쪽으로 작용해서 피부에 생긴 염증이나 독소를 배출시키거나, 피부를 통해 빠져 나가는 땀 같은 진액이 함부로 배설되지 않도록 틀어막는 역할이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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